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내 목소리가…? '사이퍼즈' 인어공주 사건

2016-07-08 17:43
수 많은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임 내 시스템, 오류 혹은 이용자들이 원인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게임 내외를 막론한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이에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오늘은 네오플이 개발한 온라인 액션 AOS '사이퍼즈'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인데요. 2011년 6월 출시된 '사이퍼즈'는 출시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PC방 순위 15위 안에 랭크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입니다. 그런 사이퍼즈에서 '목소리'가 사리지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오류가 아닌 기획의도, 그것도 캐시 상품 기획의 일환이었습니다.

◆사이퍼즈는 어떤 게임?

'사이퍼즈'는 AOS로 분류되지만 캐릭터의 등을 바라보며 플레이하는 TPS 시점을 채택해 액션성을 강조했는데요. 강조된 액션성 만큼 다른 요소를 단순화했습니다. 스킬의 경우 마나 등의 자원없이 쿨타임만을 가지고 있고, 상점도 따로 장소에 갈 필요없이 돈만 모으면 바로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공성전, 섬멸전, 진격전의 세가지 모드가 '사이퍼즈'의 대표적 모드인데요. 이 중 공성전이 메인 콘텐츠입니다. 여타 AOS 장르 게임과 같이 대칭형 맵에서 방어 건물이 있는 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아군 철거반과 함께 상대방의 본진 건물인 안개수집장치(HQ)를 부수는 것이 승리 조건이죠.


'사이퍼즈'는 AOS 게임임에도 스토리가 탄탄한 편인데요. 실제 역사와 유사한 세계에 초능력자를 더한 SF적인 설정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두터운 팬층을 갖춘 뒤 이를 통해 고정적인 이용자풀을 확보한 것이 게임 흥행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개발사인 네오플의 전작 '던전앤파이터'와 등장 인물 및 아이템 설정 등이 세계관을 공유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고 있는데요. '염동력자 미쉘 모나헌'이 기적의 미쉘로, 닥터 까미유와 드루이드 미아도 양 게임 모두에 등장합니다.

밤의 여왕 트리비아, 불의 마녀 타라, 파괴왕 휴톤 등의 캐릭터도 '던전앤파이터'에 이미 등장한 캐릭터들이죠. 다만 '사이퍼즈' 개발진은 두 게임의 세계관이 서로 관계가 없는 평행세계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평화로운 사이퍼즈 마을에 돌연 나타난 한 여인


2015년 4월 30일 '사이퍼즈'에 헌터 탄야 캐릭터가 업데이트를 예고했습니다. 어둠의 능력자 소속으로 능력자 사냥꾼인 그녀는 온몸에 흐르는 독으로 적을 중독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능력을 감지할 수 있다는 설정과 매혹적인 일러스트로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죠. 그런데 능력자를 사냥하러 등장한 그녀가 게임 내 등장하자마자 사냥한 것은 다름 아닌 모든 캐릭터의 목소리였습니다.

◆목소리를 잃은 캐릭터들

헌터 탄야의 업데이트일 다른 콘텐츠들도 다수 업데이트 됐는데요. '소셜 메시지-보이스 추가' 업데이트와 '탄야의 속삭임' 아이템 판매를 진행했습니다. 소셜 메시지-보이스란 '사이퍼즈' 게임 중 캐릭터가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요. 기존에는 전투 중 'ㅋㅋ', /웃음, 'ㅜㅜ', /울음 등을 입력하면 캐릭터의 웃음소리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원래 쓰던 기능에 뭔가 추가됐구나 근데 이걸 왜 캐시로 파는거지? 라는 생각도 잠시, 게임에 접속해보니 탄야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들이 감정표현과 관련된 목소리를 잃어버린 상태였습니다.

◇ 소셜액션 단축키나 대응하는 단어를 채팅으로 입력할 경우 캐릭터 웃음 소리와 액션이 출력됐다.

탄야 업데이트 전에는 모든 캐릭터가 그냥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었는데요. 갑자기 공격, 후퇴, 감사, 칭찬 등 게임 플레이와 관련한 보이스를 제외한 소셜적인 기능을 갖춘 목소리가 모두 사라진 것이죠.

그런데 이 '탄야의 속삭임'을 구매하면 이 같은 소셜 보이스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즉 기존에 제공하던 캐릭터 보이스 기능을 유료화한 셈이죠.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미 제공돼 잘 이용하고 있던 콘텐츠를 삭제한 뒤 이를 상점을 통해 유료로 구매하게 한 셈입니다.


게다가 '사이퍼즈'의 팬층 중에서는 특정 성우를 유달리 좋아하는 '성우덕'들이 상당 수 있었는데요. 이를 의식한 네오플이 2014년 11월 경 '더 보이스 오브 사이퍼즈'라는 이름으로 신규 캐릭터 성우를 이용자들로부터 공개 모집하는 이벤트를 진행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성우덕'들을 의식하는 개발사가 한 만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캐시 아이템 기획이었죠.


한편 네오플 측이 공지한 패치노트의 소셜 메세지/보이스 추가 항목을 보면 '속삭임 아이템을 사용해 캐릭터의 소셜 보이스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긴 했는데요. 기존 캐릭터의 보이스가 삭제된다는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기에 이용자들의 불만, 아니 분노가 폭발하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의도는 불순, 기획은 미숙

매출을 밸런스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만, 그 방식이 너무했죠. 기본으로 제공하던 것을 설명도 없이 빼앗아가더니 다시 쓰고 싶으면 돈을 내라고 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아이템 자체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2900원의 가격에 판매된 '탄야의 속삭임'을 구매하면 기존 다른 캐릭터들에게 모두 기본으로 제공하던 소셜 보이스 6종을 빼면 캐릭터 선택 시 등장 대사가 캐릭터의 메인 대사로 변경되고 상대 여러명을 제거했을 때 탄야의 대사가 출력되는 것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2900원 자체는 작은 돈이지만 모든 캐릭터에 이 아이템을 장착하려면 18만 원이 훌쩍 넘어갑니다. 당시 전 캐릭터의 속삭임 아이템을 판매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캐릭터의 옥소리를 괜히 다 빼앗은 게 아니겠죠.

◆결국 다시 돌아갔지만


이용자 반발이 심해지자 결국 네오플은 '탄야의 속삭임' 판매 일주일 만인 2015년 5월 7일부로 판매를 조기 중단하고 캐릭터들의 소셜 보이스를 모두 복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탄야 보이스팩 구매자를 위해 추가 보상과 환불을 진행했죠. 해당 사건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탄야의 속삭임'이 업데이트된 4월 30일부터 모든 일이 되돌아간 5월 7일까지 접속 기록이 있는 이용자들에게 블루부스터와 조커클럽 1일권을 보상으로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의 큰 실망만 사게된 셈인데요. 이를 기점으로 '사이퍼즈'에 정이 떨어졌다고 토로하는 이용자도 상당 수 있었습니다.

◆남은건 아쉬움 뿐

사실 소셜 보이스 추가는 이용자들이 원한 것이었는데요. 업데이트 방향은 좋았지만 이용자들이 바란 것은 탄탄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사이퍼즈'인 만큼 캐릭터간에 상호 작용 대사나 떡밥용 대사들이었지, 있던걸 돈내고 사겠다는 것은 아니었죠.


요새 가장 핫한 게임인 '오버워치'에서 캐릭터간 상호 대사로 던져주는 관계 설명과 떡밥, 말장난, 또는 캐릭터성 강화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을 보면 더욱 아쉬운데요.

만일 기존 보이스는 그대로 두고 캐릭터 관계에 따른 특수 보이스와 추가 대사를 아이템으로 판매했다면 캐릭터성을 강화해 '사이퍼즈'의 두터운 팬층을 더욱 확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