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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레전드의 만남, 이후가 더 중요하다

남윤성 기자

2017-05-26 01:40

'페이커' 이상혁(왼쪽)에게 우승 메달을 수여하고 있는 호나우두(사진=OGN 생중계 화면 캡처).
'페이커' 이상혁(왼쪽)에게 우승 메달을 수여하고 있는 호나우두(사진=OGN 생중계 화면 캡처).
22일(한국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주네스 아레나에서 열린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2017(이하 MSI) 결승전에서 한국 대표 SK텔레콤 T1이 유럽 대표 G2 e스포츠를 3대1로 꺾은 뒤 곧바로 열린 메달 수여식에서 의외의 인물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축구계가 자랑하는 레전드 선수 중에 한 명인 호나우두가 복도에서 걸어 나온 것. 브라질 레드 카니즈 팀의 원거리 딜러인 'brTT' 펠리페 곤칼베스와 브라질 리그 오브 레전드 관계자와 함께 등장한 호나우두는 MSI를 제패한 SK텔레콤 T1 선수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고 4명의 선수들에게 우승 메달을 목에 걸어줬다.

그 과정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장면은 호나우두가 '페이커' 이상혁에게 메달을 수여하는 모습이었다. 호나우두가 한 명씩 시상하는 것을 보고 있던 이상혁은 호나우두와 악수를 나눈 뒤 메달을 받기 전에 안경을 벗었고 수여식이 끝난 뒤 다시 악수를 나눴다.

축구의 전설이 e스포츠의 전설에게 우승 메달을 선사하는 모습을 본 전세계 e스포츠 팬들은 가슴 뭉클한 느낌을 받았다. 외국 팬들이 의견을 나누는 레딧에 엄청난 글이 올라온 것은 물론이고 MSI 시상식이 끝난 뒤 한국의 검색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에 호나우두가 올라오는 등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호나우두가 MSI 현장에 등장한 것은 깜짝 이벤트를 위함은 아니었다. 호나우두는 2017년 1월21일 브라질의 프로게임단인 CNB e스포츠 클럽에 투자자로 합류하면서 e스포츠 업계에 화제를 몰고 왔다. 브라질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인기가 날로 커져가고 있던 상황에 호나우두가 프로게임단의 지분을 50%나 매입하면서 직접 투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이번 MSI를 브라질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호나우두의 이름값이 작용한 것도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라이엇게임즈는 결승전이 열리기 하루 전인 21일 공식 SNS를 통해 폐막식에 호나우두가 등장할 것이라 알리면서 호나우두가 직접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는 사진을 게재하면서 관심을 고조시켰다.

축구의 전설인 호나우두와 e스포츠 대세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는 '페이커' 이상혁이 직접 만나면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중요한 것은 이후다.

한 번 만난 이후 호나우두는 호나우두의 길을 가고 이상혁은 이상혁의 길을 가는 것으로 끝나면 일시적인 이벤트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혁의 소속팀인 SK텔레콤 T1이 호나우두가 투자한 CNB e스포츠 클럽 선수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합동 훈련(소위 부트 캠프)을 갖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인 호나우두가 프로게임단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다면 국내외 매체의 뜨거운 관심을 얻을 수 있다.

e스포츠계는 최근에 세계적인 스포츠 단체인 OCA와 IOC의 관심을 받은 적이 있고 정식 스포츠 종목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뜨거운 설전이 오갔다.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가 되기 까지는 요원하고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호나우두와 같은 대스타가 긍정적인 취지로 설명해준다면 e스포츠의 이미지는 크게 상승할 수 있다.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는 주체로서 호나우두의 한국 방문이 이뤄진다면 국내 e스포츠 업계에는 특별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최근까지 정치적인 불안감이 경제 침체로 이어져왔던 한국은 대통령이 바뀌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등 경기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동안 대기업의 e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뜸했지만 분위기가 달라지는 시점에 호나우두와 같은 대스타가 한국을 찾는다면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축구 레전드와 e스포츠 레전드의 만남이 한국에서 이뤄지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남윤성 기자

the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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