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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태국 선수들이 알려준 '즐기는 법'

이시우 기자

2016-11-12 02:19

실력만큼 팬서비스도 뛰어났던 태국 대표팀.(사진=오버워치 월드컵 중계 캡처)
실력만큼 팬서비스도 뛰어났던 태국 대표팀.(사진=오버워치 월드컵 중계 캡처)
큰 관심 속에 열렸던 오버워치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한국팀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며 무실 세트로 우승, 앞으로 펼쳐질 오버워치 국제 대회에서의 높은 경쟁력을 기대케 했다.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경기를 지켜봤으며, '오버워치 월드컵'이라는 키워드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였다.

한국팀의 우승, 러시아와 스페인의 선전 등 볼거리가 많은 대회였지만 또 하나의 재미는 다름 아닌 태국팀이 선사했다.

16강 D조에 배정됐던 태국은 프랑스와 중국에게 쉽게 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의 실력을 갖춘 '다크호스'였다.

첫 경기에서 중국에게 패하긴 했지만 마지막 쟁탈전에서 5라운드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중국을 괴롭혔다. 두 번째 프랑스와의 대결에선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고, 마지막에는 최약체인 싱가포르를 가볍게 제압하면서 프랑스, 중국과 함께 2승 1패를 기록해 재경기까지 몰고 갔다.

비록 3자 재경기에서 2연패를 하며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태국 선수들의 가능성은 확실히 보여줬다. 특히 겐지를 플레이했던 'oPuTo' 우본 다라의 개인기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한 실력이었다.

태국팀이 강한 인상을 줬던 이유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들이 보여줬던 '대회를 즐기는 모습' 때문이었다. 태국 선수들은 카메라가 자신들을 비출 때마다 밝은 미소로 화답했고, 이것도 모자라 손가락 브이나 하트를 날렸다. 어쩔 땐 '댑' 댄스를 추기도 했는데, 중요한 것은 이기던 지던 상관없이 시종일관 즐거운 모습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태국 선수들은 패배했을 때도 상대 선수들을 웃으며 맞이했고, 축하를 건넸다. 의례적인 축하가 아닌 진정한 축하였고, 그것은 선수들의 환한 얼굴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태국 선수들의 이러한 모습에 온라인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해외 팬들은 반해버렸다. 태국 선수들이 하트를 날릴 때면 채팅창 역시 하트 이모티콘으로 도배가 됐다. 실력으로 놀라게 한 한국을 제외하면 태국은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두 번째로 인기가 많은 팀임에 틀림없었다. 이로 인해 태국팀은 '행복 메타'라는 이전에는 없던 독특한 별명까지 얻었다.

물론 오버워치 월드컵이 이벤트전의 성격이 강한 대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프로팀 간의 경기에서 같은 행동을 했다면 자존심도 없다거나 승부욕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태국 선수들은 '축제'를 즐겼고, 그렇다고 경기를 건성으로 하지도 않았다.

11월의 축제는 끝이 났고, 다가올 12월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올스타전이 열린다. 올스타전은 무조건 상대를 이겨야만 하는 롤드컵과는 다르다. 팬들은 평소 보고 싶어 했던 색다른 선수들의 조합이나 정규 리그에서는 보기 힘든 챔피언들의 등장을 고대하고 있다. 한국은 롤드컵에서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강국이 됐기에, 올스타전에서 성적이 좋지 않다 하더라도 그 실력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출전하는 선수들 역시 당연히 우승에 대한 욕심이 나겠지만, 경쟁에 심취하기 보다는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를 조성했으면 한다. 긴장하고 독이 오른 모습보다는 태국 선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팬들을 향해 미소를 보여줄 수 있는 여유를 기대한다.

선수들이 축제를 진정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팬들도 부담감을 심어주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설령 선수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넓은 아량으로 지켜봐주길 바란다. 올스타전은 평소에 볼 수 없던 프로게이머들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대회이기 때문이다.

올해의 올스타전은 어느 때보다 볼거리가 풍성하고 재밌는, 선수와 팬들이 진정 게임을 즐기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이시우 기자

si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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