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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의 e만사] e스포츠와 함께한 20년…젠지 이지훈 단장이 전한 진심

이소라 기자

2019-02-04 01:02

[이소라의 e만사] e스포츠와 함께한 20년…젠지 이지훈 단장이 전한 진심
한국e스포츠는 대기업 중심으로 인프라가 구축돼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팀을 창단하면 그 기업 종사자들이 사무국을 꾸립니다. 당연히 e스포츠 비전문가일 수밖에 없죠. 한 게임단의 단장은 대기업 임원이 맡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아는 단장은 선수들이 우승했을 때 멋지게 금일봉을 내리는 사람일 뿐 e스포츠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하지만 클럽으로 e스포츠가 성장한 북미나 유럽의 경우 단장은 e스포츠 전문가만이 그것도 많은 경험을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직책입니다. 팀의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하고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e스포츠 게임단 단장은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e스포츠 시장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e스포츠 전문가가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 됐습니다. 이제는 대기업 문화에서 벗어나 e스포츠 전문가가 팀을 이끄는 클럽형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죠. 대기업 문화는 변화하는 e스포츠 흐름을 따라기에는 느리고 한계가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한국 최초로 e스포츠 전문가 단장이 탄생했습니다. 젠지e스포츠 게임단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훈 단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선수를 거쳐 코치, 감독 등 게임단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두루 경험한 이지훈 단장은 대한민국 최초의 e스포츠 전문가 단장이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가 단장이 된지 1년, 젠지e스포츠는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다양한 종목에서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이지훈 단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비전을 향해 앞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한국 최초라는 또 다른 기록을 위해, 또 다른 평가를 위해 그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한국e스포츠 게임단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젠지e스포츠 이지훈 단장이 꿈 꾸는 미래는 과연 어떤 것일까요? 미세먼지가 걷히고 파란 하늘이 보이는 어느 날, 매일 가고 싶은 젠지e스포츠 신사옥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의 무게

최초라는 수식어는 항상 책임감이 따릅니다.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성공했을 때의 보상은 어떤 것보다 달콤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최초에 도전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그만큼 용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죠.

이지훈 단장은 지금 한국 최초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최초의 e스포츠 전문가 단장. 얼핏 보면 e스포츠 전문가가 게임단 단장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 듯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한국에서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지훈 단장은 그 무거운 ‘최초’의 수식어를 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처음 단장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직책인가’ 고민했어요. 그런데 게임단 단장은 말 그대로 선수단의 장이고 선수와 게임단을 대변하는 인물이잖아요. e스포츠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해야 하는 직책인거죠.

사실 kt 롤스터 감독직을 내려놓고 난 후 앞으로 감독 이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감독을 하고 나면 위로 올라갈 곳이 없잖아요. 10년 동안 감독직을 수행하다 보니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에서 내가 할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KSV에서 연락이 온거죠. 그것도 단장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가지고 말이에요.”

당시만 해도 KSV(현 젠지e스포츠)는 갑자기 한국 시장에 등장한 이방인이었습니다. 게다가 대기업 문화가 만연한 한국e스포츠와는 너무나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왔죠.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 봤습니다. 이지훈 단장 역시 예외는 아니었죠.

“지금까지 한국 e스포츠 시장에 들어온 외국 기업의 경우 지속적으로 투자가 어려웠죠. 이름뿐인 곳도 많았고요. 저 역시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KSV를 바라봤죠. 처음 단장직 제안이 왔을 때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나에게 단장직을 제안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거든요.”

고정된 사고방식을 깨는 데는 며칠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지훈 단장은 케빈추와 일주일 연속 면담을 하면서 자신이 가진 모든 고정관념이 깨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자신이 꿈 꾸던, 프로게임단을 만들수 있다는 설렘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이지훈 단장은 새로운 꿈을 꿀 기회를 잡았습니다.

“운이 좋았어요. 세상이 나를 도와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수에서 코치로, 코치에서 감독으로, 감독에서 단장으로, 프로게임단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 생각해요. 게다가 항상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잖아요. 각 직책별로 꿀 수 있는 꿈이 다르거든요. 지루해 질 때쯤 새로운 미션이 떨어지니 지루할 틈이 없네요(웃음).”

지난 해 젠지e스포츠 단장직을 맡고 정확하게 1년이 지난 지금, 이 단장은 만능이 돼가고 있었습니다. 초반 3개월은 업무 파악에 정신이 없었고 중반에는 생각했던 일을 실행하느라 몸이 열개라도 모자랐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말 겨우 숨을 돌리며 1년 동안의 성과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소라의 e만사] e스포츠와 함께한 20년…젠지 이지훈 단장이 전한 진심


“지난 1년 동안 각 종목별로 성과를 냈고 선수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선수단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쉼 없이 달려왔어요. 아직 대단한 무언가를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제 기틀을 마련했고 올해가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지금 e스포츠에 종사하는 선수, 코치, 감독들에게 이지훈 단장은 멘토와 같은 존재입니다. 단순히 젠지e스포츠 단장을 넘어 그가 걷는 길이 e스포츠 게임단 종사자들에게는 이정표가 될 수밖에 없죠. 그가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단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신뢰로 만든 젠지e스포츠 게임단

이지훈 단장은 지난 1999년 피파 프로게이머로 e스포츠에 처음 발을 들였습니다. 올해로 20년이 된 셈이죠. 한 분야에서 그것도 큰 사고 없이 20년이나 종사했다는 사실만으로 그가 얼마나 성실하게 일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많은 곳에서 이 단장을 원했고 찾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20년 동안 한결같이 e스포츠에서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신뢰입니다. 그의 인생은 신뢰라는 단어 하나로 시작되고 완성됩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 참 갖기 어려운 타이틀이지만 이 단장은 20년을 e스포츠에 몸 담으면서 그 단어 하나만은 꼭 지키자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오해도 많이 받았어요. 제가 무조건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원칙 하나를 세우고 그것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말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어느 위치에 있든 선수들과 게임단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원칙, 제가 20년 동안 지켜온 원칙이에요.”

젠지e스포츠가 그를 단장으로 영입한 것 역시 이 때문입니다. 게임단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고 뛰어줄 사람,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만이 단장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은 케빈추의 생각과 일맥상통했기 때문이죠.

이지훈 단장은 젠지e스포츠에 온 뒤 가장 먼저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젠지e스포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지훈 단장에게 가지고 있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야만 그가 꿈 꾸는 좋은 게임단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죠.

1년 동안 그의 노력은 결과로 드러났습니다. 이 단장의 의견이 전적으로 선수단을 위한 이야기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느끼게 된 것이죠. 젠지e스포츠는 이 단장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그대로 실행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젠지e스포츠가 단기간 동안 각 종목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낸 데는 이지훈 단장의 역할이 컸을 수밖에 없죠.

“젠지e스포츠 분들이 그렇게 평가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지만 사실 저보다 더 힘드셨던 것은 젠지e스포츠 분들이에요. 사실 결과가 좋게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이 많았는 데도 저를 믿어 주셨거든요. 그리고 함께 해주셨어요. 게임단 일이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거든요. 한 곳을 바라보고 다같이 노력해야 움직일 수 있는 게 게임단 일이에요.”

시즌 초반 잠시 주춤했지만 그 누구도 결과 하나만 가지고 질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더 나은 방향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할 뿐입니다. 잘, 잘못을 가리기 보다는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뛰는 일에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 서로 신뢰가 쌓이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작업이겠죠.

“팬들이 질타하는 부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도 단장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비록 지금은 부족한 모습이 더 많이 보이고 있지만 시즌이 지날수록 더 나아질 것이라 믿습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거에요.”

◆이지훈 단장이 꿈 꾸는 e스포츠 세상

선수, 코치, 감독에서 단장까지. 게임단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경험한 이지훈 단장. e스포츠에서 무려 20년 몸을 담은 그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e스포츠 세상을 꿈 꾸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생각은 했지만 시도는 할 수 없었던 그런 세상 말입니다.

“e스포츠에서 20년 동안 일하면서 바라던 것들이 가슴 속에, 머리 속에 쌓여갔죠. 사실 머리 속에 쌓여갔던 것은 그동안 충분히 이뤘는데 가슴 속에 쌓였던 것들은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어요. 한국 e스포츠 특성상 변화가 어려운 데다 코칭스태프가 할 수 있는 일들은 한계가 있거든요.

젠지e스포츠에서 단장을 하면서 선수단에게 이런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가슴속에 쌓아두던 것들을 조금씩 꺼내고 있어요. 꿈이 실제로 하나 둘 실현되는 모습을 보니 꿈 같고 설레기도 해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시작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해 사옥을 오픈하면서 전 게임단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젠지e스포츠는 요즘 찾아 오는 손님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합니다. 이미 게임단 사무국 대다수가 다녀갔고 관계자들도 ‘꿈의 공간’이라고 극찬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게임단이 다른 게임단을 벤치마킹하는 일은 이전에는 없었던 그림입니다. 젠지e스포츠가 한국e스포츠 산업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봐도 될것 같습니다. 젠지e스포츠를 통해 e스포츠가 이제는 돈을 쓰는 산업이 아닌 돈을 버는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젠지e스포츠에 와서 제가 가장 애먹고 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e스포츠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처음에는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젠지에서 1년 동안 배우고 몸으로 느끼면서 e스포츠는 이제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산업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이소라의 e만사] e스포츠와 함께한 20년…젠지 이지훈 단장이 전한 진심

대기업 게임단도 저희를 벤치마킹 하려는 이유가 이런 점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 젠지e스포츠의 행보가 한국 e스포츠 산업의 발전 방향을 잡아 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영광일 것 같아요.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더 많이 배우고 부딪히면서 한국 e스포츠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이지훈 단장은 “30주년, 40주년 인터뷰도 해보고 싶다”고 활짝 웃었습니다. 선수가 행복하고 팬들도 행복하고 게임단도 행복한 e스포츠 세상, 그가 꿈 꾸는 세상이 하루 빨리 우리 곁으로 다가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 봅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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