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STAR] '엄티' 엄성현 "'킹티'라고 처음 불러주신 분께 감사하다"

2017-07-12 03:48
데뷔 두 시즌 만에 '킹'이라는 별명을 얻은 선수가 있다. 바로 진에어 그린윙스의 정글러 '엄티' 엄성현이다. 엄성현은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2017 서머에서 '킹티'다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사실 처음부터 '킹티'였던 것은 아니다. 데뷔 첫 시즌이었던 롤챔스 2017 스프링에선 많이 헤맸고, 그만큼 패배했다. 비단 엄성현 뿐만 아니다. 소속팀 진에어 또한 4승 14패로 시즌 9위를 기록했다. 승강전까지 이어진 길고 혹독한 시즌이었다.

그랬던 진에어와 엄성현이 서머 시즌 들어 확 달라졌다. 1라운드에서만 4승 5패를 기록하며 중위권 싸움에 불을 붙인 것이다. 달라진 진에어의 핵심은 역시 엄성현이었다. 엄성현의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플레이는 정글러의 초반 캐리 메타와 어우러져 뜨거운 맛을 냈다.

한 시즌만에 환골탈태한 엄성현. 비결이 무엇인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묻고 싶은 마음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리고 한층 더 성숙해지고 자신감에 찬 모습의 엄성현을 만날 수 있었다.

Q 4승 5패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예상한 성적이었나.
사실 더 잘 나올 줄 알았어요. 연습 경기로 자료를 수집했을 때 성적이 괜찮았거든요. 개인적으로 MVP전이랑 아프리카 프릭스전이 아쉬웠어요. 팀 상성이 있는지 MVP한테는 못 이기겠더라고요. 삼성 갤럭시를 잡을 거란 생각은 안 했는데 역시 롤챔스는 아무도 모르는구나 싶었죠.

Q 스프링의 진에어와 서머의 진에어는 다른 팀 같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경험이라고 해야할까요. 저는 정글러 선수들이 대부분의 게임 지식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상황에 따른 대처법을 아는데 적용을 못하는 거죠. 제가 스프링 시즌 때 그랬어요. 지금은 고쳐가고 있고요.

사실 스프링 시즌 2라운드 때 어느 정도 고쳐졌는데 멘탈이 흔들렸어요. 한 판을 져도 멘탈 관리를 잘 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최근에 bbq 올리버스 '블레스' 최현웅 선수가 힘들잖아요. 제가 힘들 때 최현웅 선수가 많이 도움을 줬었는데 엄청 좋더라고요. 선수들끼리 서로 도와주면서, 멘탈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스프링 시즌 당시 심리 치료를 받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들었다.
누군가 저를 탓해주면 오히려 괜찮았을텐데 그런 동료들이 없었어요. 동료들이 모두 착하니까요. 제가 자괴감을 많이 느끼는 편이에요. 스스로 못한 부분을 정확히 꼬집으니까 자괴감이 배가 되고요. 위축되고, 팀 내 입지가 작아지면서 사리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사실 스프링 때만 보면 언제 팀을 나가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죠(웃음).

Q 다시 진에어 얘기로 돌아와보자. 서머 시즌에는 진에어 특유의 '늪롤'도 많이 해소된 모습이다.
스프링 때 저희가 늪롤을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 운영을 못해서 강제로 된 것이었잖아요. '쿠잔' 이성혁이 라인전을 잘 하고, '익쑤' 전익수와 '테디' 박진성이 대규모 교전을 잘 하니까 후반은 가는데 운영이 안됐던 거죠.

지금은 강팀들에게 많이 배워서 운영이 돼요. 특히 kt 롤스터요. 하다 보니까 kt가 정답이란 느낌이 들더라고요. 사소한 부분까지 챙기는 초반 운영과 눈덩이를 불려나가는 방식을 많이 배웠죠.

Q 공격적인 톱과 정글 메타가 진에어에게 이점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저희는 익수형이 주도적으로 할 때 승률이 잘 나와요. 그래서 공격적인 챔피언들이 나오는 지금 메타가 게임하기 편하죠.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이잖아요. 아무리 잘하는 팀, 선수들이라도 한 번씩은 실수하기 마련이니 그런 실수를 노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사실 엄성현의 리 신에 대해 말이 많았다. 고집스럽단 평가도 있었고. 그런데 서머 시즌 때는 리 신으로 펄펄 날았다. 엄성현에게 리 신은 어떤 챔피언인가.
인생 챔피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처음 정글러 포지션을 시작했을 때 리 신만 했어요. 리 신이 안 좋은 평가를 받을 때도 애정으로 했죠. 그러다보니 피지컬이 좋아졌고요. 그런데 대회에 출전해보니 리 신이 1티어 챔피언 중 하나인거에요. 메타에 적합한 챔피언이니 썼는데 스프링 때는 파일럿이 안 좋았죠.

Q 서머 때는 렉사이라는 카드도 발굴했다. 어떤 챔피언인가.
렉사이는 스프링 시즌까지 인식이 안 좋았어요. '멍청한 챔피언이다, 수동적이다'란 평가가 많았죠. 저도 그런 챔피언을 싫어해서 안 다뤘는데 리메이크가 되자 마자 '사기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궁극기 판정을 보자마자 시무룩하긴 했지만요(웃음). 이번 7.12, 7.13 패치에서 버프를 받아서 걱정이에요. 제가 제일 많이 연구했으니까 저만 쓰겠거니 했는데 이젠 다 쓸 것 같아요.

Q 초반 날카로운 정글 루트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
저는 다른 분들처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kt나 SK텔레콤 T1 정글러분들은 다른 라이너분들의 임팩트가 크니까 묻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정글러가 과감하게 하고, 몰아치는 스타일이잖아요. 성향 차이 때문에 제가 돋보일 뿐이에요.

Q 서머 시즌에 들어 진에어가 가장 발전한 부분은 무엇인가.
우선 진에어 입장에서는 어느 한 라인의 각성이 필요했어요. 미드나 톱, 정글에서요. 바텀 듀오는 잘하는 상황이었으니 다른 라인의 발전이 필요했죠. 지금은 다른 형들의 실력이 늘었고, 전체적으로 발전했어요. 그래서 좋은 성과가 나온 것 같아요.

Q '쿠잔' 이성혁의 챔피언 폭이 좁다는 평가가 있는데.
대세에 비해서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아니라고 봐요. 성혁이형은 어떤 챔피언을 잡아도 라인전을 잘 해요. 개입 공격을 당하는 모습에 숙련도가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을 순 있지만 라인전만큼은 톱 클래스라고 생각하거든요. 걱정하지 않아요. 잘해줄 거라고 믿으니까요.

Q 사실 서머 시즌에 발전했다는 얘길 나누고 있지만, 처음부터 좋진 않았다. 첫 경기였던 MVP전에선 패하지 않았나.
너무 아쉬웠어요. 그 경기 이후에 나왔던 얘기가 아직까지 오더가 갈린다는 것이었어요. 당시에도 콜이 혼잡했거든요. 그 때 문제를 피드백했고, 지금은 저도 주관적으로 오더를 내리다보니 편해졌어요.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콜이 없어졌어요. 저는 설계해놓고 개입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갑자기 성혁이형이 각이라고 부르는 상황들이 있었거든요. 갑작스러운 '갱콜'을 하지말자고 정하고 나니 경기력이 좋아졌어요.

Q 1라운드 땐 소위 강팀으로 분류되는 팀을 꺾지 못했다. 그런데 2라운드 첫 경기에선 삼성을 잡아냈다.
2라운드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님도 '여기서부턴 순위도, 강팀과 약팀의 분류도 없다. 모두 0승이다'라고 말씀하셨고요. 그 생각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준 것 같아요. 삼성도 0승, 우리도 0승이라고 생각하니까 편했어요.

Q 산 넘어 산이라고 해야할까. 다음 상대는 kt다.
저는 kt가 상극이라고 생각해요. 비슷한 스타일인데 저희보다 능숙하니까요. 우선 '스코어' 고동빈 선수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상대 정글러를 잘 말리게 하시는데다, 신인 전문이시잖아요. 락스 타이거즈전에서도 '라바' 김태훈 선수를 집요하게 파시더라고요. 김태훈 선수랑 꽤 친한데 불쌍했어요.

Q 리프트 라이벌스로 한 주 시간을 벌었는데 어떤 연습을 했나.
지금 OP(Over Powered)라 불리는 챔피언들을 금지하지 않고 상대해보고 있어요. 시즌 중에 자크, 갈리오 같은 챔피언을 푸는 것은 도박이잖아요. 여러 챔피언들을 상대해보면서 '안 되겠다' 싶은 것들은 제외시키고, 그렇게 연습하고 있어요.

Q 진에어는 렉사이, 라칸, 클레드 등 자신만의 독특한 무기들을 발견하는 것 같다. 연습의 방향이 궁금한데.
패치가 된 챔피언들을 한 번씩 해봐요. 저는 PBE 패치일 때부터 보고요. '이 챔피언은 이렇게 바뀌네,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싶은 챔피언들은 적용되자마자 바로 연습해요. 최근에는 상향된 킨드레드를 4판 정도 써봤는데 '정글 트리스타나'더라고요. 필수 아이템이 3개 정도 나오면 강한데, 요새 메타는 정글러가 초반에 강해야 해서 상향의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라이엇 게임즈가 조금 더 버프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Q 포스트시즌 가시권이다. 진출을 위해 진에어가 보충할 부분이 있다면.
서로 간의 소통이 조금 더 활발해져야 할 것 같아요. 콜도 많이 필요하고요. 상대 미드 라이너가 사라졌으면 바로 바로 알려주고, 상대 정글러가 골렘 둥지에 있었는데 이후 10초 동안 안 보이면 바텀에 갔을 수도 있으니 사리라고 말해주고요. 콜이 부족할 때, 손해 보는 일이 많으니까 보충해야 할 것 같아요.

Q 사실 이번 시즌은 엄성현에게 유달리 특별할 것 같다. '킹티'라는 별명을 얻었으니 말이다. 혹시 이런 별명이 부담스럽진 않나.
부담스럽진 않아요. 저는 이 별명이 채팅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아는데, 처음 말씀해주신 분께 감사해요. '킹티'라는 닉네임을 보면서 좋은 느낌과 기운을 얻거든요. 실력으로 돋보인 것이다보니 저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클템' 이현우 해설위원님이나 김동준 해설위원님도 대기실에서 '킹티!'하고 외치고 가시고요(웃음).

Q 본격적으로 2라운드가 막을 올렸다. 희망 승 수와 목표를 듣고싶다.
10승에서 11승 정도 하고 싶어요.

Q 엄성현 개인의 목표는 무엇인가.
팀의 목표는 승리고, 제 목표는 계속 이렇게 눈에 띄는 것이에요. 관심 받는 것을 좋아하니까 프로 게이머를 하는 것이고, 잘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니까요. 제가 흔히 말하는 '관심종자'의 기질이 있거든요. 잘해서 월드 챔피언십도 가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어요. 실력으로 더 유명해져서 올스타전에도 나가보고 싶고요.

Q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방송할 때 톱 라이너분들이 오셔서 이런 저런 말들을 많이 하세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자면 정글은 백정이 아니라 캐리 라인이에요. 어디 톱 라이너가 정글러님이 상대 정글에 들어가시는데 가만히 있어요. 라인 버리고 와야죠. 예전엔 톱 라이너분들의 기세를 이해했는데 지금은 메타가 바뀌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롱주 게이밍의 톱 라이너 '칸' 김동하 선수에게도 한 마디 하고 싶은데요. 동하형, 이상한 말 하지 말고 정글러 백업이나 오세요.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