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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추억, 반전, 품격이 공존했던 플레이-인

이윤지 기자

2017-09-28 00:30

2017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무대. (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2017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무대. (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지난 23일 중국 우한에서 성대한 막을 올렸다. 여느 때처럼 8강 진출을 위해 16개 팀이 각축전이 벌이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번 롤드컵은 12개 팀이 조별 스테이지 티켓을 두고 맞붙는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시작했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플레이-인 스테이지가 신설된다는 소식은 참으로 반가웠다. 롤드컵이라는 대회의 의미를 알기에, 조금 더 많은 팀들이 경험해보길 바랐기 때문이다. LoL 프로씬의 수준을 높이고, 각 지역의 고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선 더 많은 기회가 필요했다.

이처럼 일찍이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반겼던 이유는 지극히 선수와 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플레이-인 스테이지는 팬과 시청자들에게 더 큰 이점을 안겨줬다. 황홀한 재미 말이다.

플레이-인 스테이지 A조 경기에서 우리를 황홀케 했던 키워드는 3개였다. 추억, 반전, 그리고 품격이다. 우선 추억은 독립연합국가의 갬빗 e스포츠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갬빗은 LoL 베테랑 선수들이 다수 모여있는 팀이다. 특히 정글러 'Diamondprox' 다닐 리쉐트니코프와 서포터 'EDward' 에드워드 아브개리언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1세대 프로게이머다. 갬빗은 비록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전패하며 물러났지만, 그들이 자랑하는 챔피언과 경기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했다.

반전을 준 것은 라틴 아메리카 북부의 라이온 게이밍이었다. 와일드카드 지역에서 한 팀씩 나오던 복병의 역할을 2017년에는 라이온 게이밍이 맡은 모양새였다. 라이온 게이밍은 월드 엘리트(이하 WE)와의 첫 경기부터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비록 패배했지만 WE를 지독하게 괴롭히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레전드 선수들이 모인 갬빗은 두 번 연속 꺾었다.

라이온 게이밍의 정글러 'Oddie' 세바스티안 니노는 마오마이를 잡았을 때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고, 원거리 딜러 'WhiteLotus' 마티아스 무쏘는 칼리스타로 대회 첫 펜타킬을 기록했다. 1라운드에서 잠재력을 뽐낸만큼 클라우드 나인과의 2라운드도 속단할 수 없다.

품격은 역시나 중국 WE와 북미 클라우드 나인의 이야기다. '이 팀이 왜 여기서 나와?'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킬만큼 다채로운 이력과 경기력을 보유한 두 팀은 역시나 전승으로 1라운드를 끝마쳤다. 당장 그룹 스테이지에 진출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였다.

터키 1907 페네르바체. (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터키 1907 페네르바체. (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B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명문 프나틱이 3승 1패로 선전했고, '크래시' 이동우와 '프로즌' 김태일이 출전하고 있는 터키 1907 페네르바체 또한 예상을 뒤엎고 조 1위로 2라운드에 올랐다.

대회를 보면서 감탄사를 날리긴 수십번이지만 '오랜만이네', '설마 이 팀이?', '역시'라는 말을 하게된 것은 오랜만이었다. 경기력이 천차만별인, 낯설고 익숙하기도 한 팀들이 모이는 플레이-인 스테이지였기에 나올 수 있는 감상이었다.

경기 수가 늘어나면 선수들은 조금 더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앞으로 나아갈 탄력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팬들은 재미있고 수준 높은 선수들의 경기를 조금이라도 더 지켜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린다. 어느 누구에게도 실이 없는 득 중의 득이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의 신설. 리그 오브 레전드가 더 성장하고 장수할 수 있는 영양분이 될 것 같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

이윤지 기자

ing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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