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영주 만들기] 22화

2019-07-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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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영주 만들기 표지
[데일리게임]

22. 탈출

생각보다 충격적인 이야기들에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눅눅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햇빛조차 들지 않는 감옥은 끔찍했지만 그보다 더욱 견디기 힘든 것은 역시나 기약 없는 자유일 터였다.

“크크큭! 당신들 죽을 때까지 여길 못 나가.”

웃고는 있었지만 절망이 가득한 목소리에 아멜라 공주는 눈물이 솟구쳐 왔다.

이러려고 죽을 고생하며 바둥거린 것이 아니었다.

“아바마마.”

자신을 지켜 주었던 자신의 아버지가 떠올랐지만 이제는 더는 자신을 지켜 줄 수 없었다.

“응? 공주인가?”

“아멜라님!”

원터는 사슬에 묶여 있는 남자가 아멜라 공주의 절망적인 혼잣말에 그녀의 정체를 알아차리자 화급히 아멜라 공주를 불렀다. 하지만 그것조차 의미 없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너희들 혹시 헥사 너머에서 왔나?”

“헥사가 뭐지?”

원터는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물었다.

“뭐긴 뭐야? 저 몬스터가 득시글한 곳을 말하는 거지.”

남자의 말에 원터는 몬스터 숲을 이곳에서는 헥사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자신의 모습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자에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대답하지 않는 것에 충분히 이해를 할 것이라 생각했다.

“호오! 그렇군. 당신들이 왜 이곳에 들어왔는지 조금은 이해를 못했는데 왜인지 이제야 알겠군.”

“무슨 소리지? 우리가 왜 이곳에 들어왔다는 건가?”

원터는 자신들이 이 결코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감옥에 들어온 이유를 알 것 같다는 남자의 말에 그 이유를 물었다.

“아아! 별 거 아니야. 이곳의 영주는 저 헥사 너머와 교류를 할 생각이 전혀 없거든. 그러니까 한마디로 저 너머의 존재와 주민들이 만나는 것을 전혀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야. 당연히 당신들은 이곳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자들이지.”

남자의 그 말에 원터는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만일 그런 이유라면 자신들은 이곳의 영주와 만나 볼 기회조차 가질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되는 거란 말이다!”

“크크큭! 뭐가 말도 안 되는 건데. 이곳에서 그놈은 왕이다. 뭐든지 할 수 있는 놈이라고. 그러니까 포기해. 니들은 그놈 얼굴 한 번 마주 보기 힘들 거야.”

남자는 웃으면서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남자가 침묵을 하기 시작하자 원터의 주변에 있던 기사들이 불안한 듯이 원터와 아멜라 공주를 연달아 바라보았다.

단단한 감옥과 쇠창살은 흔들어 봐도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답을 구하듯이 바라보는 기사와 아멜라 공주의 시선에도 원터는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뾰족한 방법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이미 자신들이 가진 물품들은 대부분 빼앗긴 지 오래였기에 금붙이 등으로 이곳의 간수를 회유할 방법도 없었고 회유한다고 해서 될 것 같지도 않았다.

“잔머리 굴리지 않는 것이 좋아. 누가 아프다고 뒹굴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으니까. 그냥 죽어야 여길 나갈 수 있는 데다가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확인하려고 목을 잘라 버리고 난 뒤에 밖으로 버리는 곳이니까. 크크큭!”

그런 원터의 잔머리를 예상한 것인지 쇠사슬에 묶여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원하는 것이 뭐지?”

원터는 그렇게 말이 많은 남자를 노려보며 물었다.

“…….”

남자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원터는 지금 묶여 있는 남자가 자신들에게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 생각보다 똑똑하네.”

남자의 말에 원터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지만 남자의 심기를 건드리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하는 것이 뭐지? 이곳을 나갈 방법이 있는 건가?”

“크크큭! 뭐 없지는 않지. 물론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래도 혹시 모를 텐데, 이곳 영주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당신들 만나고 싶어 하면 어떻게 해?”

자신들과 만나게 된다고 해도 방금 전의 남자의 말을 통해 들은 영주의 성향이라면 죽을 확률이 더 크다고 생각되었다.

자신들은 죽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어떻게든 여길 빠져나가서 몬스터 숲을 넘어 되돌아가야만 한다.’

다시 자신들의 땅으로 돌아만 갈 수 있다면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역시나 이곳을 빠져나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저 자를 믿을 수가 있냐는 건데….’

원터는 믿을 수 있겠냐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보면서도 딱히 저 자가 자신을 속인다고 해서 이득을 볼 만한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일단 들어 보지.”

원터의 말에 남자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니놈들 중에 한 놈의 목숨이 필요해.”

“뭐?”

남자의 말에 원터는 상당히 놀랐다.

“뭐 당장 죽으라는 건 아니고 누가 내 대신 여기 좀 묶여 있어야 하거든. 물론 내가 도망을 갔다는 것을 알려서는 안 되지. 죽을 때까지 여기서 묶여 있는다면 나머지 놈들은 내가 도망가게 해 줄 수 있어. 어때?”

남자의 말에 원터는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았다.

“니들이야 어차피 여기서 죽었든 어찌되었든 영주가 신경을 쓰지 않을 터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거든. 간수들 선에서 니들은 처리가 가능한데 나는 불가능하니까 그래.”

원터는 그제야 남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이라면 자신이 의심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

“조용히 해.”

원터가 말을 하려고 할 때 남자는 원터에게 조용히 하라고 말하고서는 힐끔 감옥의 문쪽을 바라보았다.

“오늘 잡아온 놈들은 어때?”

“이상은 없습니다. 빠져 나갈 수 있을 턱이 없으니까요.”

“그런가? 하필이면 다른 쪽 뇌옥이 가득 차서 말이야. 내일까지 수고하게. 내일 그놈 빼고 전부 처형 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알겠습니다.”

작아서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원터들은 분명히 자신들을 내일 처형할 것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자신들이 처형될 것이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끼익!

그리고 잠시 뒤에 감옥의 단단한 철문이 열리고 간수 한 명이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간수는 손에 족쇄를 찬 남자에게로 다가가 무언가를 전해 주고서는 급히 나가 버렸다.

쇠창살에 막혀 있었기에 그 간수를 덮쳐서 감옥을 빠져 나갈 수도 없는 상황에 원터는 이를 악물었다.

‘뭘 받은 거지?’

간수가 어째서 그 남자에게 뭔가를 주고 나간 것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원터는 자신들이 살려면 무조건 남자의 제안에 따라야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일 죽게 생겼는데 알아서 해.”

남자는 여유롭다는 듯이 불안에 떠는 원터들을 바라보았다.

“젠터스.”

결국 원터의 입에서 한 기사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젠터스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원터에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지만 이내 입술을 깨물고서는 대답을 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그냥 있어 봐야 죽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비록 끔찍하기는 할 터였지만 자신의 희생으로 다른 동료들이 살 수만 있다면 나쁘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려고 했다.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호오! 설마 정말 할 생각이었나?”

남자의 말에 원터의 입에서 빠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말해라.”

시간이 충분했다면 좀 더 고심을 해 봤을 터였지만 당장 내일 죽을 상황이니 앞뒤 상황을 고려하기란 어려웠다.

‘일단 여길 빠져나가고 난 뒤에 생각하자.’

그렇게 다들 남자를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자신들이 살 수 있을지를 궁금해 할 때 남자는 입을 열었다.

“뭐해? 나 대신 여기 묶일 놈 빨리 오라고.”

“…….”

원터의 턱짓에 결국 젠터스는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내 오른손에 열쇠 있으니까 그걸로 이거 풀고 옷 벗어.”

“알겠소.”

젠터스는 방금 전에 간수가 주고 갔으리라고 생각되는 열쇠를 받아서 남자의 족쇄를 풀었다.

“으윽! 제길! 힘들군.”

남자는 비틀거리며 감옥의 바닥에 주저앉았다가 힘겹게 일어나서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어차피 여기 영주 놈이나 위에 놈도 내 얼굴 구분 못하니까 속이는 것은 그리 어려울 것은 없을 거다. 뭐 간수 놈은 알지만 그 간수 놈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니까 크게 문제 삼지는 않을 거야.”

“…….”

남자가 건네주는 넝마를 걸쳐 입으면서 젠타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도 같이 도망을 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병사들의 추격이 시작되어 힘겨워질 것임을 알기에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철컹!

“그럼 수고하라고. 분명히 이야기하는데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마. 뭐 상관없으려나? 크큭! 어차피 이곳에 묶여 있는 놈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니놈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남자는 웃으면서 젠타스를 자신이 지금껏 묶여 있던 족쇄에 묶어 놓고서는 비틀거리며 원터에게로 다가갔다.

“그럼 나가자고.”

“어디로 나가자는 소리지?”

온통 막힌 감옥에서 나갈 곳이 있을 리가 없었다.

“어디긴 어디야. 문으로 나가야지.”

남자는 이내 열쇠로 쇠창살도 열고서는 문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철컹!

기가 막히게도 문이 열리면서 간수가 힐끔 남자와 얼떨떨해 있던 원터를 보고서는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조심히 나가십시오.”

“아! 수고해. 뭐해? 안 따라 오고?”

남자의 말에 원터는 얼떨떨해졌지만 어차피 이판사판인 상황이었기에 남자를 따라서 조심스럽게 감옥을 빠져 나왔다.

“당신 정체가 뭐야?”

하지만 궁금함에 남자의 정체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알아서 뭐하게? 내가 니 놈들 정체 궁금해 하지 않는 것처럼 니 놈들도 날 궁금해 하지 말아야지. 살려 주면 살려 주는 대로 감사히 여기라고.”

남자의 말에 원터도 고개를 끄덕이며 적어도 자신을 구해 주는 것에 대해서는 믿을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원터와 아멜라 공주 그리고 이제는 두 명밖에는 남지 않은 기사인 고센과 벤만이 정체불명의 남자의 뒤를 따르며 조심스럽게 지하 감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가…감사해요.”

“……?”

남자는 아멜라 공주의 말에 슬쩍 뒤돌아보았다.

대대로 좋은 혈통이 이어지기 때문인지 왕가의 핏줄은 대체적으로 일반인들보다는 빼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아멜라 공주도 상당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어둠 속인 데다가 그동안 고생을 한 탓인지 꾀죄죄한 모습이어서 그렇지 잘 꾸며 놓는다면 상당한 미모를 뽐낼 듯싶었다.

“역시 공주는 공주인 건가?”

“예?”

남자는 자신의 말에 피식 웃고서는 벽을 밀었다.

끼이익!

‘비밀 통로?’

남자의 손에 의해 비밀 통로가 나타났고 남자는 태연히 그 비밀 통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당연히 원터들도 그런 남자의 뒤를 따라 비밀 통로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사람들이 들어간 비밀 통로는 조용히 닫혀 버렸다.

박천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