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워크래프트, 조작맵에서도 우승? 제5의 종족 장재호

2017-05-19 18:08
수많은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임 내 시스템, 오류 혹은 이용자들이 원인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게임 내외를 막론한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해서,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게.이.머'의 이번 시간에 다룰 이야기는 '안드로장' 장재호 선수와 관련있는 일화인데요. 전승 우승 등 놀라운 기록을 세운 장재호 선수지만 가장 놀라운 일이 있습니다. 바로 불리하도록 조작된 맵에서도 승리한 일입니다.

◇ 장재호

◆안드로장, 장재호가 누구?

'안드로장'이라는 별칭을 가진 '워크래프트3' 프로게이머 장재호는 '워크래프트3' 확장팩인 '프로즌쓰론' 발매 이후 두각을 나타낸 선수인데요. 국내 '워크래프트3' 리그인 '프라임리그2'를 우승하고 '프라임리그3'에서 준우승을 하며 점차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프라임리그5'와 WEG 1차 시즌에서는 급기야 전승 우승까지 했는데요. MWL에서는 개막전에서 1 패배를 당하더니 남은 경기를 전승하며 우승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거둔 수상 실적도 실적이지만 경기 내용도 일품이라 MBC게임 '프라임리그' 시절에는 해설진들이 장재호가 어떤 전술을 펼치는 것인지 파악이 힘들어 시청자와 함께 궁금해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기도 했죠.


장재호가 이길까가 아니라 장재호가 어떻게 이길까에 관심이 몰린 것인데요. 각종 맵 파악도도 뛰어나 기발한 위치에 멀티를 건설해 승리하거나 글레이브 쓰로워를 통한 금광 테러 등 맵 제작자를 능가하는 맵 이해도를 보여주자 중간에 맵이 수정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압도적인 기량차이를 보이다보니, 미국의 e-스포츠 관련 웹진인 갓프래그(gotfrag)의 집계에 따르면 2007년 한해 동안 전세계에서 열렸던 '워크래프트3' 대회 총 상금액은 약 백만 달러 중에서 약 16.5%에 해당하는 16만8074달러를 장재호 한 사람이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대단하네요.

◆경기 후, 뭔가 이상한데…

2004년. 장재호와 이중헌은 '프라임리그5' 4강 매치였던 장용석과 김홍재의 경기에서 70이 넘는 나이트엘프 인구 수를 인구 50의 오크가 이긴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장재호는 "오크가 너무 강하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이중헌은 뭔가 있다는 직감이 왔고 결국 지인을 통해 해당 맵을 입수, 프로텍트를 풀어봤는데요.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 오크 종족의 스테이터스와 기술 대부분이 상향돼 있었다

바로 오크를 제외한 모든 종족들의 스테이터스가 하향돼 있었던 것인데요. 오크 종족의 '피언'은 체력 회복률을 기존 0.25에서 0.45로 늘리고 '그런트' 훈련 시간도 30초에서 28초로 '인스네어' 마법 유효 범위도 500에서 600으로 늘리는 등 미세한 상향을 해두고는 나이트엘프 종족은 '위습'의 기술인 '디토네이트' 범위를 300에서 270으로 줄이거나 '아처' 훈련 시간을 20에서 21로 늘리는 식이었습니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이 것들이 모이니 무시할 수 없는 수치가 된 것이죠.

◆범인은 해설위원

게다가 범인은 MBC게임의 해설위원이자 리그 운영에 관여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졌던 장재영으로 밝혀져 팬들에게 더욱 충격을 안겼는데요. 그는 이전부터 맵에 스폰서 광고를 넣거나 스킬 이펙트를 화려하게 수정하는 등의 맵 수정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당시 MBC게임에서 공개한 관련 사과문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서 경기 맵의 세세한 부분을 수정했다는데요. 알고보니 '프라임리그2'를 제외한 의 모든 경기에 이 조작된 맵이 사용됐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최약체 종족이었던 오크가 승리하는 극적인 상황을 일으켜 리그를 흥행시키려고 했다는 해명을 남긴 그는 MBC게임에서 퇴출 처리가 됐고 사건은 일단락됐습니다.

◆조작 맵에서도 우승한 선수 장재호

이렇게 조작맵이 사용된 '프라임리그5'였지만 장재호는 결승전에서 천정희에서 1패를 기록하기전까지 타 종족전 승률 100%를 기록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밸런스 패치하나에도 승률이 크게 변하는 RTS 게임에서 종족 전체가 하향된 채로 싸웠는데도 승리해 결국 우승을 차지했으니 말입니다. 물론 장재호를 최고의 선수로 꼽는 이유는 단순이 연승하기 때문이 아니라 쇼맨십을 갖춘 선수였기 때문이기도 하죠.

◇ 장재호는 최근 이벤트 매치에 나서기도 했다

국내에서의 인지도도 높지만 해외에서는 더욱 높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는 장재호. 베이징 올림픽 당시 중국 '워크래프트3' 프로게이머 리샤오펑과 함께 성화봉송을 할 정도이니 대단하긴 합니다.

다만 이 사건이 폭로됨으로서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던 상황인 국내 '워크래프트3' 리그는 점차 설자리를 잃고 말았습니다. 그 뒤 '스타크래프트' 단일 리그 체제가 한동안 이어졌죠. MBC게임에서 'MWL W3'리그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아예 리그가 없기도 했고 말입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