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메뉴
닫기

닫기

[기자석] 시비도 인내해야만 하는 프로의 자세

이시우 기자

2017-02-17 00:03

[기자석] 시비도 인내해야만 하는 프로의 자세
지난 11일 MVP 프로게임단이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 팀 소속 선수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공식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한 선수가 중국 서버에서 랭크 게임을 하던 중 중국 유저와 시비가 붙었고, 욕설을 하고만 것이다. 중국 유저가 먼저 욕설을 한 정황이 있지만 잘 알려진 프로게이머의 신분이었기에 같은 태도로 대응한 것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같은 팀에 있었던 또 다른 한국 유저 두 명(취재 결과 두 유저는 MVP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이 욕설에 이어 '난징 대학살'을 언급하면서 일이 커졌다. 중국인을 상대로 난징 대학살을 언급한 것은 한국인에게 민주화 운동을 조롱하거나 관동 대학살을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결코 해서는 안 될 발언이었다.

이 발언은 중국을 비롯해 북미 커뮤니티까지 퍼지면서 비난의 대상이 됐고, 해당 발언을 한 두 유저는 중국 매칭 플랫폼에서 99년 계정 정지를 당했다. 같이 게임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오해를 살법한 상황이었는데, 비록 MVP의 선수가 위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흥분을 참지 못하고 함께 욕설을 했다는 사실로 인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해당 사실을 확인한 MVP 측은 팀의 공식 SNS를 통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프로 선수로서 위와 같은 이슈에 휘말린 것에 대해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절대 악의적으로 상대방을 비방하려 했다기보다는 순간적인 감정과 분위기에 휩쓸려 프로 선수로서 좋지 않은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리며, 중국 CS:GO 커뮤니티의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 이번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선수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팀 역시 공식적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MVP가 빠르게 사과를 했지만 이번 일로 인해 그간 쌓아왔던 한-중 CS:GO 커뮤니티 간의 신뢰 관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 특히 위 사건을 빌미로 중국 팀들이 한국 팀들과 연습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한국 CS:GO 팀들에겐 크나큰 손해일 수밖에 없다. 국내에 제대로 된 연습 환경을 갖춘 CS:GO 팀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혀 서로 연습을 하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에서 대부분 팀들이 중국 팀들과 연습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걱정이 기우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프로게이머의 평소 언행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는지 알기 때문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MVP는 최근 아카데미 팀까지 만들면서 CS:GO 부흥에 온힘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배 게이머의 잘못이 더 안타깝게 다가왔다.

이번 사태뿐 아니라 프로게이머가 게임 중 시비에 휘말려 욕설을 한 사례는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 등 다른 종목에서도 종종 있어 왔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양쪽이 똑같은 욕설을 했다 하더라도 프로게이머 타이틀을 단 쪽에 대한 비판이 더욱 무거웠다.

그만큼 프로게이머는 피곤한 직업이다. 남들이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하는 게임을 업무로 삼아야하기 때문에 게임이 질리더라도 해야 하며, 인터넷 상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언행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싸워봐야 손해만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누군가 이유도 없이 시비를 걸어오더라도 가벼이 넘기거나 인내하는 수밖에 없다. 시비에 쉽게 휘말린다면 아마추어와 다를 바가 없다.

팀에 소속된 프로게이머는 그 팀과 응원하는 팬들, 후원사를 대표하는 얼굴이기 때문이다. 결코 자신의 기분에 따라 행동해서는 안 되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프로게이머 소양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활동 중인 프로게이머들을 비롯해 프로를 지향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시비에 휘말렸을 때 '프로'라는 타이틀이 가진 무게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논란이 될 만한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프로에게 필요한 자세이자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이시우 기자

siwoo@

HOT뉴스

최신뉴스

주요뉴스

유머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