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루키'가 보여준 용병의 모범

2018-11-06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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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이면서도 한국어와 중국어로 소감을 또렷하게 밝힌 송의진.
인빅터스 게이밍(이하 IG)이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2018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유럽 대표 프나틱과 결승전을 펼친 IG는 3대0으로 완승을 거두며 중국 팀 사상 최초로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리면서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IG 선수단 가운데 대표로 방송 인터뷰에 나선 인물은 미드 라이너 '루키' 송의진이었다. 롤드컵에서 미드 라이너의 활약이 승패를 가르는 메타이기도 했지만 송의진은 한국어와 중국어 모두 능숙하게 할 줄 알았기에 선택됐다. 전용준 캐스터의 질문을 받은 송의진은 한국어로 먼저 대답했고 곧바로 중국어로 답하면서 문학주경기장을 찾은 한국 팬들과 중국 팬들을 모두 만족시켰다.

기자 인터뷰에서도 송의진은 빼어난 언어 실력을 과시했다. 미디어 센터에서 진행된 우승팀 인터뷰에는 한국어를 중국어로, 중국어를 한국어로 통역하는 요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중영, 한영 통역 요원만 배치됐다. 송의진이 중국어와 한국어를 능통하게 해냈기 때문이다.

중국 미디어가 한국 선수 또는 코칭 스태프에게 질문하면 '루키' 송의진이 통역해줬고 답변까지도 중국어로 바꿔 설명했다. 한국 미디어들이 중국 선수들에게 질문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송의진이 통역 요원처럼 두 나라 말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질문과 답변을 모두 해냈다.

송의진은 2015년 IG로 이적했다. 이전까지 kt 롤스터 애로우즈 소속으로 활동했던 송의진은 2015년 챔피언스 코리아가 단일팀 체제로 전환되기 전 '마파' 원상연, '카카오' 이병권과 함께 IG로 팀을 옮겼다.

송의진이 중국어를 잘하는 이유는 4년 동안 중국에서 활동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체류 시간이 아무리 길다고 해도 그 지역의 언어를 통역할 정도의 실력이 되려면 끊임 없는 자기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송의진이 이번 롤드컵에서 보여준 것은 단순히 실력만은 아니다. 용병으로 중국에 체류하면서 언어를 익히면서 완벽하게 현지화를 이뤄냈다. 게임과 관련된 용어 뿐만 아니라 생활 중국어까지 배운 송의진은 새로운 한국 선수가 오면 팀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줬고 중국인과 한국인들 사이의 격차가 좁아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자기 생각을 중국어로 풀어내는 한국인 선수에 대해 중국 팬들의 사랑도 뜨거웠다. 2015년 롤드컵이 끝난 뒤 진행된 올스타전 투표에서 송의진은 다른 한국인 미드 라이너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면서 올스타전에 진출했다. 중국 리그 대표로 올스타전에 출전한 첫 한국인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한국 선수들이 외국 팀으로 나갔을 때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언어다. 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야 큰 문제가 없겠지만 한국에서만 뛰던 선수들은 현지에서 생활할 때 통역 요원이 있어야 하기에 쉽게 녹아들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용병으로 성공했던 선수들을 보면 언어를 익히면서 팀이나 개인 성적이 잘 나온 케이스가 많다. 2015년 프나틱의 롤드컵 4강을 일궈냈던 '레인오버' 김의진은 영어권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고 '후니' 허승훈은 김의진 덕분에 금세 영어에 적응했다. 올해 터키 팀인 슈퍼매시브 e스포츠 소속으로 롤드컵에 나섰던 '갱맘' 이창석 또한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면서 팀 동료 노회종의 통역을 도맡기도 했다.

중국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송의진은 앞으로도 중국 혹은 홍콩/대만/마카오 지역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 틀림 없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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