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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간절함, 우승 그리고 문호준

이소라 기자

2016-11-09 00:43

생애 첫 팀전 우승을 기록한 문호준(왼쪽).
생애 첫 팀전 우승을 기록한 문호준(왼쪽).
간절함이라는 감정은 참 무서운 힘을 지녔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지고 오기도 하고 10년 동안 가졌던 욕심을 버리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가치관을 바꾸기도 합니다.

스포츠에 종사하는 선수들에게 우승에 대한 간절함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인 것 같습니다. 10년 동안 최고의 위치에 올라 있는 카트라이더 '황제' 문호준을 보며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그가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며 느낀 감정입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카트라이더 리그 최고의 선수는 문호준입니다. 사실 그에게는 더이상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없었습니다. 이미 개인전 우승을 수차례 했었기에 그에게 개인전 우승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에 불과했죠.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문호준에게 간절함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카트라이더 리그가 단체전으로 바뀌면서 그에게는 새로운 간절함이 생겼습니다. 최고의 라이더 전대웅과 팀을 이루고 아이템전 최강이라 불리는 강석인까지 영입하며 단체전 우승을 꿈 꿨지만 이상하게 문호준은 단체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유영혁이라는 '신황제'는 단체전 2연속 우승, 개인전 우승까지 거머쥐며 황제 자리를 위협했죠.

10년 동안 항상 최고였고 심드렁하게 우승컵을 들어 올리던 문호준에게 간절함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자리잡은 것은 지난 시즌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조별 예선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은 문호준은 잠시 잊고 있었던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샘솟기 시작했습니다. 욕심 많은 그가 개인전을 버리는 것을 본 동료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같은 팀 동료 강석인은 "(문)호준이가 개인전에 대한 욕심을 버릴 친구가 아닌데 단체전 우승을 위해 개인전 연습을 아예 포기하더라"라며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타는 카트가 달라 연습을 하지 않으면 우승을 못할 텐데도 동료들에게 '나에게는 단체전이 더 중요하다'며 단체전 연습에 몰두하는 것을 보고 다들 의지가 불타올랐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전을 포기할 만큼 간절했던 단체전 우승. 결국 문호준은 전성기 시절보다 더 열심히 달렸고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유영혁팀을 꺾고 단체전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우승 후 문호준을 비롯해 전대웅, 강석인, 최영훈 모두 눈물을 펑펑 흘리며 그동안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를 보여줬죠.

문호준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아마도 간절함의 크기가 달랐기 때문에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단체전 우승이 주는 행복과 기쁨은 개인전 우승과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짜릿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얼마나 단체전 우승을 원했는지 알 수 있는 발언입니다.

수많은 우승 타이틀을 획득했지만 단체전 우승에 대한 간절함으로 또다시 정상에 선 문호준. 한동안 유영혁에게 밀린다는 말을 들으며 마음 고생했던 문호준은 다시 카트라이더 리그 최고의 선수로 우뚝섰습니다. 그는 이제 이은택이 세운 4회 연속 단체전 우승 기록에 도전하기 위해 또다시 간절함을 장착 중입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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