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열쇠 4화

2019-10-0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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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4화

1. 강의 신 하백(3)

“그럼 일단 이걸 팔러 가 볼까?”

강일은 낡은 궤짝을 보며 궤짝에 대해서는 하백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물론 신의 선물 상자였기에 보통의 물건은 아닐지도 몰랐다.

사실 강일이 궤짝을 팔려는 이유도 그것이었다.

비록 낡기는 하지만 신의 선물 상자였으니 제법 가격이 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더욱이 당장 수중에 한 푼도 없었기에 뭐라도 돈이 될 만한 것이 있다면 팔아야만 했다.

그렇게 아침 일찍 낡은 궤짝을 들고서 고시원을 나온 강일은 걸어서 인사동의 골동품 상점들이 모인 거리까지 걸었다.

지하철비조차도 바닥나 버린 강일이었기에 이 낡은 나무 궤짝을 팔지 못한다면 큰일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골동품 상점들이 모여 있는 상점가에 도착한 강일은 어떤 상점으로 들어갈지 고민을 하다 한 상점으로 들어갔다.

“팔천 원. 그것도 많이 쳐 준거야.”

곰방대를 피는 골동품 상점 주인의 말에 강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비록 내용물은 부실했지만 하백이 준 신의 선물 상자였다.

당장 열쇠와 자물쇠만 해도 상당히 오랜 과거의 물건으로 보였기에 내심 10만 원 이상은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던 강일이었다.

강일이 말없이 나가려고 하자 골동품 주인은 급히 강일의 팔을 붙잡았다.

“자…… 잠깐! 이만 원 주지.”

“…….”

강일은 골동품 상점의 주인이 날로 먹으려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강일은 알지 못했다.

하백이 준 낡은 궤짝 상자는 고려 시대 때에 만들어진 것으로 국보나 보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문화재급 물건으로 수백만 원은 호가하는 물건이었다.

물론 골동품 상점의 주인도 그 가치를 정확하게 알아차린 것은 아니었다.

대충 조선시대 때에 만들어진 골동품으로 대략 20만 원 전후로 팔 수 있는 물건으로 생각을 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가격을 후려치는 것에 강일은 그대로 말없이 몸을 돌려서는 상점을 나와 버렸다.

“저…… 저 어린놈의 새끼가!”

“…….”

상점 주인은 그런 강일에 뭐가 그리 불만인지 화를 내었지만 자신의 잘못은 생각지도 않았다.

그렇게 강일은 다른 상점들도 들어가 보았지만 누구 하나 제 가격을 부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인상을 찡그렸다.

“후우!”

강일은 인도에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가격을 불러주는 이들은 없었다.

“개새끼들!”

하지만 다들 강일이 그냥 나가려고 할 때는 탐욕에 찬 눈빛으로 강일의 팔을 붙잡았다.

처음 불렀던 돈보다 더 주겠다고 했지만 그것마저도 후려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골동품 상점의 주인들이 부른 가격의 두어 배 이상은 할 것 같았다.

물론 강일이 낡은 궤짝의 값어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감이라는 것이 있다.

강일은 그 미신적인 감에 절대 그 가격에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행을 바란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건가? 어쩔 수 없지.”

강일은 제값에 팔고자 하나 제값을 받아낼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한숨을 내쉬고서는 그나마 가장 높은 가격을 불러 주었던 골동품 상점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지금의 강일에게는 푼돈조차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어제부터 한 끼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강일조차도 답답할 지경이었지만 살아 있는 이상 발버둥을 쳐야만 했다.

끼이익!

“뭐야?”

강일은 자신의 바로 앞에서 타이어 마크를 만들어 내는 외제 스포츠카를 보며 뒷걸음질을 쳤다.

자칫 차에 치일 뻔한 강일이었지만 하얀색의 아름다운 스포츠카의 자태에 멍하니 바라보았다.

강일 자신으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차였다.

철컥!

운전석이 열리고서는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한 여인이 나왔다.

그 여인은 강일을 힐끔 바라보고서는 선글라스를 벗는 것이었다.

‘예쁘다.’

나이는 이제 이십 대 초반 정도에 여우상인 듯한 얼굴형의 섹시한 느낌의 미녀였다.

입고 있는 짧은 미니스커트와도 잘 어울리는 젊은 여성이었지만 강일은 자신과는 그다지 어울릴 만한 여인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강일에게 어울리는 여인이 아니라 그 여인에게 강일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강일은 어디 부자 집 딸내미 이겠거니 하며 그냥 힐끔 바라볼 뿐이었다.

괜히 오르지 못할 나무에 오르다가 다리라도 부러진다면 자신만 손해였다.

하지만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여인은 강일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꽤나 도도한 모습의 여인은 강일을 향해 물었다.

“그거 설마 팔려고 가지고 나온 거야?”

“예?”

여인은 선글라스의 다리를 쥔 손가락으로 강일이 가슴에 품고 있는 낡은 궤짝을 가리켰다.

“그거 저 쓰레기 더미에다가 팔려고 가져 온 거냐고.”

쓰레기 더미가 뭘 말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팔려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강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한테 팔아.”

“예? 이거요?”

강일은 처음 보는 여인이 궤짝을 팔라는 말에 당황했지만 제값만 쳐 준다면 누구한테 팔든 상관이 없었다.

“아! 이거 제법 비싼…….”

강일은 조금 비싸게 팔아보겠다고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여인은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이 자신의 지갑에서 돈뭉치를 꺼내었다.

“받아. 이 정도면 충분할 거야.”

“…….”

오만 원권 지폐들이 가득이었다.

세 보지도 않은 것인지 대충 지갑에 들어 있는 돈 전부를 꺼내 내미는 것을 본 강일은 기가 막힐 정도였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가 정확한 표현일 터였다.

강일 자신이 생각하던 가격을 월등하게 뛰어넘는 돈이었다.

“빨리 달라니까.”

“예!”

강일은 여인에게 낡은 궤짝을 빼앗겼다.

아니, 돈을 받았으니 교환을 했다고 볼 수 있었다.

여인은 궤짝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강일에게 물었다.

“열쇠는?”

강일은 그럴 리는 없지만 그 여인이 혹시나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후우!”

여인은 자신의 스포츠카의 조수석에서 또다시 오만 원권 돈뭉치 하나를 꺼내어서는 강일에게 내밀었다.

“열쇠 내 놔!”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려는 여인의 행동에 강일은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여기요!”

강일은 여인의 성화에 결국 구리 열쇠를 호주머니에서 꺼내어서는 내밀었다.

여인은 강일에게서 구리 열쇠를 받아서는 궤짝의 자물쇠를 바라보며 강일에게 물었다.

“열어 봤어?”

“예? 아…… 아니요!”

강일은 순간 당황해서는 거짓말했다.

강일은 순간 여인의 두 눈이 빛이 나 듯이 반짝인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자신이 잘못 보았겠거니 했다.

“…….”

그렇게 한참동안 강일을 노려보던 여인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려서는 자신의 차에 다시 탔다.

그러고서는 차 안에서 열쇠로 자물쇠를 열어 보려고 하는 듯했다.

강일은 자신의 손에 들린 돈다발을 보며 ‘이게 웬 떡이냐’하는 생각을 하다가 화들짝 놀라야만 했다.

‘이런 제길! 왜 하필이면!’

사채업자들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껄렁거리며 강일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강일을 발견하지는 못한 것 같았지만 오래지 않아 알아차릴 터였다.

강일은 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마땅하게 숨을 곳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뭐야? 너?”

“아! 정말 미안해요! 조금만 저 좀 숨겨 주세요.”

강일은 스포츠카의 조수석에서 몸을 웅크린 채로 얼굴을 푹 숙였다.

여인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강일을 바라보다가 차 밖을 바라보았다.

“오우! 차 쥑이네.”

“그러게요. 형님! 아! 나도 돈 벌어서 이런 거 굴려 봤으면 좋겠네.”

사채업자들은 도로에 주차되어 있는 하얀색 스포츠카에 감탄을 하며 구경을 했다.

강일은 그런 사채업자들에 뒷덜미가 서늘해지며 더욱더 고개를 조수석 바닥에 처박고 있었다.

여인은 그런 강일이 한심했던지 화를 내며 말했다.

“사내새끼가 뭐하는 거야? 밖에서는 안 보이니까 고개 쳐들어!”

“아.”

안에서는 밖에 있는 사채업자들이 무척이나 잘 보였기에 짙게 선팅이 되어 있는지 모른 강일이었다.

그래도 불안한지 제대로 고개를 들지 못하는 강일에 여인이 말했다.

“너 내릴래?”

순간 장난기가 느껴지는 목소리에 강일은 얼굴을 들어서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대었다.

여기서 사채업자들에게 걸린다면 정말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었다.

“흐음!”

여인은 그런 강일의 모습에 무언가 고민을 하는 듯하다가 자신의 손에 들린 궤짝을 강일에게 내밀었다.

“너 이거 열 수 있지? 열어.”

“예?”

열쇠가 자물쇠에 끼어져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여인은 자물쇠를 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열라고. 못 열면 내리던지.”

절대 내릴 수는 없었다.

강일은 얼른 낡은 궤짝을 받아서는 자물쇠에 끼워져 있는 열쇠를 돌렸다.

찰칵!

별다른 힘이 들지도 않게 쉽게 열려진 자물쇠에 강일의 손에서 궤짝을 빼앗아서는 뚜껑을 열었다.

화아악!

뚜껑이 열리자 궤짝의 안에 베여 있던 천연화의 향기가 차 안에 퍼져 나갔다.

“하아!”

여인은 그 향기에 신음을 하며 무언가를 느끼는 듯했다.

그렇게 사채업자들도 어딘가로 떠나고 여인도 눈을 감고서는 향기에 취한 듯이 있자 강일은 슬그머니 차문을 열고는 나가려고 했다.

“너 아주 제멋대로구나?”

“윽!”

도망가려던 것을 들킨 강일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반말인 여인에 한숨을 쉬고서는 말했다.

“거! 처음 본 사이인데 계속 반말이 거북스럽네요.”

강일의 말에 여인은 맑고 투명한 눈동자로 강일을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내려.”

끝까지 반말인 여인에 강일은 불쾌했지만 도움을 받은 입장이었으니 말없이 스포츠카에서 내렸다.

다행히 사채업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조수석의 문을 닫자 조수석의 창문이 살짝 내려가더니 선글라스를 쓴 여인이 강일에게 한 마디 말을 하는 것이었다.

“다음에 보자.”

“뭐?”

조수석의 창문이 올라가고 스포츠카는 그대로 출발을 해 버렸다.

강일은 분명 다음에 보자는 여인의 말을 떠올리면서 멍하니 하얀 스포츠카의 뒤꽁무니를 바라보아야만 했다.

“저 여자는 뭐야?”

정말이지 이상한 여자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강일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오만 원권 지폐들을 보며 잠시 후에 미소를 지었다.

“대박.”

강일은 생각 외로 횡재를 한 것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호주머니에 오만 원권 지폐 더미를 넣고서는 고시원으로 다시 돌아갔다.

이번에는 걸어서가 아니라 지하철을 타고 갔고 강일의 처지에서는 사치스럽게도 통닭 한 마리도 함께였다.

박천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