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누구나 처음은 있다(2)

2018-08-0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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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T1의 미드 라이너 '피레안' 최준식.
지난 주에 '누구나 처음은 있다'라는 제목으로 한화생명 e스포츠의 제2 엔트리에 대해 소개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에스플렉스 센터 e스타디움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2018 서머 5주차 SK텔레콤 T1과 한화생명 e스포츠의 2세트를 관전하던 팬들은 깜짝 놀랐다. 한화생명 e스포츠의 경기석에 앉아 있는 5명의 선수 가운데 무려 3명이 롤챔스에서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주전으로 뛰던 선수들이 1세트에서 패하자 2세트에서 5명 모두 교체를 선언했고 톱 라이너 '브룩' 이장훈, 정글러 '마이티베어' 김민수, 미드 라이너 '쿠잔' 이성혁, 원거리 딜러 '클레버' 문원희, 서포터 '애스퍼' 김태기를 기용했다. '라는 서두로 시작하는 기자석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 경기에서 한화생명은 패했다. 그렇지만 경기 내용은 훌륭했다. 후반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화생명은 SK텔레콤을 압박했고 골드 획득량에서도 계속 앞서 나갔다. 마지막 전투에서 대패했기에 무너졌지만 킬 스코어와 골드 획득량 모두 우위를 점한 상태로 경기가 끝났다.

제2 엔트리를 깜짝 기용한 한화생명이 향후에는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있다는 내용으로 글을 마쳤다. 처음 무대에 선 선수들이 몇 년이 지나고 나면 한화생명을 대표하는 선수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이름을 날릴 수도 있다는 예상이었다.

이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 가운데 그 시기를 앞당긴 인물이 있다. 한화생명 소속은 아니고 SK텔레콤 T1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미드 라이너 '피레안' 최준식이다.

'피레안'이라는 아이디와 최준식이라는 이름은 한국 팬들에게는 낯설다. 한국 팀 소속으로 뛴 적이 없기 때문에 신인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최준식은 2016년 1월 북미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인 임펄스 소속으로 데뷔했고 피닉스1, 엔비어스, 피닉스1을 거쳤다. 승보다 패가 더 많기에 승률 5할을 넘지 못했고 소속팀들이 포스트 시즌은 커녕 승강전을 전전했기 때문에 최준식에 대해 주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2018년 스프링을 앞두고 SK텔레콤의 연습생으로 합류한 최준식은 스프링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지만 출전하지는 못했다. 서머에 들어오면서 6월20일 MVP와의 대결에서 롤챔스 출전 경험이 없었던 '레오' 한겨레와 함께 출전한 최준식은 팀이 1대2로 패하면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리프트 라이벌즈를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온 SK텔레콤은 '페이커' 이상혁 대신 '피레안' 최준식을 주로 출전시켰다. 21일 한화생명 e스포츠와의 대결에서 선발로 나선 최준식은 2대0으로 승리하는 데 일조했고 이후 bbq 올리버스와의 대결에서도 2대1로 이기면서 팀의 연승에 힘을 보탰다. 롤챔스에서 처음으로 MVP까지 수상한 최준식은 29일 열린 젠지 e스포츠와의 경기에서는 1세트에서 라이즈로, 3세트에서는 스웨인으로 맹활약하면서 두 경기 모두 MVP를 수상했다.

네 경기 연속 주전으로 나선 최준식은 2라운드에서 SK텔레콤이 5승1패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상혁이라는 세계적인 슈퍼 스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준식이 안정적으로 팀에 녹아 들어 가면서 SK텔레콤은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최준식이 이상혁의 자리를 완벽하게 메운 것은 아니다. 팬들의 마음 속에는 이상혁이라는, 챔피언스 코리아 최다 우승자, 월드 챔피언십 최다 타이틀 보유자의 이름이 확고부동하게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페이스를 계속 유지한다면 최준식이 이상혁과 동등한 상황에서 경쟁을 벌일 수도 있고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북미 LCS에서 몇 년 동안 기회를 잡지 못했던 최준식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하다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주전 자리를 꿰찬다면 '누구나 처음은 있다'라는 명제를 증명하는 좋은 사례가 될 수도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