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 라이엇 "코로나19의 역설…차세대 스포츠의 가능성 열었다"

2020-06-3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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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단기간에 전세계로 퍼지면서 사람들의 생활 양식을 바꿨다. 만나고 이동하고 모이고 얼굴을 맞대고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되던 인류의 활동 방식은 만나지 못하고 모이지 않아야 하는 쪽으로 변했다.

이는 스포츠 분야에도 적용됐다. 경기장에서 몸을 맞부딪치며 경쟁하는 스포츠는 대부분 대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고 경기장에 모여서 응원하는 방식도 온라인 중계를 보는 쪽으로 바뀌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엄청나게 높아졌다. 태생부터 온라인을 기반으로 진행된 e스포츠의 경우 온라인 채널을 통해 경기를 중계하고 선수들도 연습실 혹은 숙소에서 대회에 참가하는 방식을 채택하면서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오프라인에 기반한 전통 스포츠가 주춤하던 사이에도 e스포츠는 원활하게 일정을 소화하면서 차세대 스포츠로 주목을 받았다.

데일리e스포츠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e스포츠 종목사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었던 이유와 향후 계획들을 들어봤다. < 편집자주 >


라이엇 게임즈는 전세계적으로 열리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의 종목사다. 스프링 시즌이 막 열리기 시작한 시점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일부 지역의 대회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온라인 개최로 전환하면서 스프링 시즌을 마무리했다.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또한 초반에는 무관중 경기로 진행하다 정부가 방역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시킨 이후에는 각 팀의 연습실에서 온라인 대전 방식으로 대회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스프링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낸 한국과 중국 팀들이 온라인으로 맞붙는 미드 시즌 컵(이하 MSC)라는 대회를 안정적으로 개최하면서 비대면 시대에도 글로벌 대회를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e스포츠 팀의 이정훈 e스포츠 사업본부 리그 운영팀장을 만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순조롭게 리그를 이끌어간 비결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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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e스포츠 사업본부 리그 운영팀장.

Q 올 1월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을 덮치면서 중국 리그인 LPL이 중단됐고 북미의 LCS, 유럽의 LEC 등도 대회가 한 때 열리지 않았다. LCK 또한 초반에 관중 없이 대회를 진행했다가 2라운드부터 온라인으로 대회를 이어갔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한 것 같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어떤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쳤나.

A 롤파크에서 무관중으로 대회를 열 때에는 현장에 모이는 인원들에 대한 소독과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정부의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현장에 스태프와 기자들이 모이는 것도 위험하다고 판단해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 때 체크해야 할 사항들이 많았다. 각 팀들이 처한 연습실의 인터넷 등 환경이 달랐고 심판도 파견해야 했다. 온라인으로 대회를 진행할 때 포즈가 걸리는 등 문제가 생기는 것도 감안해야 했다.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최대한 예상해서 심판 1명과 IT 전담 인원 1명을 한 조로 편성해서 연습실로 파견했다. 온라인으로 대회를 진행하기 전에 숙소의 인터넷 상황, 선수들이 사용하는 장비 등을 기본적으로 점검했다.

Q 선수들이 연습실 혹은 숙소에 대회에 참가했을 때에도 큰 문제는 없었다.

A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도 큰 문제는 없었다. 모의 상황 테스트가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과정에 돌발 상황이 생기면 심판들이 현장에서 판정을 내려야 한다. 롤파크였다면 의논, 숙의 과정을 거쳐 심판장이 판단할 수 있지만 온라인으로 대회가 열리는 상황에서는 각 심판들이 현장에서 콜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비해서 모의 상황 테스트를 진행했고 매뉴얼을 만들어 심판들에게 수 차례 교육을 충실히 진행했다. 실제 경기에서도 무리 없이 작동했다. 규정상 모호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서 다이렉트로 연락할 수 있도록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에 인원이 상주했다. 롤파크에서 진행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도록 연락 체계를 구축한 덕에 무리 없이 진행했다.

Q 최근에는 MSC 2020라는 새로운 포맷의 대회를 열기도 했다. 한국과 중국의 인터넷 상황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중국의 인터넷 상황과 한국의 인터넷 상황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한국은 인터넷 속도를 뜻하는 핑이 높지 않은데 중국은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의 인터넷 속도를 중국에 맞추기 위해 특별한 조치를 취했다.

Q 어떤 조치였나.

A LoL e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서로 다른 국가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대회였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리스크를 다방면으로 검토했다. 대회가 한국 서버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LCK팀과 LPL팀 간의 핑 차이에 따른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서드 파티 툴을 활용해 LCK팀들의 핑 속도를 인위적으로 높였다. 물론 LCK팀들에게는 비슷한 네트워크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관련 툴을 제공해 평소보다 높아진 핑 속도로 인한 지장이 없도록 미리 적응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Q LCK 스프링과 MSC까지 무리 없이 마무리했다. 라이엇게임즈가 얻은 교훈이나 수확도 있었을 것 같다.

A 많은 것을 배웠는데 특히 MSC에서 얻은 교훈이 많았다. 가장 큰 수확은 국제 대회도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LoL 리그는 각 지역별로 열리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했을 때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는데 이번 MSC를 통해 방법을 찾았다. 큰 산을 넘은 기분이다.

Q 올해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다고 작년 롤드컵을 마친 뒤 발표됐다.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은가.

A 많은 팬들이 기대하시면서도 우려하시는 부분이다. 라이엇 게임즈 전사적으로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가 롤드컵 10주년이기 때문에 기념비적으로 대회를 열기 위해 계획을 세웠고 추진하고 있던 차에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졌다. 개최국인 중국에서는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상당히 많이 넣었고 중국 지방 정부 또한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내부는 물론, 외부와도 논의를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코로나19 사태의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Q 한국 지역에서 준비해야 하는 사항은 무엇인가.

A 중국에 입국할 때 자가 격리해야 하는 기간을 감안해 LCK 서머를 포함해 LCK 대표 선발전까지 일정을 맞춰야 한다. 3번 시드를 받은 팀은 중국에 일찌감치 들어가서 자가 격리 기간을 거친 뒤 대회에 참가해야 하기에 역산해서 서머 포스트 시즌과 국가 대표 선발전 등 일정을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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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외에도 사전에 마쳐야 할 것들이 있을 것 같다.

A 현재 중국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이 비자 갱신을 하고 중국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중국에서 롤드컵이 열리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융통성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도 들리긴 하지만 확정된 사항은 아니기에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비행편도 체크해야 한다. 지금처럼 운행하는 항공기가 많지 않다면 자리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

Q 서머 시즌과 한국 대표 선발전까지 소화해야 한다면 일정이 빠듯하다. 코로나19로 인해 LCK 일정이 미뤄지면 안되는 상황이다.

A 원활하게 대회를 이어갈 수 있도록 방역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체온 측정을 했을 때 특정 온도 이상이면 롤파크에 입장할 수 없다. 경기 출전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가 고열 증상을 보여 롤파크 입장이 제한될 경우에는 포지션을 불문하고 로스터에 있는 다른 선수가 출전해야 한다. 만약 증상을 보이는 인원이 다수라서 정상적인 경기 진행 엔트리가 구성되기 어려울 경우에는 일정을 재조정한다. 이는 시즌 시작 전에 이미 팀들과도 공유된 내용이다.

Q 전통 스포츠가 이번 사태로 인해 시즌을 조기에 마무리하거나 개막 시점이 늦어지면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A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마냥 반가워할 상황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하루 빨리 마무리되어서 다른 종목들도 원활하게 대회를 열 수 있는 상황이 오길 바란다. 그래도 비대면 시대에 e스포츠라는 분야가 새로운 시대의 스포츠로서의 가능성으로 떠올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Q 전통 스포츠가 열리지 못하면서 뷰어십이 상당히 올라갔을 것 같다.

A LCK의 뷰어십은 매년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볼거리를 찾는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까지 포함되면서 더 올라갔을 수도 있다. 다른 e스포츠 종목들의 뷰어십도 상당히 올랐다고 들었다. 전통 스포츠의 리그가 열리지 않고 있고 재택 근무 등을 통해 시청자들이 집에 머물러 있다는 것 또한 뷰어십이 오르는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Q 작년 11월에 라이엇 게임즈는 10주년을 맞아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발표했고 직전에는 전략적 팀 전투를 서비스했다. 이달 초에는 발로란트까지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의 성과는 어떤가.

A 언급한 게임들 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사들의 게임들도 이용자들이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시기가 엄중하다 보니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e스포츠 담당자이다 보니 레전드 오브 룬테라나 전략적 팀 전투, 발로란트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 성과 등을 완벽하게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용자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Q LoL 이외의 종목들이 향후 e스포츠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A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고 몇몇 종목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향도 공개하고 있다. 전략적 팀 전투(이하 TFT)의 경우 지난 달 첫 공식 대회를 열었고 발로란트 또한 서드 파티를 활용한 포맷인 '이그니션'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종목의 특성과 정책에 맞춰서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e스포츠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Q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았기에 성급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헤쳐나가고 있는 원동력을 알려달라.

A 누구도 겪어 보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완벽한 대응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 함께 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담보하면서 시청자들에게도 최상의 관전 환경을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많이 부족하지만 해내야 하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