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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골리앗을 무너뜨린 다윗의 돌팔매

2013-08-02 12:03

[핀포인트] 골리앗을 무너뜨린 다윗의 돌팔매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아시지요? 이스라엘 군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온 골리앗을 맞이한 다윗은 군인 신분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왕족이긴 했지만 왕과 형들이 대치전을 펼치고 있을 때 도시락을 전달하러온 다윗은 골리앗이 신의 군대를 무시하는 말을 들었고 전장에 나섰습니다. 주위에서는 모두 말렸고 어쩔 수 없이 군장을 내줬지만 다윗은 몸에 맞지 않는 갑옷을 반납하고 돌팔매를 들고 전투에 나섰습니다. 다윗의 몸집을 보고 무시했던 골리앗은 다윗의 무시무시한 돌팔매질에 무너지고 말았지요.

30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에서 열린 WCS 코리아 시즌2 4강전에서 프라임 조성주는 다윗이었고 STX 소울 이신형은 골리앗이었습니다. 두 선수의 경력만 봐도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하는 것이 전혀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골리앗으로 칭해진 이신형은 스타크래프트2 리그가 군단의 심장으로 전환된 이후 전혀 질 것 같지 않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WCS 코리아 시즌1 결승전에서 웅진 김민철에게 리버스 스윕을 당하긴 했지만 이신형의 무시무시함은 전세계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조그만 방심이 화를 부르면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곧바로 열린 WCS 시즌1 파이널에서 정종현, 김유진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연파하면서 골리앗다운 면모를 곧바로 되찾았지요. 그리고 WCS 코리아 시즌2에서도 16강전에서 최지성에게 일격을 당하긴 했어도 8강에서 김민철을 3대0으로 완파하면서 우승 후보 1순위임을 다시 증명했습니다.

조성주는 어땠나요? 이번 32강에 참가한 선수들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내세울 것이 딱히 없었던 선수였습니다. 32강에서 김유진을 꺾고 16강에 올라온 것은 행운이라 저평가됐고 16강에서 2전 전승을 거둘 때에도 "나이 어린 선수가 기량이 꽤 괜찮다"는 평가가 전부였습니다. 8강전에서 강동현을 꺾었지만 "이신형에게는 안될 거야"라는 코멘트가 따라다녔습니다.

그렇지만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듯 조성주는 이신형을 꺾었습니다. 그의 손에는 전략이라는 돌팔매가 들려 있었죠. 조성주가 던진 4개의 돌팔매는 이신형의 급소에 연거푸 적중했지요. 이신형을 무너뜨린 돌팔매가 무엇이었는지 '핀포인트'를 통해 분석해보시죠.

◆1번 '돌팔매' 밴시
조성주는 4강 1세트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밴시 흔들기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2가 군단의 심장으로 넘어오기 전까지 테란전은 밴시 싸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밴시는 공중 공격이 되지 않는 유닛이지만 지상군을 상대로 엄청난 화력을 자랑했습니다. 체력이 좋은 건설로봇도 두 번 공격 당하면 파괴될 정도이니 해병은 말할 것도 없지요. 무리하게 확장 기지를 가져가는 선수에게 밴시는 확실한 카운터 카드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래서 한 때에는 상대방이 밴시를 사용할 수도 있으니 우주공항에서 바이킹을 확보하고 앞마당에 사령부를 안착시키는 전략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상대는 이를 역으로 활용해서 먼저 확장을 가져가기도 했고요. 밴시가 전략의 중심이었다는 뜻입니다.

조성주는 1세트에서 밴시를 썼습니다. 군수공장을 올린 뒤 우주공항을 만들었고 기술실을 부착하며 밴시의 은폐까지 개발했지요. 왜 밴시였을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근거가 존재합니다. 하나는 군단의 심장에서 최고의 테란 조합으로 꼽히는 화염기갑병과 의료선 조합이 다운그레이드(너프라고 주로 이야기합니다)됐기 때문입니다. 군단의 심장 버전에서 새롭게 등장한 화염기갑병은 경장갑(해병이나 건설로봇)을 테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체력이 좋기도 하지만 방사형 공격을 통해 일꾼이나 해병 등 경장갑 유닛을 공격하면 추가 데미지가 들어갑니다. 세 번 공격을 당하면 잡히고 근처에 있는 유닛들도 체력이 상당히 빠집니다. 그랬던 화염 기갑병이 너프를 당하면서 경장갑에게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공격 효과가 사라졌습니다.

조성주가 은폐밴시로 이신형 진영을 괴롭히는 모습입니다.(온게임넷 화면 캡처)
조성주가 은폐밴시로 이신형 진영을 괴롭히는 모습입니다.(온게임넷 화면 캡처)


이신형이 군단의 심장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이유는 바로 이 화염기갑병에게 있었습니다. 의료선에 점화 기능이 새롭게 생기면서 이동 속도를 단시간에 높일 수 있었고 화염기갑병을 태워 이동할 경우 컨트롤 여부에 따라 상대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었습니다. 손 빠르기로 유명한 이신형에게 화염기갑병과 의료선 조합은 날개를 달아줬죠.

그렇지만 화염기갑병이 너프된 이후 이신형의 장점은 사라졌습니다. 초반에 화염기갑병 드롭을 시도해도 이익을 보기 어려워지면서 이신형이 갖고 있던 무기가 사라졌죠. 골리앗에게서 칼을 빼앗은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조성주는 이를 적극적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이신형의 무기가 사라진 것을 알고 있었고 자신이 예리하게 벼린 돌팔매를 던졌습니다. 밴시였죠. 조성주는 스타2를 자유의 날개 때부터 플레이했기 때문에 다양한 전략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잘하는 플레이가 밴시 흔들기였습니다. 개인리그에서 높은 곳에 올라온 적이 없었기에 공개되지 않았던 조성주의 은폐 밴시는 이신형의 머리 속에 없었던 카드였죠.

첫 밴시를 생산한 조성주는 체력이 빠질 때까지 이신형의 건설로봇과 해병을 두드렸습니다. 바이킹 확보보다 앞마당 확장 기지를 먼저 시도했던 이신형이었기에 은근히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자신의 밴시가 붉은 색 체력으로 변할 즈음 조성주는 은폐 업그레이드를 완성하면서 이신형을 또 다시 괴롭혔습니다. 스캐너 탐색의 마나를 빼놓을 계획이었던 것이지요.

조성주는 지속적으로 밴시를 생산했습니다. 한 기가 잡히면 다음 밴시가 와서 이신형을 괴롭혔고 체력이 빠질 때쯤이면 다른 밴시를 전장에 투입하면서 흔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준비하고 있던 병력이 있었지요. 확장 기지를 가져가지 않은 조성주는 광물 400을 공성전차와 해병에 투자했습니다. 밴시로 견제하는 동안 병영과 군수공장에서 지속적으로 병력을 생산한 결과였고 이신형의 앞마당 지역으로 치고 들어갔습니다. 밴시를 막느랴 조성주의 병력수를 체크하지 못한 이신형은 뜬금 없는 러시에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2번 '돌팔매' 의료선
1세트에서 본진에서 생산된 밴시로 이신형을 흔들었던 조성주는 2세트에서 전진 건물 전략을 구사합니다. 몰래 빼놓은 건설로봇을 9시 지역으로 보낸 조성주는 우주공항을 지으면서 견제를 시도합니다.

이신형은 이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입니다. 조성주의 진영으로 보낸 건설로봇을 통해 군수공장이 지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뭔가 수를 쓸 것이라 예상했을 것입니다. 예상했기에 밤까마귀를 생산하면서 수비에 나선 것이지요.

밴시를 준비하던 이신형, 조성주의 의료선에 정신 없이 당하는 모습입니다.(온게임넷 화면 캡처)
밴시를 준비하던 이신형, 조성주의 의료선에 정신 없이 당하는 모습입니다.(온게임넷 화면 캡처)


그러나 이신형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조성주가 우주공항에서 생산한 유닛이 밴시가 아니라 의료선이었기 때문이지요. 조성주는 의료선이 생산되는 타이밍에 해병과 화염차, 땅거미지뢰를 9시로 보냈습니다. 곧바로 탑승시켰고 이신형의 본진에 드롭했죠.

여기에서 백미는 땅거미지뢰입니다. 이신형이 건설로봇과 해병을 이끌고 막으러 오자 조성주의 땅거미지뢰가 반응하면서 체력을 모두 빼놓은 것이지요. 이어진 의료선 2기 드롭을 이신형이 막지 못한 것도 바로 체력이 빠진 건설로봇과 해병으로는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3번 '돌팔매' 전진 병영
1, 2세트를 우주공항에서 생산되는 유닛을 통한 전략으로 승리한 조성주는 3세트에서 극단적인 전략을 구사합니다. 테란이 쓸 수 있는 가장 가난한 체제인 11 건설로봇 2 병영 체제를 택한 것이지요.

이 전략은 보급고를 지은 이후 건설로봇을 진출시켜 병영을 2개 건설하는 체제입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 2배럭 체제와 비슷한 구석이 많은 이 전략은 테란전에서도 자주 쓰입니다. 특히 확장 지향성이 강한 선수들을 상대할 때 자주 나오는 전략인데요. 1, 2세트를 가져간 조성주에게는 통해도 그만, 실패해도 그만인 전략이죠.

조성주가 전진 병영을 건설하고 있는 모습입니다.(온게임넷 화면 캡처)
조성주가 전진 병영을 건설하고 있는 모습입니다.(온게임넷 화면 캡처)


조성주가 3세트 '아나콘다'에서 이 전략을 구사한 이유는 이신형의 확장 지향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 맵이 2인용이고 안쪽에 확장 기지를 가져가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이신형은 분명 사령부를 먼저 지으면서 테크트리를 늦출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지요. 2대0으로 앞선 상황에서 이신형은 가장 자신 있는 확장 중심의 전략을 택할 것이고 이를 노린 조성주의 전진 2병영 전략을 통할 가능성이 높았고 통했습니다.

게다가 이신형에게 운이 따라주지도 않았지요. 정찰 보낸 건설로봇이 조성주의 병영이 지어져 있는 곳을 지나쳐서 중앙 지역으로 가면서 전진 병영을 보지도 못했습니다. 조성주의 일꾼과 해병이 언덕 위를 장악했을 때 이신형은 돌을 던지고 말았습니다.

◆4번째 돌팔매 맞기도 전에 녹다운
3세트까지 내준 뒤 이신형의 표정은 하얗게 질려 있었습니다. 뭔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지요. 사용하는 전략마다 모두 어긋나고 조성주가 이신형이 어떤 전략을 사용할지 알고 있다는 듯 100% 맞춤 대응으로 나가니까 맥이 풀려버렸습니다. 권투에서 보디 블로를 자주 허용하면 외상은 없지만 라운드가 거듭된 후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표현하지요. 이신형의 상황이 그랬습니다.

1, 2, 3세트를 전략적으로 승부를 본 조성주는 4세트에서 느긋하게 풀어갔습니다. 이신형이 조바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안정적으로 대응한 것이지요. 실제로 이신형은 몸이 달아 오른 듯 해병과 화염차만으로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조성주에게 초반에 피해를 입혀야만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의료선으로 카운터 펀치를 날린 조성주.(온게임넷 화면 캡처)
의료선으로 카운터 펀치를 날린 조성주.(온게임넷 화면 캡처)


조성주는 기다렸고 의료선이 충원되면서 이신형의 공격을 수월하게 받아냈습니다. 추격하면서 화염차도 끊었지요. 이후에는 말씀 드리지 않아도 되겠지요? 보디 블로를 맞아 다리가 풀린 이신형은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다윗이 던진 3개의 돌팔매에 급소를 정타당한 골리앗이 무너지듯 이신형이 무너졌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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