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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스타2 최강국에 던진 '스칼렛'의 돌직구

남윤성 기자

2018-02-14 03:52

한국이 주도하던 스타2 리그를 뒤흔든 주인공 'Scarlett' 사샤 호스틴(사진=아프리카TV 제공).
한국이 주도하던 스타2 리그를 뒤흔든 주인공 'Scarlett' 사샤 호스틴(사진=아프리카TV 제공).
최근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단어는 '스칼렛(Scarlett)'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리기 전 사전 행사 형식으로 진행된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 시즌12 평창 대회에서 'Scarlett' 사샤 호스틴은 7일 결승전에서 진에어 그린윙스 김유진을 4대1로 격파하며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10일 열린 GSL 2018 시즌1 코드S 16강 A조 경기에서 호스틴은 프로토스 주성욱을 꺾은 뒤 승자전에서 테란 이신형을 연달아 무너뜨리면서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호스틴은 스타2에서 내로라하는 한국 선수들을 모두 제압했다. IEM 평창 결승에서 무너뜨린 김유진은 '1억 원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큰 경기에 강한 선수다. IEM 카토비체와 WCS 그랜드 파이널 등 상금이 1억 원이 넘는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고 현재 스타2 누적 상금 1위인 선수다. 결승전에서 김유진과 호스틴의 대결이 성사됐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김유진이 어떤 전략으로 호스틴을 무너뜨릴까였지만 1, 2세트가 끝난 뒤에는 호스틴이 우승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전환됐고 3대0까지 끌고 갔을 때에는 김유진이 영봉패는 당하지 말아야 할 텐데로 바뀌고 말았다. 결국 호스틴은 김유진을 4대1로 제압하면서 정상에 올랐다.

3일 뒤에 열린 GSL 결과는 더욱 센세이셔널했다. 저그전에 약점을 갖고 있는 주성욱을 상대로 2대1로 호스틴이 승리하면서 김유진과의 결승전에서 4대1로 이긴 것이 행운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승자전에서 지난 시즌 GSL 우승자이자 저그전 최강의 테란인 이신형을 맞이한 호스틴은 1세트에서 초반 러시를 성공하면서 이신형의 허를 찔렀고 2세트에서는 다급해진 상대의 화염차 찌르기를 침착하게 막아낸 뒤 맹독충을 대거 생산, 이신형의 앞마당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2대0 완승을 거뒀다.

주성욱과 이신형이라는 GSL 우승자 출신 한국 선수들을 연파한 호스틴은 GSL에서 잊혀지지 않을 기록을 세웠다. 2012년 'Naniwa' 요한 루세시가 32강과 16강을 자력으로 통과한 이후 무려 6년 만에 외국인 선수가 자력으로 8강 티켓을 손에 넣은 것이다.

호스틴의 연이은 승전보는 한국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6년을 끝으로 프로리그가 사라졌고 팀들이 대거 해체하면서 한국 선수들은 팀이라는 울타리가 제공하는 혜택에서 벗어났다. 대회 출전이나 개인 방송 등 스케줄 관리를 혼자 해야 했고 컨디션 관리도 스스로 해내야 했다. 기업 게임단의 운영 하에서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온실 속의 화초'와 같은 환경은 더 이상 주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수들은 GSL과 SSL 등 국내 대회를 모두 석권했고 IEM은 물론, WCS 글로벌 파이널까지도 휩쓸면서 스타크래프트2는 역시 한국이 최고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호스틴이 지난 주에 보여준 활약으로 인해 스타2에서 세운 한국의 아성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타2 선수로 더욱 탄탄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해야겠다고 결정한 뒤 2년 전부터 한국에 연습실을 갖추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호스틴은 이미 외국 선수들 사이에서는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된지 오래다. 2017년에 GSL 32강에 계속 올라왔고 올해에는 32강을 통과하면서 한국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이끌어낸 호스틴은 김유진, 주성욱, 이신형을 연파하면서 파격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 속에는 함께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엑스퍼트 팀 소속 'NoRegreT' 제이크 엄플레비의 도움도 컸다. 호스틴과 함께 연습하고 있는 엄플레비는 선수이지만 전력 분석관 역할도 해주면서 전략, 운영을 함께 연구하며 호스틴의 성장에 가속도를 붙였다.

호스틴은 한국의 스타2 선수들에게 묵직한 돌직구를 던졌다. 극초반 전략을 쓰기도 하지만 운영 능력이나 컨트롤, 멀티 태스킹 능력이 한국 선수들의 그것과 거의 차이가 없다. 부족한 점이 보이기도 하지만 외국인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로 메우면서 한국 무대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호스틴을 보면서 한국 선수들이 자극을 받길 바란다. 스타2는 한국 선수들끼리의 경쟁이고 외국 선수들은 한 수 아래이니까 맘 편히 준비해도 이긴다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합숙 생활을 하고 있고 도움을 나눌 수 있는 동료까지 있는 호스틴은 과거 팀 체제에서 게임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한국 선수들의 환경과 유사하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더욱 집중하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듯 조심스럽게 상대해야 하는 선수다. 자유롭게 연습하기에 연습량이 부족한 과거의 외국인 선수들과는 다르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부터 한국은, 그리고 한국이 배출한 선수들은 최강의 자리를 지켜왔다. '스칼렛' 사샤 호스틴이라는 외국인 선수가 돌직구를 던지며 정면 승부를 걸어오는 지금, 한국 선수들이 어떻게 응대할지 관심이 모인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남윤성 기자

the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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