[무한의 루프] 5화

2019-06-21 14:12
무한의 루프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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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5. 게임에 미친 소년

다행히 강우는 집을 찾아 돌아갈 수 있었다.

“아이구! 삭신이야. 뼈마디가 안 아픈 곳이 없네, 안 아픈 곳이 없어.”

강우는 하필 마법사를 선택하는 바람에 체력이나 힘 등은 거의 올리지 못했다.

강우의 능력은 자신이 직접 키운 게임 속의 캐릭터들의 능력과 장비를 흡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흡수는 무제한적으로 한없이 강해지자고 한다면 한없이 강해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이능의 능력자들보다 더욱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강우가 자신의 이능을 알게 된 뒤부터 마르스의 대군이 지상으로 강림하기까지의 시간이 길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르스의 대군이 이 세상에 강림을 하고 난 뒤로 일상적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당연히 온라인 게임이든 컴퓨터 게임이든 할 만한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아무리 빠르게 성장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게임 캐릭터의 성장이나 게임 내에서의 최강급 무기를 얻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후후!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는 것이지.”

강우는 미소를 지었다.

자신에게는 시간이 충분하다 못해서 넘칠 지경이었다.

무려 20년이었다.

수많은 게임의 캐릭터들의 힘을 계속 흡수해 나갈 것이었다.

앙골모아의 부활을 막을 때보다 더욱더 강력해질 수 있을 터였다.

“그래도 머리가 좋아지니 나쁘지는 않네. 이제 대충 기억도 돌아오는 것 같고 말이야.”

마법사를 흡수하면서 강우의 지능이 올라가서는 제법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첫 번째 전생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지능이 낮았지만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상태창 오픈!”

―이강우(Lv 8)

힘 : 7 민첩 : 6 지력 : 27 지혜 : 19

HP : 37 MP : 71

전에는 없던 지혜와 MP가 생겨나 있었다.

레벨은 무려 7단계나 올라 있었다.

힘과 민첩도 조금이지만 올라 있었기에 강우는 만족스러워했다.

스킬 창에는 강우가 흡수한 마법사의 스킬들이 생겨나 있을 터였다.

물론 레벨이 낮았기에 그다지 유용한 스킬은 아닐 터였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대단히 무서운 일이었다.

“아직 턱도 없이 부족해.”

강우는 전사로 성장을 했을 때도 지금의 지력이나 지혜보다는 높은 상태였다.

게임의 캐릭터와는 달리 전사임에도 불구하고 지력이나 지혜가 높으면 높을수록 전투에 유용했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보다 효율적인 작전을 구사할 수 있게 해 주었기에 강우는 나중에 가서는 지력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면 분명 1997년 이었나?”

앞으로 22년 뒤 2019년 화성이 빛을 발한다.

그리고 하늘에서 괴물들이 내려온다.

처음에는 그다지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다지 강한 편도 아니었다.

인간들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고 승리를 자축하기도 한다.

하지만 점점 강해지는 괴물들에 버거워하며 인간들은 점차 절망에 빠져 든다.

그리고 그때 이능 능력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우도 그때 등장한 이능력자들 중에 하나에 불과했다.

다만 다른 이능력자들보다 빠른 성장을 해서는 이능력자들의 정점에 서서 마르스의 대군과 싸웠다.

싸우고 싶지 않다고 해서 싸우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인간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의를 보이는 괴물들이었다.

더욱이 강우는 자신의 가족과 일가친척들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과 친구들 모두를 괴물들에게 잃어야만 했다.

“이번에는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강우는 이를 악물며 자신에게 내려진 축복에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했다.

그렇게 잔뜩 굳은 표정으로 집에 도착한 강우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이놈의 새끼! 감히 학교를 빠지고 PC방에서 놀고 있었어?”

“어? 아니! 아버지 그게…….”

강우는 담임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음을 짐작했다.

평소에는 그다지 말이 없으신 분이셨지만 화가 나시면 강우도 못 말릴 정도로 불같으신 분이셨다.

“아이고! 여보! 아들 잡아요! 애 몸에 때릴 곳이 어디에 있다고!”

“이거! 놔! 이놈의 자식이!”

마법사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아버지에게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엎드려!”

강우는 정말 죽기 일보직전까지 가도록 엉덩이를 두들겨 맞고서는 자신의 방 침대에 몸을 눕혀야만 했다.

“크윽! 큭! 왜 힐링은 없는 거야?”

HP가 바닥이었다.

마법사의 스킬인 힐링이라면 자신의 마나와 바꿔 HP를 채울 수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강우는 담임에게 붙잡힌 바람에 배우지 못했다.

결국 자연적으로 HP가 회복되기를 기다려야만 했지만 현실에서 HP의 회복은 느려 터졌다.

“크윽! 바보 같이. 나 힐링 포션 있잖아. 인벤토리 오픈!”

강우는 한참 침대에서 끙끙거리다가 힐링 포션이 있음을 깨닫고는 인벤토리에서 꺼내 마셨다.

붉은 기운이 강우의 몸 주위를 돌면서 HP가 회복이 되자 강우는 자신의 몸에 느껴지는 통증이 줄어듦을 느낄 수 있었다.

“후아! 정말 죽을 뻔했다.”

아직도 고등학생 정도의 체력도 가지고 있지 못한 강우였다.

그나마 지력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일반인 상태의 강우의 레벨도 1은 아니었다. 보통의 고등학생 정도의 힘이나 민첩 및 지능보다는 높았다. 하지만 죽음으로 인해 강우의 능력치는 초기화되어 버렸다.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각자의 힘이나 민첩, 지력 등에 따른 레벨이 존재했다.

마법사의 경우도 현대의 지식인들 급의 지력이라면 하급 마법 정도는 충분히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되었다.

물론 마나를 느끼는 것은 개인의 자질 문제였고 마법을 사용하는 방법을 아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하지만 충분히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지력은 되었고 전사들처럼 일반인들도 훈련을 통해 힘이나 민첩을 올릴 수 있었다.

“문제는 한계와 시간이지. 이능력자에 비해 성장 속도가 너무나도 차이가 나니까.”

이능력자가 아닌 일반인들 중에도 개중에는 하급 괴물 정도는 상대할 수 있는 이들이 있었다.

뛰어난 격투기 선수나 훈련을 받은 특수 부대원들의 경우는 맨손이나 냉병기로도 하급의 괴물들을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한계였다.

그 이상의 괴물들을 상대하기란 인간의 힘이 미약했다.

“후우! 강해져야 하는데.”

강우는 조심스럽게 거실로 나갔다.

아쉽게도 자신의 방에는 컴퓨터가 없었다.

과도한 게임으로 인해 공부를 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신 부모님이 컴퓨터는 거실에 놓아 둔 것이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컴퓨터는 상당히 고가의 물건이었다.

강우는 조심스럽게 어두운 거실을 조심스럽게 지나 부모님이 계신 안방으로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주무시고 계신 것인지 별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후우! 이거 떨리네.’

게임 하겠다고 한밤중에 거실에 나가 몰래 하던 기억이 있었지만 설마 다시 그런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지금 상태에서 게임을 하다 걸리면 정말 죽도록 맞을 수도 있었다.

삐빅!

위이잉!

전원을 넣고 무식하게 큰 소리가 나는 컴퓨터에 강우는 화들짝 놀라서는 심장이 요란스럽게 날 뛰었다.

‘뭐가 이리 시끄러워. 아! 부모님 깨시면 안 되는데.’

강우는 지금이라도 컴퓨터는 꺼 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하루라도 빨리 강해져야만 했다.

‘마르스의 군대를 막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강해져야만 해.’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는 강우는 게임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토록 게임을 하는 것이 험난할 줄은 생각도 못한 강우였다.

그렇게 컴퓨터가 부팅이 되고 윈도우 95가 뜨자 묘한 표정이 되었다.

‘이게 언제 적 거야?’

강우는 자신이 정말로 과거로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고작 컴퓨터 OS 하나를 보고 말이었다.

“후우! 일단 인터넷에 접속을 하고……. 어떤 게임이 좋을까?”

강우는 온라인 게임 중에 자신에게 적당한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리며 익스플로러를 클릭했다.

“야후? 이게 아직도 있어?”

무려 야후였다.

강우는 멍하니 너무나도 촌스러운 포털 사이트를 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검색창에 자신이 할 만한 게임들을 검색하기로 했다.

“보자! 빨리 성장을 하면서 강해질 수 있는 게임들의 이름이……. 아! 아직 서비스하기 전인가?”

강우는 자신이 성인이 되고서도 계속 서비스를 하던 리니지라는 게임조차 내년인 1998년에나 나온다는 것을 떠올렸다.

지금 온라인 게임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게임은 바람의 나라라는 게임 정도였기에 강우는 아무리 검색을 해 봐도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게임이 전혀 없음을 알았다.

“그……그러고 보니 아까 하던 CD 게임. 악마사냥꾼이었나?”

강우는 자신의 컴퓨터 책상을 뒤졌지만 악마사냥꾼이 아니라 귀신사냥꾼도 없는 것에 인상을 구겼다.

결국 하드를 다 뒤져서 게임들을 찾았지만…….

“버글버글! 페르시아에 왕자! 삼국지 3. 영걸전, 대항해 시대? 하아!”

강우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대를 잘못 태어난 것이었다.

물론 이 시대에도 RPG 게임 등은 있었다.

영웅전설이나 파이널 판타지나 악마사냥꾼이나 하지만 강우의 CD 케이스에는 아쉽게도 없었다.

‘그런 걸로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까?’

강해지기는 할 터였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강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강우는 그나마 PC방에서 했던 악마사냥꾼이 자신에게는 그나마 맞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 게임 CD를 구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할 만한 거 없나? 체력이나 조금 올릴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는데.”

강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CD나 3.5인치 플로피디스크를 뒤졌다.

“흐음! 전부 전략 게임뿐이네. 내가 이때는 이런 걸 좋아했었구나.”

강우는 이제야 기억이 났다.

문명이나 삼국지 그리고 대항해 시대 같은 전략 게임 종류를 즐겨 했었던 자신이었다.

“후훗! 그래도 지력을 조금 올려놓으니까 이런 기억도 떠오르네. 조금만 더 지력을 올리면 다른 것들도 다 떠오르겠지.”

“그래. 공부를 하면 그 지력이 잘 오르겠구나.”

“공부로는 한계가……. 응?”

강우는 자신의 뒤에 부모님이 팔짱을 끼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놈의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아니 그게 아니고요! 아버지!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전 사실 세계 평화를 위해 게임을 해야 합니다!”

강우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서는 자신의 비밀을 밝혔다.

부모님이 걱정을 하실지도 몰랐지만 강우는 일단 자신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자신의 비밀을 밝히는 것이었다.

자신이 아니라면 앙골모아의 부활을 저지할 수 있는 존재가 없었다.

그것은 사명감이 아니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은 그런 평범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세계 평화와 게임의 상관관계를 부모님이, 그것도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이해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강우의 아버지의 손이 마치 앙골모아의 손처럼 휘둘러졌다.

“악! 악! 아버지! 그게 아니라!”

“이놈의 새끼! 뭐 세계 평화?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강우는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의 숭고한 뜻을 알아봐 주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워하며 온몸을 웅크려야만 했다.

박천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