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30대 프로게이머를 위하여

2017-09-1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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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생인 'TaZ' 빅토르 보이타스.(사진=버투스 프로 공식 홈페이지 발췌)
최근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 팀 MVP 프로젝트가 에이수스 ROG 마스터즈 2017 한국대표 선발전과 IeSF 2017 월드 챔피언십 한국대표 선발전서 연달아 우승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1988년생이 3명이나 있는 MVP PK는 '나이가 많으면 반응 속도가 느려져 FPS 게임 실력이 떨어진다'는 속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국내 최고의 팀으로 거듭났다.

나이가 들어 반응 속도가 떨어져 프로게이머로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e스포츠 업계에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30대 프로게이머가 많지 않기 때문에 20대에 밀려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 나이와 실력이 반비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30대가 되기 전 은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늦은 군 입대와 불안정한 수익 활동 때문이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MVP PK 선수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던 중 프로게이머의 꿈을 다시 꿀 수 있게 된 것은 MVP 프로게임단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연습 환경을 보장받은 MVP PK 선수들은 피지컬이 뛰어난 20대 초반의 팀들을 압살하면서 국내 최고의 팀이 됐다.

30대 프로게이머들은 10대와 20대에 비해 많은 장점이 있다. 어린 선수들보다 경험이 풍부하고 팀 내 불화가 생겨도 이를 노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상대와의 심리전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고, 인터뷰 스킬도 뛰어나 미디어와 가깝게 지낼 수 있다.

비교적 후원이 안정적인 해외에서도 꾸준히 활약하는 30대 선수들이 있다. 폴란드 CS:GO 팀 버투스 프로가 대표적인 예다. 버투스 프로의 최고령자인 'TaZ' 빅토르 보이타스는 1986년생이다. 'Neo' 필립 커브스키는 1987년, 'pasha' 야로슬로프 야잠프코프스키는 1988년생이다. 한국 나이로 모두 서른을 넘겼다.

특히 'Neo'와 'TaZ'는 2002년부터 프로 무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으니, 15년 째 선수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꾸준한 자기 관리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의 영향이 더욱 컸다.

2014년 1월부터 버투스 프로와 함께 해온 이들은 2016년 12월에 4년에 달하는 새로운 장기 계약을 체결해 앞으로 더 오래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MVP PK나 버투스 프로 외에도 적지 않은 30대 선수들이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한 때 스타크래프트2를 평정했던 임재덕도 당시 나이 서른이었고, 국내 최고의 스트리트 파이터5 프로게이머인 '잠입' 이선우 역시 1985년생이다.

프로게이머가 능력을 펼치는데 있어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앞서 나열한 선수들이 그것을 증명해내고 있다. 다만 이들이 안정적인 선수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선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프로게이머의 평균 연령대가 높아진다면 그만큼 선수풀이 늘어나 국제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 빠른 은퇴 후 진로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더욱 탄탄한 프로게이머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e스포츠 시장의 후원 규모가 늘어나 MVP PK나 이선우 같은 30대, 40대 프로게이머를 더 많이 볼 수 있길, 30대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길 기원해본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