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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OGN,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해

이윤지 기자

2017-04-12 11:47

[기자석] OGN,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해
대학 시절, 휠체어 농구를 관람한 적 있다. 온전히 팔의 힘으로 경기용 휠체어를 끌고, 골대를 향해 공을 밀어 넣는 모습은 즐거움 이상의 감동이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장애의 장벽이 아닌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감만으로 경기장이 가득 메워졌다.

누구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누구나 경기장을 찾을 수 있다. 이동권을 비롯한 여타 장애인 인권에 대한 거창한 정의를 내리긴 부족했으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 또한 스포츠의 주체이며 기호에 따라 언제든 즐길 수 있다고.

그래서일까. 작년 개관한 OGN e스타디움에 8개의 휠체어 전용 좌석을 봤을 때 반가웠다. 맨 앞줄에 마련된 휠체어석은 앞과 옆의 공간이 충분했고, 경기장 1층인만큼 이동도 손쉬웠다. 그 자리를 앉게될 관객이 꽤 좋아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힘들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 앉기까지의 과정이 말이다.

e스포츠를 좋아하는 팬 A씨는 3월 28일 OGN e스타디움에서 열린 오버워치 에이펙스 시즌2 루나틱 하이와 메타 아테나의 경기 관람을 희망했다. 휠체어석을 이용해야 했기에 경기 일주일 전, 예매 사이트인 티켓링크에 문의를 넣었다. 답변은 "주최측에 자리를 확인하는 메일을 보냈으니 기다려달라"는 것. 하지만 이후 1-2일 동안 주최측인 OGN으로부터 답을 받지 못했다며 예매가 늦어졌다.

OGN에 문의하니 티켓링크에 전화해보란 말과 담당자가 부재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소득없는 시간이 흘렀고, 예매는 경기 당일 오후 CJ E&M 고객센터에 문의하면서 가까스레 이어졌다. 휠체어석을 이용하기 위해 A씨는 약 일주일 동안 15번의 전화를 돌렸다.

OGN 측에 휠체어석 예매 절차를 문의했다. OGN 관계자는 "티켓링크에서 일반석으로 예매한 후 좌석 변경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계 카메라의 동선이 휠체어석과 겹쳐, 좌석 변경 요청이 들어오면 예매 확인과 함께 카메라 동선을 변경하는 과정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는 티켓링크나 OGN 측에서 이 절차에 대해 안내받지 못했다. 해당 경기의 예매가 시작되기 전에 문의를 넣었음에도 말이다. 예매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안내 페이지에도 명시돼 있지 않다. A씨 입장에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오버워치 에이펙스 결승전 예매 공지사항(위쪽)과 오버워치 에이펙스 4강 예매 공지사항. (사진=티켓링크 화면 캡처)
오버워치 에이펙스 결승전 예매 공지사항(위쪽)과 오버워치 에이펙스 4강 예매 공지사항. (사진=티켓링크 화면 캡처)
휠체어석에 대한 안내는 상당히 부실하다.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오버워치 에이펙스 시즌2 결승전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열리는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2017 스프링 결승전의 경우, 예매 페이지 공지사항에 '휠체어석의 경우 티켓링크 고객센터에서 구매 가능합니다'란 문구가 있다. 하지만 OGN e스타디움에서 진행되는 해당 리그의 다른 경기 예매 페이지에는 이 안내가 없다.

별도의 공지도 없었고, 전화 문의에선 허탕을 치기 일쑤였다. A씨는 OGN과의 불통으로 상당한 피로감을 떠안고 나서야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OGN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발견했다. OGN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오버워치 에이펙스와 롤챔스의 담당자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A씨도 체감했다. 예매가 힘들었던 오버워치 에이펙스와 달리 롤챔스는 예매가 손쉬웠다는 것.

더욱이 오버워치 에이펙스 담당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티켓 할인에 대해서도 무지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반면 롤챔스 담당자는 인지하고 있었고, 할인을 적용해줬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OGN 내부의 직원 교육과 커뮤니케이션이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내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다. 8개의 휠체어석. 휠체어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다면 그 편의를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

이윤지 기자

ing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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