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메뉴
닫기

닫기

[기자석] '400 가루'라는 이름의 전설

이윤지 기자

2017-08-04 01:37

[기자석] '400 가루'라는 이름의 전설
하스스톤의 신규 확장팩 '얼어붙은 왕좌의 기사들'의 카드가 공개될 때마다 이용자들은 전설 등급의 카드에 먼저 주목한다. 가장 강력한 효과를 지니고 있는만큼 메타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이번 신규 확장팩에서도 매력적인 전설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새로운 전설 카드들이 높은 관심을 받을 때마다 한 번도 조명받지 못한 전설들이 생각난다. 도대체 쓰임새를 알 수 없는 효과를 지녀 외면 당하는 카드 말이다. 그 카드들은 전설이 아닌 '400 가루' 취급을 받는다.

굉장히 너그럽게 생각했다. 오리지널 카드팩의 '전승지기 초'는 상대의 주문 플레이를 억제할 수 있고, '밀림의 왕 무클라'와 '괴수'는 어느정도 리스크가 있지만 초중반 필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고. '네트 페이글'의 쓰임새까지 인정하고 나서, 전설 카드들을 살펴봤다. 그럼에도 몇몇 카드들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밀하우스 마나스톰(왼쪽)과 노즈도르무. (사진=하스스톤 인벤 캡처)
밀하우스 마나스톰(왼쪽)과 노즈도르무. (사진=하스스톤 인벤 캡처)
오리지널 카드팩의 '밀하우스 마나스톰'의 경우 다음 턴에 적이 시전하는 주문의 비용이 0이 된다는 상당한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2코스트에 공격력 4, 생명력 4라는 좋은 스탯을 갖고 있지만 턴을 넘겨 받은 상대는 주문을 활용해 손쉽게 '밀하우스 마나스톰'을 제압할 수 있으며, 더한 대미지까지 입힐 수 있다. 실제로 기자는 과거 '불안정한 차원문'에서 '밀하우스 마나스톰'이 나와 소환했다가 큰 코를 다친 적 있다.

'노즈도르무'도 그렇다. 9코스트 공격력 8, 생명력 8이라는 저조한 스탯에 효과까지 아리송하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봐도 어그로덱 이용자가 컨트롤덱 이용자에게 혼선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정도로만 떠오른다. 하지만 아무도 쓰지 않을 것이다.

모고르. (사진=하스스톤 인벤 캡처)
모고르. (사진=하스스톤 인벤 캡처)
첫 번째 확장팩 '고블린 대 노움'에도 존재가 의문스러운 전설 카드들이 있다. '박사 붐'은 OP 중의 OP라 불리며 최정상에서 군림하는 한편 많은 전설들은 자기 차례를 오매불망 기다리기만 했다. 특히 '모고르'는 빠르게 400 가루로 바뀐 전설 중 하나다. 기계 콘셉트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도 없고, 50%의 확률로 엉뚱한 적을 공격한다는 효과를 지녔으면서 스탯도 평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좀처럼 장점을 찾기가 어렵다.

'대마상시합'은 그럭저럭 넘길 만한 수준이다. '볼프 램실드'는 '크툰'의 카운터로 득을 본 바 있어 긍정적인 점수를 주고 싶다. 아쉬운 카드는 '해골 기사' 정도다.

이후 출시된 '고대신의 속삭임'이나 '비열한 거리의 가젯잔', '운고로를 향한 여정'은 콘셉트에 충실하고, 특정 덱을 밀어주는 전설 카드들이 출시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쓰이지 않는 카드가 다수지만 말이다. 적어도 위에 언급한 몇몇 카드보다는 쓸 만하다.

평균적으로 100장 중에 한 장 나온다는 전설 카드. 그 가치가 귀한만큼 최소한의 사용법은 마련해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식간에 400 가루로 갈려 나가는 그들의 운명을 당연시하기는 아쉽다.

블리자드는 메타에 역동성을 꾀하기 위해 정규전을 도입했고, 몇몇 카드를 하향했다. 최근엔 오리지널 카드를 야생에 편입시키는 강수를 뒀다. 그렇다면 카드의 리메이크나 상향 또한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살짝만 바꾸어도 된다. '밀하우스 마나스톰'의 경우는 다음 턴이 아니라 다음 주문 카드로, '노즈도르무'는 상대방에게만 시간 제한을 주는 식으로 말이다.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주면 이용자들은 숱한 연구와 노력으로 메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역동성을 부여하겠다는 블리자드는 여지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한다.

카드 팩에서 주황색으로 빛나는 카드를 발견했을 때, 그 설렘은 잊을 수 없다. 그와 동시에 '밀하우스 마나스톰'이 등장했을 때의 묘한 실망감은 더욱 뇌리에 남는다. 전설의 가치는 400가루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버프 혹은 리메이크에 대한 고민도 해야한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

이윤지 기자

ingji@

HOT뉴스

최신뉴스

주요뉴스

유머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