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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고수들의 두뇌 싸움

기자

2013-05-03 17:05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출산 휴가에서 돌아온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입니다. 제가 없는 동안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 심장이 출시됐고 경기는 더욱 박진감이 나더라고요. 요즘 정말 재미나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복귀하고 난 뒤 어떤 게임을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려야 할지 고민하다 선수들끼리는 치열한 눈치 싸움을 펼치지만 팬들은 그저 그런 한 경기로 보고 지나갈 수도 있는 고수들끼리의 대결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로 리그가 진행됐을 때 경기를 챙겨봤던 팬들이라면 의외로 고수들의 대결이 싱겁게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리쌍록'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기억되는 경기는 별로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선수들끼리의 대결은 치열한 심리전 끝에 일방적으로 경기가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백전노장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었던 송병구와 이제동의 경기가 그러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2:군단의 심장(이하 스타2)으로 처음 만나 맞대결을 펼친 송병구와 이제동은 한 번의 교전으로 경기가 끝이나 기대했던 팬들에게 허무함을 느끼게 만들었죠.

그러나 그 안에는 시청자들이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치열한 심리전이 펼쳐졌습니다. 오늘은 선수들에게 직접 들은 그 심리전에 대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초반 심리전에서 앞선 송병구

스타1에서 이제동은 운영형 저그라기 보다는 공격형 저그에 가까웠습니다. 별명이 '폭군'이었다는 점은 이제동이 얼마나 공격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죠. 이제동은 상대에게 빈틈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여지없이 공격해 경기를 끝냈습니다.

그러나 스타2에서 이제동은 다소 소극적으로 변했습니다. 물론 스타2가 스타1과는 달리 공격적인 선수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게임으로 변했다 하더라도 이제동은 유독 초반에 부유하게 시작하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핀포인트] 고수들의 두뇌 싸움

◇탐사정 패트롤 컨트롤로 앞마당 부화장 건설을 방해하는 모습

이제동의 패턴을 잘 알고 있던 송병구는 초반부터 이제동이 앞마당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송병구는 탐사정을 패트롤시켜 이제동이 일벌레로 앞마당 부화장을 건설하려는 시도를 무산시켰죠.

이제동은 어쩔 수 없이 산란못을 먼저 건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동이 자신의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든 뒤 송병구는 한번의 공격을 준비했습니다. 추적자를 다수 모아 한번의 공격으로 이득을 취하겠다는 속셈이었습니다.

송병구의 심리전은 제대로 통했습니다. 이제동은 산란못 건설 후 타이밍을 잡아 공격할지 후반으로 경기를 몰고 갈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반면 송병구는 전진해 수정탑을 건설할 수 있는 탐사정을 몰래 배치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심리전, 이제동의 저글링

초반 심리전에서 패한 이제동은 불안함을 안고 경기를 해야 했습니다. 상대가 무엇을 할지 몰라 자신의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송병구의 움직임을 확인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했죠. 이제동을 짜증나게 만드는데 성공한 송병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사실 이제동도 이 시점에서 정말 짜증이 났다고 하네요.

오히려 이제동이 두 번째 심리전을 걸었습니다. 원래 이제동은 저글링을 다수 생산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초반 심리전에서 졌다는 생각 때문에 저글링을 뽑아 송병구에게 피해를 입혀야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스타1에서 이제동의 초반 공격에 맥없이 무너졌던 적이 많았던 송병구는 이제동이 다수 저글링을 생산하자 긴장했습니다. 거신 타이밍도 늦추면서 추적자를 생산해 이제동의 공격에 대비했죠. 이제동은 저글링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송병구를 계속 위협했고 송병구는 초반 심리전에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스타1에서의 트라우마 때문에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송병구의 반격, 전진 수정탑

그러나 송병구도 백전노장의 프로게이머였습니다. 이제동의 저글링에 전진 수정탑 건설을 위해 숨겨놨던 탐사정이 잡히자 같은 자리로 탐사정을 또 한 기 보냈습니다. 치열하게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생각해내기 어려운 센스였죠. 이제동 역시도 같은 자리에 탐사정을 또 보낼 것이라 생각하지는 못했다고 하네요.

[핀포인트] 고수들의 두뇌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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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송병구는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전진 수정탑을 소환했습니다. 이제동은 송병구가 전진 수정탑을 건설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고 송병구는 광전사를 무사히 소환해 이제동을 괴롭힐 준비를 마쳤습니다. 딱히 교전은 없었지만 벌써 세 번의 심리전이 서로 오가며 경기는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최종 심리전에서 승리한 이제동

이제동은 송병구가 전신 수정탑을 다른 곳에 건설했다고 생각하고 그 수정탑을 찾기 위해 저글링을 다수 생산했습니다. 그 덕에 송병구의 광전사 견제를 잘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송병구가 걸었던 심리전이 오히려 자신의 발목을 잡은 셈이죠. 이제동은 생산한 저글링으로 송병구의 광전사 견제를 잘 막아냈습니다.

평소라면 이제동은 자신이 마음에 드는 유닛 조합을 마칠 때까지 굳이 공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동은 송병구가 저그 타이밍 공격에 트라우마가 있다는 사실을 머리 속에서 지우지 않았습니다. 스타1에서의 경기 양상까지 파악한 고수들의 마지막 심리전이었죠.



이제동은 히드라리스크와 바퀴를 생산해 올인 공격을 준비했습니다. 송병구는 이제동이 스타2에서 올인 공격을 자주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확장 기지 활성화에 더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이제동이 상대 심리를 더 깊게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죠.

결국 이제동은 올인 공격으로 송병구의 확장 기지를 초토화시켰습니다. 오랜만에 '폭군'다운 면모를 보여줬죠. 스타1에서 송병구에게 보여줬던 심리전을 스타2에서도 살려낸 이제동은 두뇌 싸움에서 송병구를 제압했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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