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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연봉 공개의 필요성

남윤성 기자

2016-12-13 14:39

최소 10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페이커' 이상혁.
최소 10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페이커' 이상혁.
최근에 프로게임단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그건 묻지 마세요"라는 답이다. 비시즌에 이 대답이 나올 만한 질문은 "그 선수 영입했던데(또는 재계약했던데) 올해 연봉은 얼마나 됩니까?"일 것이 100%다.

연봉에 대해 시원하게 답을 해주는 팀은 없다. 가장 먼저 재계약을 마친 SK텔레콤을 시작으로, 최근에 한 명씩 영입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아프리카 프릭스까지 공통적이다. 특히 전문 매체들이 질문을 던졌을 때에는 더욱 입을 다문다. "상황 다 알면서 왜 묻느냐"는 것이 공통적인 논거다.

하지만 연봉에 대한 정보는 하나씩 새어 나온다. 2017 시즌을 앞두고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SK텔레콤 T1의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을 예로 들어보자. SK텔레콤이 이상혁과의 재계약을 앞두고 큰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소문이 났다. 재계약 시즌이 되면 중국에서 최소 2~30억 원씩 제시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SK텔레콤이 이상혁과 재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을 때 담당자들은 액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프로 스포츠 선수들과의 비교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 메이저 매체들에서 이상혁을 인터뷰하면서 연봉에 대한 정보들이 공개됐다. 우회적이기는 했지만 '한국에서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선수의 최고 연봉에 견줄 만큼 받는다'는 보도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최소 10억 원 설부터 인센티브까지 친다면 30억 원에 달한다는 설까지 무성하다. SK텔레콤 T1 사무국이 일관적으로 "연봉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하고 있기에 더욱 '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봉 공개는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히 '썰'을 없애기 위함이 아니다. 한국의 e스포츠 업계가-최소한 리그 오브 레전드만이라도-선수들, 또는 선수단에 대한 투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은 중국, 미국에 비해 선수들에 대한 투자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서 챔피언스나 월드 챔피언십을 우승하며 기반을 닦은 선수들이 대거 중국 팀으로 이적한 이유는 연봉 때문이다. 군 생활을 해야 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서 1~2년만 벌어도 한국에서 뛸 때의 3~4배를 벌 수 있다고 판단한 선수들이 대거 중국으로 넘어갔다. 중국에 자리가 없다고 하면 영어를 배우면서도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북미나 유럽을 택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에서 뛰던 S급 선수들이 대거 유턴을 택했다. 한국의 연봉보다 무조건 2~3배를 부르던 중국의 협상 전략이 취업 비자 문제 때문인지, 한한령 때문인지 수그러들었다. 라이엇게임즈의 월드 챔피언십 상금 배분 방식이 바뀌면서 한국인 선수들도 중국에서 연봉을 많이 받는 것보다 한국 팀에서 뛰면서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해 우승하는 것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어찌됐든 외국에 나갔던 선수들이나 나갈 수 있는 선수들이 한국을 선호하고 있다.

한국 팀에게는 지금이 연봉 공개 시스템을 만들 적기다. 많이 받은 선수도 있고 생각보다 적은 선수도 있겠지만 한국 팀들은 2015, 2016년 초보다 확실히 많은 돈을 썼다. 쓸데 없이 연봉을 높이며 출혈 경쟁을 시도하기 보다는 선수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통해 적정 연봉을 산출하려 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운영하는 것이 팀 또는 기업에게 수익이 된다는 것을 알았고 팀 컬러에 맞는 선수들을 구성하면서 수익을 높이려고 고민한 결과다. 그러하기에 연봉을 공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연봉 공개는 선수들에게나 팀에게나 부담이 될 수 있다. 잘하고 있다고 평가를 받는 선수의 연봉이 적다면 팬들에게 질타를 받을 수 있고 실적이 그리 좋지 않은 선수에게 높은 연봉을 줬다면 게임단이 협상을 잘못했다고 비난을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봉 공개는 필요하다. 한국이 다른 지역들보다 적게 주지 않는 다는 것, 경쟁이 치열하긴 하지만 뛴 보람이 있는 지역이라는 점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선수들과 대등하게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킴으로써 상대적 박탈감을 없애야 한다. 이는 곧 장래의 스타 플레이어들에 대해 사전 보호 장치가 되면서 장기적으로는 한국 시장을 더욱 탄탄히 만드는 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남윤성 기자

the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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