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메뉴
닫기

닫기

[기자석] 키르기스스탄 국가대표입니다

이윤지 기자

2016-11-17 10:45

[기자석] 키르기스스탄 국가대표입니다
2009년 영화 '국가대표'를 재밌게 본 기억이 난다. 척박한 환경을 이겨낸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의 비상은 마음에 감동으로 내려왔고, 이 영화는 800만 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특유의 동료애, 노력, 끈기에서 오는 감동 코드가 있다. 국내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1994년 눈이 내리지 않는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도전기를 다룬 '쿨러닝'이 그랬다.

더욱이 영화에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라는 설명이 붙으면 감동은 배가 된다. 그만큼 실화가 갖는 전달력은 뛰어나다.

그러니 눈 앞에서 영화같은 일을 맞닥뜨렸을 때, 그것이 동료애를 진득하게 드러내는 스포츠일 때 느끼는 감동은 어떨까. e스포츠에서, 월드 일렉트로닉 스포츠 게임즈(이하 WESG) 2016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종 예선에서 영화같은 실화를 마주했다.

10일부터 13일까지 열린 WESG 아·태 지역 예선은 도타2, 카운터 스트라이크:글로벌 오펜시브(이하 CS:GO), 하스스톤, 스타크래프트2 종목으로 치러졌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말레이시아 등 37개 국가 2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대회를 빛냈다. 37개국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참가국 중에는 키르기스스탄의 도타2팀, 노라이퍼파이브 리본(이하 NL5)도 있었다.

부끄럽지만 키르기스스탄이라는 국가를 WESG 아·태 지역 예선에서 처음 들어 봤다. 키르기스스탄은 카자흐스탄과 중국 사이에 있는 작은 국가로, 인구 수는 약 548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은 국가를 대표해 참가한 NL5는 10년지기 친구들이 모여서 만든 팀이다. 모두 도타2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프로 게이머를 꿈꿨고, 각종 온라인 대회에 참가하며 경험을 쌓았다. 'e스포츠의 불모지'라 불러도 무방한 키르기스스탄. 실제로 NL5는 개인 장비도 없이 OGN이 제공하는 기본 장비로 경기를 치렀다.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NL5는 선전했다. 조별 리그를 1위로 통과한 NL5는 8강에서 필리핀의 TNC 게이밍을 꺾었고 4강에서 태국의 시그니처.트러스트까지 제압했다. 중국 T.O.T와의 결승전도 혈전이었다. 1세트를 선취하며 기분 좋게 시작한 NL5는 이어진 세트에서 연패하면서 정상에 서지는 못했다.

개인 장비도, 프로팀도, 코칭 스태프도 없는 연습 환경에서 준우승을 차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해냈고, NL5가 거둔 성과에서 e스포츠가 점점 많은 국가와 사람들이 즐기는 종목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과 열정에는 끝이 없다는 가르침을 배웠다.

NL5는 2017년 1월 중국에서 열리는 WESG 그랜드 파이널에 진출하며 프로게이머라는 꿈에 한 발자국 다가섰다. 작은 국가에서 온 5명의 친구들은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즐거운 마음으로 NL5의 성장을 기다려야 겠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

이윤지 기자

ingji@

HOT뉴스

최신뉴스

주요뉴스

유머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