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펍지 챔피언 '로키' 박정영 "깨지지 않을 기록 세우고 싶어"

2020-01-2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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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지 e스포츠의 '로키' 박정영.
젠지 e스포츠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펍지)팀의 '로키' 박정영은 세계 최고의 커리어를 가진 선수입니다. 2018년 펍지 글로벌 인비테이셔널에서는 3인칭 부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1인칭으로 공인 대회가 진행된 지난해에는 펍지 코리아 리그 페이즈2와 MET 아시아 시리즈에서 연달아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그리고 2019년을 마무리하는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1인칭까지 정복했습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 최고의 커리어를 쌓고 있는 박정영을 만나 3인칭에 이어 1인칭까지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과정과 앞으로 목표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첫 세계 대회 우승 그리고 부진
박정영은 2018년 3월 다른 FPS 종목에서 다수의 우승 커리어를 쌓은 '에스카' 김인재와 '심슨' 심영훈이 이끄는 KSV에 합류해 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오랜 선수 경력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8개의 대회에 출전해 우승 1번, 준우승 3번을 차지했습니다.

"워낙 경력도 많고 실력도 좋은 형들이라 시키는 데로만 했었어요. '형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우승이다'라는 분위기였는데 한국 대표로 펍지 글로벌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했고 3인칭 부문까지 우승했으니까요. 경력이나 나이 차이가 있어서 제가 적극적으로 형들에게 다가가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는 없었지만 형들의 장점을 보고 배우려고 노력했어요."

3인칭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의 행복은 길지 않았습니다. 펍지주식회사의 공인 e스포츠 대회 규정이 1인칭으로 통합돼 1인칭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거나 새로운 진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우승팀인데 그대로 갈 수 없다는 사실에 속상한 마음도 있었죠. 하지만 이미 모든 건 결정이 됐고 저희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 선수들도 개인 방송을 시작하거나 은퇴 후 새로운 진로를 찾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고민이 많았어요"

젠지는 골드와 블랙으로 나눠진 형제팀을 통합하기로 했고 양 팀이 합쳐진 젠지는 다양한 선수들이 주전 경쟁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박정영은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계속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놓지 못했다고 합니다.

"3인칭만 하다가 1인칭에 적응하려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스크림 성적까지 너무 안 나와서 불안한 마음이 컸어요. 게다가 1인칭 대회였던 스타래더와 펍지 코리아 리그 시즌2에서 성적이 안 나오면서 비판도 많았고 스트레스도 받아 지금이라도 개인 방송을 시작해야 하나 고민을 했었어요"

단일화 이후 젠지는 다양한 선수 조합을 선보이며 대회에 출전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못했고 '태민' 강태민을 영입하며 완성한 새로운 스쿼드도 2019년 펍지 코리아 리그 페이즈1에서 14위를 기록하며 위기에 처했습니다.

"약 반년간 성적이 너무 안 나온 상황이라 펍지 코리아 리그 페이즈1 막바지에는 '더 이상 젠지에서 선수생활을 못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었죠. 그런데 팀에서는 '피오' 차승훈을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고 저희와 다음 시즌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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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팀으로 부활한 젠지
펍지 코리아 리그 페이즈2를 앞두고 박정영은 새롭게 합류한 차승훈으로부터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차승훈도 본인의 노하우를 동료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며 차기 시즌을 준비했습니다.

"원래 저는 원래 총만 잘 쏘면 된다고 생각해서 매일 총 쏘는 연습만 했어요. 그런데 승훈이형이 합류한 뒤로 원에 대한 개념부터 상황에 따른 적들의 행동, 경우의 수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 등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배울 수 있었어요. 선수 중에서 커리어는 제가 제일 높다고 평가받았지만 실력은 승훈이형이 더 높다고 생각하고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죠"

팀의 전폭적인 지원과 차승훈의 아낌없는 노하우 공개, 기존 선수들의 의지까지 더해져 젠지는 개막 주차에 종합 419점으로 우승을 거머쥐었고 한국 대표 자격으로 출전한 MET 아시아 시리즈에서도 연달아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저희 팀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요. 특히 승훈이형이 스크림을 모두 소화한 뒤에 개인 방송을 진행하면서 BJ 멸망전까지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놀랍죠. 승훈이형의 보면서 더 자극을 받아 열심히 하게 됐고 그 덕에 2회 연속으로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속 우승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박정영은 같은 팀 동료인 차승훈, DPG 다나와의 '이노닉스' 나희주, 디토네이터의 '아쿠아파이브' 유상호와 함께 한국 대표로 국가 대항전인 펍지 네이션스 컵에 출전했습니다. 11라운드까지 선두를 지켰지만 러시아팀에게 발목이 잡히며 준우승에 그쳤고 이는 박정영에게는 큰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준우승이라는 성적표를 받았을 때 머리가 멍해지고 다른 동료들에게 정말 미안하더라고요. 대회를 앞두고는 네이션스 컵까지 우승하고 페이즈3까지 열심히 달리려고 했거든요. 아마도 포지션 변동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상호형이 팀에 합류했으니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둬서 미안한 마음을 다 갚아야죠"

펍지 네이션스 컵이 끝난 뒤 열린 펍지 코리아 리그 페이즈3에서 젠지의 기량이 하락한 모습이 나타났고 격주로 순위의 등락이 반복됐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종합 312점으로 5위에 올랐지만 지난 시즌 419점이라는 역대급 기록을 세웠던 젠지에 걸렸던 기대에는 부족한 점수였습니다.

"페이즈3 시작 전에는 당연히 저희가 우승할 줄 알았어요. 2회 연속 우승으로 자신감도 충만했으니까요. 그런데 성적은 안 나왔고 저희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았는데 정답은 찾지 못했었죠.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2회 연속 우승이라는 성적 때문에 페이즈3도 잘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쳤고 결국 그게 나태함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펍지 네이션스 컵에서의 실수를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을 통해 만회해야 한다는 목표치가 있다 보니 원래 제가 안 하던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죠. 거기에 승훈이형이 하는 역할을 저도 함께하면 경기가 더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잘 되지도 않고 어렵기만 했죠"

경기력이 떨어진 상황이지만 젠지는 2019년 펍지 코리아 리그에서 992점을 획득해 종합 3위로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 참가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페이즈3가 진행되는 동안 박정영은 뒷순위 팀들에게 추격으로 인해 마지막 경기까지 긴장감에 떨고 있었다고 합니다.

"저희 팀 점수가 나쁜 상황은 아니었지만 VSG나 DPG 다나와가 시즌 후반기에 점수를 쓸어 담으면서 순위를 끌어올리기 시작했거든요. 특히 VSG는 5주 차에 70점을 넘게 획득했고 6주 차 첫 경기에서 51점을 획득한 상황이라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잘못하면 우리 팀이 글로벌 챔피언십에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어서 엄청나게 걱정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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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대회 2연패! 앞으로의 목표는?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에서 젠지는 그룹 스테이지에서 준결승에 직행했고 결승 진출까지 성공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못했습니다.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40점을 획득해 7위에 그쳤고 준결승에서는 74점으로 9위로 밀려났기 때문입니다.

"펍지 글로벌 인비테이셔널에서 봤었던 선수들도 일부 봤었고 우승했던 경험이 있다 보니 이번에도 우승하고 싶다는 욕심과 기대가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의 실력을 확실하게 인지한 상황에 다른 팀들이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소한 체면치레는 하고 오자는 생각이었죠"

우여곡절 끝에 오른 결승에서 젠지는 첫날 1, 2라운드에서 연달아 1위를 차지하며 선두에 올랐지만 나머지 4개 라운드에서 10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2일 차 경기에서는 7, 8라운드에 10킬 이상을 챙기며 연속으로 생존 2위에 올라 선두를 공고히 했습니다.

"배틀그라운드는 운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지만 꾸준함을 이길 수 없거든요.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에서 힘들었던 건 저희가 폭발적으로 점수를 챙기고 나머지 라운드에서 흔들렸기 때문이에요. 국내에서도 저희를 포함해서 OGN 엔투스 포스나 디토네이터가 기복이 있어도 꾸준히 점수를 챙겼기 때문에 국제대회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2일 차 10라운드까지 선두를 지켰지만 11라운드까지 4점을 추가하는데 그친 젠지는 중국의 포 앵그리 맨에게 선두를 내주지만 11라운드까지 4점밖에 챙기지 못했고 중국의 포 앵그리 맨에게 선두를 내줬습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팀이 갈리는 상황에 박정영은 떨어진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분명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여기서 짜증 내봤자 달라질 건 없고 오히려 분위기만 더 안 좋아져서 서로 눈치를 볼 게 분명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표정이 안 좋은 동료에게 익살맞은 표정으로 "어? 표정이 안 좋네?" 이런 식으로 말을 걸면서 분위기를 풀려고 노력했어요. 태민이는 마지막 라운드에 부담감 때문에 이야기를 잘 못 듣길래 경기 내에서 한 번 강하게 피드백을 주기도 했었어요"

이러한 노력으로 젠지는 1위였던 포 앵그리 맨을 따라잡았고 맹렬히 추격하던 페이즈 클랜까지 따돌리며 종합 111점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젠지는 한국에 돌아온 뒤 2020 시즌을 위한 준비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강태민이 팀을 떠났고 '에스더' 고정완은 개인 방송 진행자로 전향했으며 그 빈자리는 유상호와 '멘털' 임영수가 채웠습니다.

"떠난 동료들을 생각하면 아쉬움과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그런 감정에 너무 묶여있으면 제가 우울해지더라고요. 지금은 각자의 위치에서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동료들은 정말 잘하는 선수들이라 올해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집중하고 있어요"

박정영은 올해도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며 코치진과 선수들 모두 더 끈끈해져서 회사 진열장에 채울 공간이 모자랄 만큼 트로피를 가져오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며 먼 미래에 대한 소망을 밝혔습니다.

"올해도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에 출전해서 우승하고 싶고 만약 이번에 또 우승한다면 팀 로고가 담긴 스킨이나 저희 팀 유니폼이 게임 내 스킨으로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먼 미래에 제가 선수 생활을 마친다면 영어를 공부해서 젠지 직원으로 일하고 싶어요. 기왕이면 선수 경력도 인정해주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랫동안 선수로 활동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펍지 e스포츠에서 깨지지 않을 최고의 기록을 세워보겠습니다"

구남인 기자 ni041372@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