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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지역 락' 교훈 얻지 못한 오버워치 리그

이시우 기자

2017-11-10 00:47

[기자석] '지역 락' 교훈 얻지 못한 오버워치 리그
오버워치 리그 첫 시즌의 전체 로스터가 발표됐다. 모두의 예상대로 첫 시즌부터 한국 선수들이 대거 오버워치 리그에 참가하게 됐다.

오버워치 리그 팀들은 최소 6명에서 최대 12명까지 선수를 등록할 수 있다. 첫 시즌에 참가할 수 있는 선수의 수는 최대 144명인데 이번 시즌에는 총 113명이 등록됐다. 이중 과반이 넘는 63명이 한국 선수다. 서울이 연고지인 다이너스티의 11명을 빼고 계산해도 52명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한국인 코칭스태프도 13명이나 등록됐다.

런던 스핏파이어와 뉴욕 엑셀시오르는 전원 한국 선수로 구성됐고, 보스턴 업라이징과 필라델피아 퓨전, LA 발리언트에는 한국 선수가 서너 명씩 포진돼있다. LA 글래디에이터스와 댈러스 퓨엘에도 한국 선수가 한두 명씩 속해 있다.

한국 선수가 한 명도 없는 팀은 플로리다 메이햄과 휴스턴 아웃로스, 샌프란시스코 쇼크, 상하이 드래곤즈 4팀뿐이다. 오버워치 리그 시즌1에 등록된 유럽 선수는 총 29명이고, 북미는 24명에 불과하다.

아직 뚜껑은 열리지 않았지만, 한국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들은 벌써부터 유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과 런던팀 선수 대부분은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인 에이펙스에서 우승했거나 결승 무대를 밟아본 선수들이다. 뉴욕 선수들도 IEM 경기에서 우승했거나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다. 이 세 팀은 검증된 실력에 선수 간 의사소통 문제까지 없으니 오버워치 리그에서 선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미스피츠 선수들로 구성된 플로리다나 엔비어스 선수들로 구성된 댈러스 두 팀을 제외하면 기존 팀 단위로 선수를 꾸린 팀은 전무하다. 대부분 팀들이 완전히 새로운 조합의 선수들로 구성돼 조직력을 끌어올릴 시간이 필요하기에 한국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들이 리그 초반부터 더 강한 면모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정말로 오버워치 리그에서 한국 선수를 많이 보유한 팀이 꾸준히 리그 상위권을 차지한다면, 해외 팀들은 다음 계약 시즌에 한국 선수들을 영입하려 들 것이다. 오버워치 리그에는 선수의 국적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리그 커미셔너인 네이트 낸저는 지난 8월 열린 간담회서 선수들의 국적 제한에 대한 질문에 대해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리그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른 바 '지역 락'이 없는 것인데, 앞으로 오버워치 리그에서 지역 락을 걸어도 문제, 안 걸어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먼저 지금처럼 지역 락이 없을 경우에는 한국 선수들이 상위권을 휩쓸 경우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부분 팀들이 더 많은 한국 선수를 원할 수 있다. 해외 선수들의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인데,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오래 전 스타크래프트2에서 나왔다.

당시 한국 선수들이 국내외 대회를 모두 휩쓸고 다니자 해외 선수들의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었고, 블리자드는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지역 락 제도를 강화하면서 한국 선수들의 해외대회 출전에 큰 제한을 뒀다.

하지만 스타2의 지역 락 제도는 실효를 보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프로리그까지 사라진 마당에 해외대회까지 나갈 수 없게 되자 적지 않은 선수들이 연이어 은퇴를 결정했다. 인기 많은 한국 선수들을 유치할 수 없게 되자 해외 대회도 이전보다 축소됐고, 신인 선수들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한국이나 해외나 마찬가지가 됐다. 결국 현재의 스타2 e스포츠는 국내외 모두 신인 선수 유입 없이 위태롭게 돌아가고 있다.

또 다른 예로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들 수 있다. 북미와 유럽, 중국 등을 비롯한 해외 리그들은 한 경기에 해외 선수를 최대 2명까지만 출전시킬 수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미 2015년부터 이 제도를 실시해왔다. 만약 라이엇 게임즈가 지역 제한을 두지 않았다면 롤드컵에는 한국 선수들로만 구성된 팀이 7~8개나 나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오버워치 리그에서 뒤늦게 지역 락을 걸 경우엔 한국 선수들의 설 자리가 대폭 축소될 수 있다. 지역 락 제도로 인해 오버워치 리그 팀과 계약이 종료될 경우 국내로 유턴을 해야 하는데 오버워치 리그의 영향 탓에 2018년부터 국내 리그가 축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많은 팀들이 해체했거나 해체 발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나온 선수는 많은데 돌아갈 팀은 얼마 없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오버워치 리그에서 뛰게 된 선수들은 평균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대로 된 급여를 줄 수 없는 국내 팀들의 사정상 이 선수들을 쉽게 붙잡을 수도 없을뿐더러 선수도 환경에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은퇴하는 선수가 나올 수도 있다.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설자리를 줄인다고 해서 해외 선수들이 온전히 그 자리를 메울 수 있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현재 북미와 유럽 선수들은 대부분 컨텐더스 팀으로부터 영입됐기 때문에 컨텐더스 역시 에이펙스와 마찬가지로 많은 팀들이 해체됐거나 차기 시즌 출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능한 신인이 대거 쏟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선수 계약이 시작되기 전 지역 락에 대한 준비가 필요했지만 당시 네이트 낸저는 "앞으로 모니터링을 할 예정"이라고만 말했다. 스타2의 지역 락 문제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리그 오브 레전드가 왜 선수 국적 제한을 뒀는지 전혀 배우지 못한 듯하다.

물론, 해외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펼쳐 팽팽한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앞서 한 얘기들은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한국은 2년 내내 해외 선수들을 압도했고, 에이펙스에서는 해외의 내로라하는 팀들이 출전했지만 첫 시즌을 제외하고는 4강 문턱도 가지 못했다. 일어나지도 않는 일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감이라 하기엔 그동안 한국 선수들이 보여준 능력은 실로 대단했다.

오버워치 리그 지역 락 제도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될지 기우에 불과할지는 1년 뒤에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자의 예상이 빗나가도 좋으니 지역 락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각 팀들의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길 기대해본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이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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