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국경을 이어주는 연결 다리, 게임

2017-09-09 00:01
◇ LoL 대학생 배틀에 출전한 래 싸이 이메카.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최근엔 게임이 그 대표격으로 떠올랐다. 온라인이라는 가상세계에서 펼쳐지는 게임은 국가 간의 물리적인 거리를 무의미하게 한다. 언어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거리감 또한 현저하게 좁혔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인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대학생 배틀 서머 4강 경기를 취재했다. 4강권 답게 수준높은 경기가 이어졌는데 충남대 '편하게들어가~'(이하 충남대)팀의 멤버 구성이 조금 독특했다. 서포터 자리에 외국인 친구가 앉아있던 것이다. 시선을 잡아 끌었던 충남대는 2대0 완승을 차지하며 결승에 선착했다.

경기가 끝난 후 '외국인 서포터'와 인터뷰를 가졌다. 충남대 래 싸이 이메카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유학생이다. 미국에서 챌린저 티어까지 달성해봤다는 래 싸이는 한국 서버에선 다이아 티어에 머물고 있다고. 인터뷰는 매끄럽게 진행됐다. 다만 문장이 길어지거나 말이 빨라지면 버벅대는 경우가 생겼다.

LoL은 협동이 중요한 팀 게임. 언어 차이가 있는 팀원들끼리는 어울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래 싸이는 연습 초반, 언어적인 차이로 고전했다고 한다. 연습으로 극복했지만 말이다. 연습 과정에서 래 싸이를 도와준 것은 소위 '콩글리시'를 사용하는 게임 문화였다.

갱, 로밍 등 특정 플레이부터 인피, 라위, 데캡 같은 아이템까지. LoL 내에선 영문 이름을 한국식으로 변형한 단어들이 많이 쓰인다. 그리고 이것이 게임 내 문화로 자리잡았고, 언어의 국경을 허물고 서로를 연결시켜 주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래 싸이만의 경우가 아니다. 해외에 진출한 다수의 한국 선수들도 게임 내 소통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하며, 한국에 전지훈련을 온 외국 선수들 또한 무리없이 적응한다. LoL 안에서 국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같이 PC방에 가줄 친구를 사귀고 싶어 팀에 합류했다는 래 싸이. 그는 게임을 통해 한국 친구를 많이 만날 수 있었다고 웃어 보였다. 게임의 순기능에 뿌듯하던 찰나, 이어지는 래 싸이의 말은 조금 뜨끔했다. 바로 게임을 이용하는 일부 이용자들의 공격적인 언행이다.

"욕하는 사람도 많지만 무시하고 즐기고 있다"는 래 싸이의 말을 들음과 동시에 유럽 LoL팀 G2 e스포츠의 원거리 딜러 'Zven' 제스퍼 스베닝센이 작년 전지 훈련 당시에 남겼던 글이 생각났다. 'I think the hardest part of koeran soloq is convincing my teammates that I have a mom'이라는 내용이었는데 한국 서버 내의 불쾌한 언행에 대한 언급이었다. 몇몇 불필요한 언어와 문화는 역으로 심리적 거리감을 넓히고 있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 나라가 달라도 한 팀으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LoL. 타지에서 게임을 통해 외로움을 달랬다는 래 싸이를 보며 마음 한 켠이 따뜻해졌고, 동시에 공격적인 언행에 대한 반성이 필요함을 느꼈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