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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이신형의 지뢰는 특별하다!

남윤성 기자

2015-03-06 06:17

이신형이 프라임과의 1세트에 출전, 장현우를 압도한 뒤 시크하게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이신형이 프라임과의 1세트에 출전, 장현우를 압도한 뒤 시크하게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역사에서 테란은 마인이라는 유닛(또는 부산물)과 큰 인연을 갖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 시절 머린과 메딕이라는 힘 없고 보잘 것 없는 유닛들-모이면 엄청 세고 효율도 높지만-로 어떻게 이겨야 할 지 해법을 찾지 못하던 테란은 사거리가 길고 화력이 좋은 탱크까지 가는 연결 고리인 벌처를 발견하면서 '사기 종족'이라는 평가를 들었습니다.

프로토스를 상대로는 벌처의 마인을 통해 이동 경로를 차단하고 프로브를 솎아냈고 저그를 만나 바이오닉으로 대항하다 확장 기지가 늘어나면 팩토리를 늘리면서 메카닉으로 전환할 때에도 벌처로 시간을 끌죠.


◇스타1 시절 마인 대박 영상 모음(유부브=MrEric4video 제작).

스타크래프트2로 전환되면서 테란 플레이어들이 아쉬워했던 부분은 바로 벌처, 아니 마인의 부재였습니다. 화염차라는 유닛이 자유의 날개에 등장했지만 속 빈 강정이었죠. 마인을 매설할 수 없는 벌처는 '앙꼬 빠진 단팥빵'이었습니다.

군단의 심장으로 넘어오면서 블리자드는 마인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스타1 시절 팩토리에서 미네랄 100, 개스 100만 들이면 벌처가 생산되는 족족 3개씩 마인을 갖출 수 있던 것이 '사기'라고 인정한 셈이지요. 그래서 군수공장에서 광물 75, 개스 25를 들여 별도로 생산하고 인구수도 2나 배정하면서 부산물이 아닌 유닛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땅거미 지뢰에 대한 블리자드의 설명(사진=블리자드 스타2 공식 홈페이지 캡처).
땅거미 지뢰에 대한 블리자드의 설명(사진=블리자드 스타2 공식 홈페이지 캡처).

◆너프와 버프를 오간 지뢰
블리자드가 군단의 심장에 들어갈 유닛을 공개했을 때 땅거미지뢰(당시에는 거머리지뢰로 번역됐습니다. widow mine이라는 영어 이름 때문이었죠)는 너무나도 획기적기며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스타1에서 쓰던 스파이더 마인은 지상군에만 적용됐지만 땅거미지뢰는 공중 유닛에도 적용됐습니다.

게다가 디텍팅 기능까지 갖추고 있었지요. 프로토스가 옵저버를 띄워서 마인을 제거하던 스타1 시절과 달리 관측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땅거미지뢰가 관측선을 먼저 파괴하면서 엄청난 압박을 줬습니다.

디텍팅 기능까지 주는 일은 밸런스를 깨뜨리는 일이라 판단한 블리자드는 은퍠 유닛을 감지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방사 피해 범위까지 좁히면서 땅거미지뢰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은 이어졌습니다.
땅거미 지뢰의 제원(사진=블리자드 공식 홈페이지 캡처).
땅거미 지뢰의 제원(사진=블리자드 공식 홈페이지 캡처).

◆서서히 드러난 지뢰의 위력
땅거미지뢰는 저그전에서 자주 쓰였습니다. 해병과 불곰, 의료선을 주력으로 사용하던 테란들의 저그전에서 군수공장 유닛은 쓸모 없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화염차는 중후반전 이후에는 쓰기가 어렵고 공성전차는 느리기 때문에 기동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지요.

땅거미지뢰가 추가되면서 테란들은 지뢰 활용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초반 견제용으로 쓰이던 지뢰는 중후반전에도 유용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저그가 테크트리를 올리지 않고 저글링과 맹독충, 뮤탈리스크를 조합했을 때 지뢰가 적절하게 방사 피해를 입히면 세 유닛이 뭉쳐 다니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죠.

프로토스전에서 땅거미지뢰는 전형적인 초반 견제를 위해서 사용됩니다. 프로토스가 추적자의 일점사만으로 땅거미지뢰를 제압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의료선에 태워서 자주 활용됐지요. 인구수 8을 태울 수 있는 의료선에 해병 4기와 땅거미지뢰 2기를 실어 견제할 경우 프로토스를 애먹일 수 있죠. 특히 관측선을 배제한 테크트리를 타는 프로토스라면 테란의 견제는 엄청나게 세집니다.

◆지뢰에 의해 끝난 경기
3일 열린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5 시즌 2라운드 1주차 프라임과의 경기에서 1세트에 출전한 SK텔레콤 이신형은 땅거미지뢰 드롭으로 경기를 끝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장현우를 상대한 이신형은 모두가 아는 땅거미지뢰 드롭을 시도합니다. 병영에서 해병을 생산한 이신형은 장현우의 추적자를 공격하면서 땅거미지뢰가 이동할 수 있는 길을 엽니다. 장현우 또한 추적자를 2기만 해병에 붙여 놓으면서 본진에 추가 추적자를 소환, 지뢰 드롭에 대비하죠.

장현우의 추적자가 본진에 있었고 관측선이 곧 생산될 타이밍에 이신형은 의료선을 프로토스의 진영으로 보냅니다. 땅거미지뢰를 추적자 위에 그대로 떨군 이신형은 낙하산 드롭을 통해 지뢰 한 기를 연결체와 광물 사이에 떨어뜨리죠. 그리고는 탐사정 4기를 잡아냅니다.

2차 드롭은 더욱 대박이 나는데요. 새로이 생산된 지뢰 2기를 의료선에 태어 프로토스의 앞마당으로 이동하지요. 장현우가 관측선으로 보긴 했지만 공격 유닛이 별로 없었던 탓에 안전하게 프로토스의 광물 지역에 떨어진 지뢰 2기는 탐사정 6기를 잡아냈습니다.

불과 3분 사이에 10기 가까이 일꾼 차이가 나면서 경기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이신형은 해병과 불곰, 의료선을 양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고 장현우는 추적자와 거신을 조합하기에는 자원이 빠듯한 상황에 처합니다.


◇이신형과 장현우의 프로리그 경기 장면(스포티비게임즈 제공).
◆이신형의 지뢰는 특별하다
이신형의 지뢰는 무엇이 특별했을까요. 다른 선수들과의 차별점이라고 하면 크게 두 가지로 보여지는데요. 의료선을 과감하게 프로토스 유닛 위로 날린다는 점입니다. 의료선은 체력이 꽤나 많은 유닛에 속합니다. 150의 체력을 갖고 있는데요. 추적자 한 기로 의료선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10여 번을 두드려야 합니다.

2~3기의 추적자만으로는 의료선을 때려봤자 드롭을 원천봉쇄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뢰가 떨어진 뒤에 대처가 중요한데요. 이신형이 너무나도 과감하게 추적자 머리 위로 의료선을 이동시켰고 땅거미지뢰를 떨어뜨리니까 장현우는 당황했습니다.

지뢰가 떨어졌을 때 상대는 일꾼을 산개하고 한 기만 근처로 이동시키는 컨트롤을 해주는데요. 장현우는 놀란 듯 일꾼을 대강 분산만 시켜놓았습니다.

이신형의 특별한 점은 지뢰의 공격 대상을 일점사한다는 사실입니다. 땅거미지뢰로 타깃 공격을 시도하기란 쉽지 않은데요. 어느 정도 거리 안에 들어오면 지뢰가 알아서 공격을 시도하기 때문입니다. 이신형은 장현우가 탐사정 산개를 제대로 하지 못하자 뭉쳐 있는 탐사정을 찾아 순간적으로 일점사를 하면서 두 번의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의료선 기동에 대한 자신감과 짧은 시간에 지뢰가 공격할 타깃을 정해 강제 공격을 시키는 순발력이 '이신형표' 지뢰 대박의 요인이 아닐까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남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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