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새해에는 말조심합시다

2021-02-09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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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지는 소속 스트리머 '류제홍' 류제홍의 부적절한 발언에 팀 활동 무기한 정지 징계를 내렸다(사진=젠지 아놀드 허 COO SNS).
2021년이 밝은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연도의 시작에 발맞춰 새로운 목표들을 세우곤 한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이런 새해 목표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할만한 시간이기도 하고 또 목표를 잃었다면 새로운 목표를 세울만한 타이밍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올해 새로운 목표로 '말조심'을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새해 첫 달, e스포츠에서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졌다. 오버워치를 비롯한 국내 FPS의 전설적인 선수이자 현재 젠지 e스포츠 소속 스트리머인 '류제홍' 류제홍이 개인 방송에서 부적절한 욕설과 혐오 단어들을 사용하며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이전부터 그를 응원해왔던 많은 팬들, 특히 류제홍의 발언에 더욱 큰 상처를 입었을 여성 팬들은 이에 큰 실망을 드러냈다.

사실 류제홍에 대한 이런 뜨거운 반응은 새삼스러울 정도다. 특이사항이라면 젠지에서 무기한 팀 활동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는 점일까. 그동안 많은 프로게이머, 전 프로게이머들이 말과 글로 논란을 빚어왔다. 모욕적인 농담부터 몇몇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역시나 특정 인물이나 집단에 대한 조롱과 혐오가 담긴 단어들까지, 부적절한 말들이 이들의 입이나 손에서 나온 것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문 일은 아니다.

이런 말실수 또는 공적인 자리보다는 주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개인방송이나 SNS가 그 장소가 되곤 했다. 개인방송이나 개인 SNS는 사생활의 영역이지만 프로, 스트리머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한 절대 그들만의 공간이 될 수 없다. 공인의 정의는 점점 더 확장되고 있고 프로게이머와 스트리머 역시 공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들의 방송, SNS는 혼자서 떠드는 자리가 아닌 많은 팬들이 지켜보고 있는 자리이다.

더군다나 류제홍의 경우, 서울 다이너스티에서 14번을 영구 결번한 레전드 중의 레전드가 아닌가. 오버워치 e스포츠에서 단순히 개인방송인이라고 치부될 만한 위치에 있지 않기에 자유로운 분위기의 방송이라고 해도 신경 쓰고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전, 현 선수들의 실망스러운 언행들은 가장 먼저 이들을 응원하는 이에게 상처를 입힌다. 또 e스포츠에게도 좋은 일은 아니다. 프로게이머들이 '겜돌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고가 있었나. 선수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곧 자신의 얼굴이자 e스포츠의 얼굴이 되고 만다. 말도 마찬가지이다.

선수들이 개인방송에서 성인군자처럼 굴기를 요구하는 팬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실제로 선수의 가벼운 욕설이나 도를 넘지 않는 거친 언행은 그 선수만의 특징으로 팬들과 격 없이 소통하는 방법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어떤 면에서는 시청자들을 모으는 요소이기도 하다. 바르고 고운 말, 교과서에 나올 법한 모범적인 말만 하라는 것이 아니다. 단 말을 할 때 글을 쓸 때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응원을 후회도록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선수와 팬 간의 최소한의 예의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의 위험성, 말의 힘을 이야기하는 속담이나 격언은 무수히 많다. 이는 역으로 많은 사람들이 말의 위력과 영향력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간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항상 강조되고 반복되는 e스포츠 소양 교육 역시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선수들의 언행은 그만큼 중요한데도 별것 아니고 넘어가기 쉬운 문제로 여겨진다.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고 했다. 부적절한 언행이 선수들에게 징계로 돌아왔듯 잘못된 말은 자기 자신을 해치기 마련이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선수, 스트리머들의 말은 자신뿐 아니라 팬들까지도 상처 준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김현유 기자 hyou0611@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