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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오버워치 e스포츠, 기회가 위기다

이시우 기자

2017-05-25 00:26

[기자석] 오버워치 e스포츠, 기회가 위기다
오버워치가 출시된 지 1년이 지났다. 국민 인기 게임으로 자리매김한 오버워치는 이제 전국 PC방 어느 곳을 가더라도 쉽게 볼 수 있게 됐고, 리그 오브 레전드 다음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e스포츠 대표 종목이 됐다.

오버워치 e스포츠는 특히 여성팬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에이펙스 경기가 열리는 OGN 상암 e스타디움을 방문하는 남녀 팬의 성비는 약 1대9에 가까울 정도로 그 인기가 이례적이다.

인기만 많은 것이 아니라 루나틱 하이, LW, 콩두 등 많은 팀들이 해외 유명팀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실력을 뽐내고 있다. 최근엔 다른 종목에서 그랬던 것처럼 해외팀으로 이적하는 선수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오버워치는 현재로써는 '잘 나가는' 종목이지만 미래를 낙관하긴 힘들다. 국내 팀들은 지난 1년간 많은 것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후원사를 구하지 못해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게다가 대회도 없다. 오버워치가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면서 출시효과를 누리고 있을 때는 각 인터넷방송사 별로 대회가 개최됐지만, 모두 단발성이었다. 현재는 몇몇 아마추어 대회들을 제외하곤 프로 레벨의 대회는 에이펙스 외에 찾기가 힘든 실정이다. 에이펙스는 우승 상금이 1억 원에 달할 정도로 크지만 3위 아래로는 상금이 1천만 원도 되지 않아 수익 면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대회 상황이 이렇다보니 팀들 입장에선 '먹을거리'가 없는 셈. 상금을 딸 수 있는 다른 대회도 없고, 후원사도 붙질 않으니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2018년이 오기 전에 적지 않은 팀들이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팬들은 프로게임단을 운영 중인 기존의 기업팀들이 오버워치 e스포츠에 참여하길 바라고 있지만 기업팀들은 1년 예산에 대한 준비가 이미 지난해에 끝났으니 추가 예산을 책정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기업팀들이 적극 참여하던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가 없어지면서 기업팀 사이에서는 블리자드 종목에 대한 반감도 생겨났다. 이런 분위기 속에 블리자드가 오버워치를 한국e스포츠협회 공인 종목 심사에도 신청하지 않았으니, 프로리그가 생길 리는 만무하다.

e스포츠에 투자하던 기업들조차 오버워치를 외면하고 있는 시점에서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리그를 발표, 기존 오버워치 팀들에게 투자하는 구조가 아닌 자본력이 되는 기업에게 리그 출전권을 판매하겠다고 나섰다. 게다가 그 출전권의 액수가 수십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블리자드가 시장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블리자드가 추구하는 오버워치 리그 시스템이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 순서가 있듯, 지금은 기존 팀들이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시돼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외처럼 여러 게임단들이 오버워치 팀을 해체하는 부정적인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

오버워치 e스포츠는 1년간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시장 상황이라면 1년 뒤에도 같은 모습이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자세로 임하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현재의 오버워치 e스포츠 시장을 기회가 아닌 위기로 봐야한다. 낙관적인 자세만 유지하다간 스타크래프트2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처럼 대회 규모가 급격히 축소되는 일을 면치 못할 것이다. 오버워치, 기회가 곧 위기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이시우 기자

si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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