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여성대회의 필요성에 대하여

2017-10-27 00:52

얼마 전 오버워치 여성 커뮤니티 대회인 '올 포 레이디스'가 개최됐다.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냉랭했다. 도를 넘는 악플들도 상당수였다. 대부분은 "남녀평등을 외치면서 왜 여성 리그를 따로 여느냐"는 것이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서든어택 챔피언스 리그 여성부 기사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비난에는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도 쉽게 혐오하는 사회 분위기가 어느 정도 녹아 있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성대회를 따로 여는가'에 대해서는 기자 스스로에게도 한 번 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각 게임사가 여성 대회를 여는 이유는 서로 다를 수 있다. 마케팅 차원일 수도 있고, 단순히 다른 종목들이 다 하니 대수롭지 않게 여겨 따라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여성 대회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는 기회 제공의 측면이 크다고 본다.

여성 게이머들은 남성에 비해 동등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등한 기회의 의미란 시스템에 의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여성 게이머가 제대로 된 도전을 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수의 여성 게이머들이 게임 안에서 편견, 선입견, 성차별, 성희롱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런 문제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게임 중 하나인 오버워치를 예로 든다면 여성 유저는 딜러를 못한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힐러만을 강요한다던가, 보이스 채팅으로 여성인 것이 드러날 경우 성희롱이나 성차별적 발언이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공격과 특정 캐릭터 선택이 강요되는 환경 속에서 여성들이 제대로 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플레이는 위축되고, 커뮤니케이션조차 제대로 할 수가 없다보니 상위 랭커에 드는 표본의 수도 적을 수밖에 없다.

물론 남녀의 신체적 차이가 평균 실력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이는 많은 뇌과학자들이 꾸준히 연구 중인 분야로, 남녀의 두뇌 활동 영역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여러 실험들을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지능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간혹 이런 차이를 극복하고 남성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프로 수준에 근접한 여성 게이머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들 역시 똑같은 기회를 제공받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합숙을 하는 팀에 여성 선수가 합류할 경우 별도의 방을 하나 더 마련해야 하는 것처럼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슷한 실력일 경우 팀은 여성이 아닌 남성 선수를 택할 수밖에 없다. 스타크래프트 시절 서지수나 최근 오버워치 에이펙스 무대를 밟았던 락스 오카즈의 '게구리' 김세연 같은 일부 사례가 있지만 모든 팀이 이런 환경을 제공해줄 수는 없다.

힘든 과정을 거쳐 프로 무대에 데뷔한다 하더라도 더 심한 수준의 성희롱과 외모 비하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도 프로의 꿈을 접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기자 역시 게이머였던 시절 여성 멤버와 함께 팀을 꾸려 여러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지만 해당 멤버와 관련된 근거 없는 소문이 돌거나 성희롱 등이 빈번하게 발생해 해당 인원뿐만 아니라 나머지 팀원마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잦았다.

이처럼 여성 게이머들이 남성보다 한층 더 어려운 환경에서 게임을 하다 보니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성부 대회가 따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당장은 여성부 대회가 특권을 주는 것 같지만 이 대회들을 통해 실력을 갈고 닦은 여성 선수나 팀들이 더 큰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 수도 있다. 앞서 말한 남녀 간의 차이 때문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무대를 경험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종국에는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경쟁을 유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부 대회의 존재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혹자가 외치던 남녀평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부 대회에 많은 특혜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일반 대회와 여성 대회의 상금 규모를 비교하면 절대 특혜라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서든어택 챔피언스 리그의 경우 일반부 우승 상금이 1억 원인데 반해 여성부 우승 상금은 3천 만 원에 불과하다. 리그 오브 레전드 레이디스 배틀의 우승 상금은 500만 원으로 2부 리그인 챌린저스 코리아 우승 상금의 4분의 1이며, 3부 리그인 클럽시리즈 우승 상금 1천만 원의 절반 수준이다.(클럽시리즈 우승 상금은 최근 500만 원으로 축소됐다.)

말이 많았던 오버워치 여성 대회 '올 포 레이디스'의 경우엔 우승 상금이 240만 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 대회는 '여성 커뮤니티 대회'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아마추어들을 위한 대회였다.

때문에 성희롱과 영웅 선택에 대한 강요 없이 순수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행사에 "왜 여성 대회를 따로 만드느냐. 그렇게 남자와 대결할 자신이 없느냐"는 식의 주장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마추어 대회에 프로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누군가는 농담처럼 던진 말일 수도 있겠지만, 대회에 참가한 당사자나 기획을 한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특히나 '혐오'에 대해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남을 싸움붙이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성공했겠지만.)

칼럼의 말미에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이 모양새가 썩 좋진 않지만, 기자는 '메갈'이나 '일베'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밝혀둔다. 진영 논리로 본질이 흐려지지 않길 바라서다.

입으로만, 키보드로만 '남녀평등'을 외치지 말고, 맹목적인 혐오도 멈추어야 한다. 즐겁기 위해 시작한 게임이 싸움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남녀 게이머 모두 서로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할 때에 진정한 평등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평등에 한발 가까이 다가가는 것, 여성부 대회가 필요한 이유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