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메뉴
닫기

닫기

"그리핀과 샌드박스가 롤드컵 결승에서 만나길"

2019-07-17 06:56

"그리핀과 샌드박스가 롤드컵 결승에서 만나길"
e스포츠에 투자한다? e스포츠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이지만 e스포츠에 투자한다는 개념은 익숙지 않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리그를 성공시켰고 게임 방송사를 만들고 e스포츠라는 단어를 전세계에 널리 퍼뜨린 한국이지만 e스포츠 투자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나 지역보다 뒤처져 있다. 대기업 중심으로 게임단이 운영되면서 직접 투자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북미는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종목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스포츠 스타들을 중심으로 사모 펀드가 만들어지면서 게임단에 투자하며 규모를 키웠고 2019년 리그 오브 레전드에 대해 프랜차이즈를 완료한 유럽 지역도 유명한 음악가가 사모 펀드를 이끌면서 게임단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유럽의 사례와 달리 한국은 단일 기업이 게임단에 대해 직접 투자를진행하는 것이 관행으로 여겨졌다. SK텔레콤, kt 등 이동 통신사들은 10년 넘도록 게임단을 창단해 끌어왔고 최근에는 한화생명이 게임단을 인수, 창단했다.

한국에서 e스포츠 투자라는 말이 아직은 생소한 개념이지만 선구자적으로 나선 기업이 있다. 게임사인 넵튠이다. 넵튠은 스틸에잇의 전신인 콩두 컴퍼니에 직접 투자를 하면서 게임단의 성장을 도왔고 최근에는 샌드박스에 투자하면서 e스포츠와 MCN 등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추가 투자까지 완료한 넵튠은 두 기업에만 300억 원 가까이 투자하면서 e스포츠 투자의 선봉으로 나섰고 스틸에잇이 운영하는 그리핀, 샌드박스가 운영하는 샌드박스 게이밍은 한국의 대표 e스포츠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고 카트 라이더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e스포츠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넵튠의 정욱 대표를 만나 투자 이유와 바람을 들었다.

"그리핀과 샌드박스가 롤드컵 결승에서 만나길"
◆보는 게임으로 트렌드가 바뀌었다

"대학생과 중학생 등 아이가 둘인데 시간이 날 때마다 게임 영상을 보더라고요. 정확하게는 e스포츠 영상이죠. 실시간으로 중계를 보기도 하지만 하이라이트처럼 편집된 영상도 보더라고요. 선수들의 솔로 랭크 영상도 즐기고요."

게임 개발사가 앞장 서서 e스포츠 기업에 대해 투자를 하게 된 이유를 물었더니 정욱 대표는 아이들 이야기로 풀어나갔다. 한국에서 게임 이용자가 2,000만 명이 넘고 직접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게임을 보는 인구는 더 많다는 사례를 든 것이다. e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마음 먹은 것도 1020 세대들의 성향을 집에서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보면서 하는 게임의 시대에서 보는 게임으로 트렌드 시프트가 시작됐다고 어렴풋이 개념을 잡고 있었지만 투자를 마음 먹은 계기는 콩두 컴퍼니의 서경종 대표를 만났을 때였어요."

넵튠과 콩두 컴퍼니는 케이큐브의 투자를 받아 회사를 성장시켰다. 같은 회사에서 투자를 받다 보니 자주 만났고 서 대표의 e스포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하면서 콩두에 투자하기로 했다. e스포츠가 성장하고 있다고 느낌을 받긴 했지만 팀이 어떻게 꾸려지는지, 리그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현황을 잘 알지 못했던 정욱 대표는 서 대표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고민이 많았죠. 게임에서 파생된 분야가 e스포츠이긴 하지만 시장 상황이나 성장 방식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죠. 안정적으로 성적을 내야만 1부 리그에 있을 수 있다는 현실도 투자를 고민하게 만든 요소였어요. 그렇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했죠."

"그리핀과 샌드박스가 롤드컵 결승에서 만나길"


◆마이더스의 손? 운이 좋았다

넵튠이 투자한 두 회사가 운영하는 프로게임단인 그리핀과 샌드박스 게이밍은 LCK 서머에서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다. 인터뷰가 진행될 시점에는 그리핀이 1위, 샌드박스 게이밍이 2위였고 기사가 나가는 시점에는 샌드박스 게이밍이 1위, 그리핀이 2위다.

이 구도는 스프링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됐다. 그리핀과 샌드박스가 1라운드 내내 1, 2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2라운드에서 샌드박스가 몇 차례 고비를 맞으면서 4위로 마무리했다. 지금의 성적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정욱 대표는 손사래를 쳤다.

"그걸 누가 알았겠어요? 2018년 LCK 서머에 그리핀이 올라갔을 때 초반부터 치고 나갔고 2019년 스프링에서 '어나더 레벨'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죠. 올해 스프링에 배틀코믹스를 샌드박스가 인수하면서 참가했을 때에도 포스트 시즌에 나란히 올라가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1, 2위를 다투고 있더라고요."

정욱 대표는 LCK 경기를 빼놓지 않고 챙겨 본다. 일이 있어 못 볼 때면 하이라이트라도 본다고. 본업인 게임 개발에 업무 시간을 투자하고 퇴근 이후에는 그리핀, 샌드박스의 게임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바뀐 트렌드를 몸소 경험하고 있다.

"그리핀과 SK텔레콤 T1의 LCK 스프링 결승전도 현장에서 보고 얼마 전에 열린 리프트 라이벌즈 2019 경기도 직접 관전하면서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팬들을 보면서 e스포츠는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분야이고 메이저 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는 것을요."

"그리핀과 샌드박스가 롤드컵 결승에서 만나길"


◆게임 산업도 변해야 산다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 게임이 트렌드를 이끌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카트라이더가 '역주행'하고 인기를 얻고 있다고는 하지만 국내에서 리그가 진행되는 정도이고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는 글로벌 리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게임 개발사 대표로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게임 산업 종사자 입장에서 게임을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에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네트워크 플레이가 인기를 끌었고 부분 유료화 모델이 도입되면서 또 한 번 변화했죠. 지금은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시류가 바뀌고 있죠. 그 결과물이 e스포츠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급성장으로 나타나고 있고요."

정욱 대표는 현 상황에 발 맞추기 위해 투 트랩 전략을 펼치고 있다. e스포츠 산업에 직접 투자했던 기존 전략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넥스포츠라는 자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e스포츠와 MCN 등 기존에 투자한 회사인 스틸에잇,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주력 사업에 추가 투자를 진행하는 별도의 법인을 내고 팬덤 비즈니스와 e스포츠 아카데미 등을 통해 사업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하나의 방안은 e스포츠에 적합한 게임을 개발하는 일이다. 기존 게임들이 페이투윈 방식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똑같은 환경에서 실력이 우수한 이용자들이 실적을 올리는 방식으로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에 착목한 정욱 대표는 PVP 방식의 게임인 '미니막스' 등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다양한 모드를 내놓은 뒤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콘텐츠를 수정, 보완, 추가하면서 트렌드에 발맞추고 있다.

"게임이 e스포츠화되면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입니다. 스타1, 카트, 워3 등이 보여줬고 국산 게임인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e스포츠화에 앞장서고 있기에 다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핀과 샌드박스가 롤드컵 결승에서 만나길"


◆롤드컵 결승에 '그 두 팀'이 올라가길

정욱 대표는 한국 e스포츠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LCK가 프랜차이즈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CK 스프링 결승전을 전세계에서 240만 여 명이 시청하고 시청자의 70% 이상이 외국 지역일 정도로 인기가 있기에 이를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층위에서 투자가 이뤄지면 중흥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넵튠이 e스포츠 기업들에 투자해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어떻게 투자하면 되느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은 한국은 e스포츠를 성장시키는 무한 동력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LCK는 승강전 방식을 택하고 있기에 과감한 투자가 어렵다고 고민하는 분들이 많지만 프랜차이즈가 된다면 위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기에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할 겁니다."

정욱 대표는 소박한(?) 꿈도 전했다. 넵튠이 투자한 그리핀과 샌드박스 게이밍이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경합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 LoL로 진행되는 최고 단위 대회인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결승전에서 맞붙는다면 투자사 대표로서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는 것.

"올해 롤드컵이 유럽 일대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결승전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요. 그리핀과 샌드박스 게이밍이 유럽 팬들 앞에서, 파리에서 결승전을 펼치면서 한국 e스포츠의 명성을 재확인시켜주면 좋겠네요."

글=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thenam@dailyesports.com

HOT뉴스

최신뉴스

주요뉴스

유머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