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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최악의 조건 모두 이겨낸 ASL 시즌5

남윤성 기자

2018-05-30 08:01

ASL 시즌5에서 우승을 차지한 정윤종.
ASL 시즌5에서 우승을 차지한 정윤종.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K-POP 광장에는 1,000여 명이 넘는 팬들이 모여 들었다.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이하 스타1)으로 진행된 아프리카TV 스타리그(이하 ASL) 시즌5 결승전이 열렸고 이를 관전하기 위해 관객들이 운집했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1,000여 개의 좌석을 배치했고 무료 입장이라고 했다. 입장료가 없는 결승전 행사여서 모든 자리가 찼다고 얕볼 수 없는 분위기였다. 관중들은 정윤종과 장윤철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반응하면서 탄성을 내질렀고 삼성동 코엑스 광장은 여느 가수가 펼친 무대보다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다. 관중석에 앉지 못한 팬들은 경기장 옆쪽 인도에 서서 지켜봤고 치어풀 용지를 얻어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에게 전달할 문구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ASL 시즌5 결승전 대진이 정윤종과 장윤철이라는 두 프로토스의 대결로 확정됐을 때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김택용, 송병구, 이영호, 이제동 등 슈퍼 플레이어 '택뱅리쌍'이 등장한 이후 10년 가까이 흥행 카드로 자리매김하면서 메이저 개인리그 중에 네 명의 선수가 결승에서 만나지 않은 대회는 거의 없었다.

2016년부터 ASL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에 이름을 날렸던 선수들이 다시 출전하는 스타1 리그가 재개된 시즌1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스타2 리그인 GSL과 결승전을 같이 치렀지만 이후에는 단독 행사로 결승전을 열었고 네 번 모두 야외 행사로 치렀다.

시즌2에는 연세대학교 대강당, 시즌3에는 서울 어린이 대공원 숲속의 무대, 시즌4에서는 한양대학교 올림픽 체육관에서 결승전을 진행했다. 세 번의 결승전은 모두 이영호가 출전했기에 야외 무대에서 치를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미 스타1에서 전설을 썼던 이영호가 세 시즌 연속 결승에 오르면서 흥행 성공은 어느 정도 담보되어 있었다. 따라서 아프리카TV도 관객을 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야외 결승전을 추진했고 성공적인 결과물을 얻어냈다.

정윤종과 장윤철의 ASL 시즌5 결승전을 보기 위해 코엑스 특설 무대를 찾은 팬들.
정윤종과 장윤철의 ASL 시즌5 결승전을 보기 위해 코엑스 특설 무대를 찾은 팬들.

그런 의미에서 시즌5 결승전을 야외 무대에서 개최한 것은 도박이나 다름 없었다. 이영호가 8강에서 장윤철에게 패해 탈락하면서 흥행 요소가 사라졌기 때문. 이제동도, 송병구도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이영호마저 떨어졌고 3명의 프로토스 사이에서 버텨냈어야 다른 종족전을 치를 수 있던 희망인 조일장마저 4강에서 정윤종에게 무너졌다. 아프리카TV는 야외 결승전을 밀어붙였다. 정윤종과 장윤철이라는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스타1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집중했다.

정윤종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4강전에서 조일장을 꺾은 정윤종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프로게임단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연봉을 받을 수 없는 우리들은 개인 방송의 BJ 자격으로 시청자, 팬들을 만나고 있다. 팬들의 응원, 성원, 함성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동기부여책이기에 많은 성원을 부탁 드린다." 정윤종의 말 때문이었는지, 스타1을 사랑하는 팬들이 많아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팬들이 현장에서 ASL 시즌5 결승전을 지켜 봤고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아프리카TV가 어떤 매치업이 성사되든 결승전 1,000석을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계기는 또 있다. 이번 대회 8강부터 유료 좌석제를 시도했고 85%의 예매율을 달성했다. 100%가 아니었다는 점에서는 아쉬울 수도 있지만 스타1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무료로 관전할 수 있는 결승전에는 당연히 더 많은 팬들이 부담 없이 찾아와서 경기를 즐길 것이라는 자신이 생겼다.

ASL 시즌5는 흥행에 있어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꽤나 많았지만 모두 극복했다. 대회가 열리기 전 부산에서 열린 한 대회에서 승부 조작이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었지만 ASL 시즌5가 막을 열면서 그런 우려는 사라졌다. 스타1 대회를 꾸준히 개최하면서 팬들의 마음을 얻은 아프리카TV의 공을 인정한 팬들은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팬들이 있어야 우리도 있다라고 생각한 선수들은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를 통해 ASL은 많은 것을 얻었다. 진심을 팬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한다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교훈이다. 많은 변화를 경험하면서도 성공을 이끌어낸 ASL의 여섯 번째 시즌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남윤성 기자

the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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