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2012년 왕십리…악마를 '디아블로'를 보았다

2016-07-15 13:05
수많은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임 내 시스템, 오류 혹은 이용자들이 원인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게임 내외를 막론한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해서,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게.이.머'의 이번 시간에는 '디아블로3'의 발매 당일 소장판 판매와 함께 시작된 일련의 헤프닝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2012년 5월 15일, 악마가 부활한다

2012년 5월 세상은 한 악마의 부활을 주목하고 있었는데요. 바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프렌차이즈 시리즈 '디아블로3'의 발매일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디아블로2'가 2000년 6월 출시됐으니 12년만에 대악마 디아블로가 부활한만큼 많은 이용자들의 관심이 몰려 있었죠. 그만큼 블리자드드 대대적인 이벤트를 마련했는데요. 이 이벤트에 블리자드가 예상한 인원을 훌쩍 넘은 숫자가 몰리면서 큰 혼란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그 날의 왕십리

블리자드는 2012년 5월 14일 왕십리에 위치한 서울 비트플렉스(엔터식스)서 '디아블로3'의 발매 전야제를 마련했는데요. 오후 5시부터 출시기념 전시회를 갖고, 다양한 서브 프로그램이 진행했습니다. 현장 경품 이벤트를 비롯해 '디아블로3' 개발자 및 영상, 모델들의 사인회도 진행됐죠.

◇ '디아블로3' 일반판과 소장판의 모습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날의 메인 이벤트는 '디아블로3' 한정 소장판의 오프라인 판매였는데요. 이 소장판은 패키지와 사운드트랙, 미술 원화집, USB, 특별 아이템 등으로 풍성한 구성품을 갖추고 있지만 9만9000원이라는 결코 낮지 않은 가격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블리자드 측은 1인당 2개까지만 구매가 가능하도록 룰을 정하는 등 많은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문제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이 몰리면서 시작됐습니다.

전날인 13일 새벽 6시. 벌써부터 이용자들이 몰려 들었습니다. 이 와중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왕왕 발생했는데요. 먼저 주최 측의 준비 미숙으로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음에도 천막 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은데다 전날부터 줄을 선 사람들을 아무도 통제하지 않았던 것에서 비롯한 일이 많았습니다.

14일에는 새벽부터 대기했던 대기자들이 직접 라인을 세우고 관리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대기자가 모여들었고 15일 판매시작과 함께 5000명이 넘는 대기자들이 왕십리 광장을 메우는 장관을 펼쳤습니다.

◇ 현장 판매 모습과 줄을 선 구매 대기자들

주최 측은 해당 상황을 어떻게든 정돈하기 위해 늦게나마 행사장에 스태프들을 파견했는데요. 긴급하게 투입된 스태프 역시 속성으로 교육된 지라 새치기, 대기표 문제 등 행사 진행 과정에서 삐걱거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담으로 대기자들이 들어찬 광장을 통학로로 이용하던 한양대학교 학생들을 그 날따라 지각자가 많았다고 합니다.

◆'디아블로3' 세계 최초 구매자는 한국인

세계 최초로 '디아블로3' 한정판을 획득한 주인공은 당시 22세의 조재우씨였습니다. 블리자드가 전 세계에서 개최한 전야제 행사 국가 중 시차상으로 한국이 제일 빠르기 때문인데요. 그는 '디아블로3'를 위해 경기도 안양에서 서울로 와 이틀 밤낮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이틀간을 꼬박 앉아서 기다렸다는 그는 왕십리역 근처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판매 개시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느 데일리게임과의 인터뷰에서 '디아블로3' 한정판을 딱 한 장만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아블로3' 한정판 판매를 허용했다.

그는 "혹시나 뒷줄에서 구매하시지 못하는 분도 계실까봐 한 장만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며 훈훈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조재우씨는 '디아블로3' 개발자 친필 사인이 담긴 아트북과, 마우스패드 등 특별한 선물이 담긴 가방을 얻을 수 있었죠.

◇ 최초 구매자에게 주어진 선물


◆새치기 사냥꾼부터 텐트남까지

이런 훈훈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불미스러운 일도 많았습니다.

행사가 시작하기 약 일주일전인 5월 5일 한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에는 "한정판에 눈이 멀어 지금부터 13일 런칭행사 출발 시까지 단검 마스터리 스킬을 연마하겠다"며 "새치기 사냥꾼으로 기억해 달라"는 글이 헌팅나이프 사진과 함께 게재됐는데요.

결국 서울 성동경찰서에서 출동해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 위반'으로 당시 26세 이던 이모씨를 불구속 입건했는데요. 이씨는 미국에서 제조된 길이 13cm의 헌팅 나이프를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 해당 글에 첨부된 사냥용 칼 사진

그는 "진짜 칼을 가져갈 의도는 없었고 장난삼아 글을 올린 것"이라 주장했는데요. 경찰은 장난이었다고 할지라도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이씨로 인해 불안감을 가졌고, 흉기소지 자체가 위법하다"며 행사가 끝날때까지 그를 구속했습니다.

또 광장 한복판에 텐트를 설치하는 사람도 있었는데요. 오자마자 공공지역에 텐트를 설치하고는 신고를 받은 경찰과 구청 관계자가 와서 철거를 요청해도 거절했습니다

해당 사건은 게임 커뮤니티에 널리 퍼졌는데요. 텐트 안에 젊은 여성이 앉아 있는 사진이 같이 공개되며 실제로는 '텐트남'이지만 정작 텐트 안에 있던 여성이 더 강조돼 네이버 검색어 순위에 '텐트녀'가 오르기도 했습니다.

◆마이프레셔스…한정판을 위한 여정

어쨋든 모두가 바라는 '디아블로3' 한정판은 14일 오전 8시경 조기 품절됐는데요. 총 4000장을 준비했지만 14일 오전 8시경 대기 순번이 3000명을 넘어서며 '디아블로3' 한정판 패키지 수량이 사실상 품절됐습니다. 블리자드가 대기자 1인당 최대 2개 패키지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포기는 없었습니다. 우선 15일 오전 9시부터 '11번가'에서 소장판을 온라인 판매했는데요. 이 곳에도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 각종 오류와 서버 다운이 발생했고 준비된 소장판 4000장은 30분 만에 매진돼 버렸습니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의 대형마트가 200장을 자사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했고 모든 쇼핑몰 사이트가 다운됐죠.

오프라인 구입도 녹록치 않았는데요 수도권 매장의 경우 아예 전날부터 대기자가 있었고 대부분 매장에선 개장과 동시에 판매가 완료됐습니다. 사위를 대신해 밤새 줄을 서서 물품을 구매한 장모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죠.?

◆제주도까지 원정구매

'디아블로3' 한정판 구매 열기가 전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제주에 한 대형마트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용자들로 붐벼 업무가 마비되는 등 곤욕을 치렀습니다. 한정판 패키지 판매에 앞서 소비자간 구입 우선순위를 두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하는 등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는데요.

제주시내 한 대형마트는 16일 오전 개장에 맞춰 '디아블로3' 한정판 패키지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었는데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업무가 오전 동안 마비됐었습니다.

◇ '디아블로3' 판매 중!

원인은 바로 '디아블로3' 한정판이 제주 지역까지 배송되는데 시간이 걸렸고 다른 지역보다 하루 늦게 판매를 시작하게 된 것이었는데요. '제주에 가면 한정판을 살 수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를 구하고자하는 콜렉터들이 제주로 몰렸고 이들은 제주 지역 게이머들과 경쟁하게 됐습니다.

대형마트는 '디아블로3' 패키지 판매를 선착순 배포가 아닌 일반 판매 방식으로 판매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전날부터 기다린 사람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는데요. 사태가 확산되자 마트 측은 소비자들을 상대로 추첨 구매를 제안했으나, 이에 수긍하지 못한 소비자들과 직원 사이에 실랑이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여파는 연예계까지도

한 아이돌그룹 멤버가 '디아블로3' 한정판을 인증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그는 SNS를 통해 '디아블로3'와 관련된 게시글을 연속적으로 올리며 가지고 싶다고 지속적으로 어필했었습니다.

결국 팬들에게 이를 선물로 받아 인증한 것인데요. 다른 멤버들도 한정판을 받았다며 인증샷을 올렸고, 이 것이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지며 '구걸돌'이냐는 비아냥까지 사게 됐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소속사는 진화에 나섰는데요. 그 내용이 다소 황당합니다 "블리자드 본사에서 직접 선물 받았다"고 답변한 것인데요. 블리자드가 공식적으로 한정판을 선물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더욱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 마이 프레셔스-

이렇게 '디아블로3' 한정판은 발매 당시 모두가 바라던 '절대반지'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인기가 많은 만큼 한정판을 되팔아 한 몫을 잡으려는 사람도 많았던 것인데요. 한때 5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에 판매하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이들은 '디아블로3'에 등장하는 네팔렘과 되팔이를 합성한 되팔렘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사회적인 파장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