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e스포츠의 AG 출전, 대한체육회 의지에 달렸다

2018-05-02 14:39

지난 30일 KBS가 아시안게임에 한국의 e스포츠 스타들이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협회)가 대한체육회의 가맹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예견된 기사였다. 협회는 전병헌 협회장 시절인 2015년 초 대한체육회의 준가맹단체 자격을 얻었다.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체전에 시범 종목으로 나서면서 서버를 다운시킬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정식 체육 종목화라는 e스포츠계의 숙원 사업이 이뤄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회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자격 요건이 강화됐고 대처가 늦었던 협회는 준가맹단체 자격을 상실했다. 9개 이상의 시도 종목단체가 해당 시도 체육회에 가입되어 있어야 할 것이라는 대한체육회 기준을 맞추기 위해 협회는 지역별 공인 e스포츠 PC클럽 등을 만들면서 대처하려 했지만 요건을 충족시키기에는 여건과 시간이 따라주지 않았다.

여기에다 전병헌 협회장 시절에 발생한 비리에 대해 2017년 11월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면서 협회는 혼돈 속에 빠졌다. 지도부가 검찰 수사를 받는 동안 삼성과 CJ 등 대기업들은 협회를 탈퇴했고 아시안 게임을 준비할 틈이 없었다.

2018년 8월로 예정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시간은 계속 다가왔다. 아직 종목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시범 종목으로 e스포츠가 포함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만큼 협회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상위 기관인 대한체육회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자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단체가 선수 선발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의 의지가 있다면 한국이 e스포츠 대표를 내세울 수 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치를 때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한 것을 보면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지속적으로 IOC를 만나 설득했고 평화 올림픽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면서 짧은 시간에 북한이 합류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만들었고 아이스하키 종목에 대한 단일팀까지 이끌어냈다.

아시안게임을 조직하는 OCA(아시아 올림픽 평의회)와 인도네시아아시안게임조직위(INASGOC)에게 한국이 e스포츠의 종주국임을 강조하면서 국내 현실이 아직 미진하지만 선수를 내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다면 OCA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젊은 층을 아시안 게임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e스포츠를 시범 종목으로 넣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만큼 매력적인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는 '시범' 종목이다. 출전해서 입상을 하더라도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거의 없다. 하지만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것이 유력하고 2024년 파리 올림픽 시범 종목 진입 여부도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회 참가는 국내외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대한체육회가 '일개 시범 종목에 불과한' e스포츠라고 생각하지 말고 '미래의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는' e스포츠로 받아들이며 대승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