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오버워치 리그, 무엇이 문제인가

2017-03-03 03:09

블리자드가 오버워치 리그를 출범시키면서 e스포츠 업계의 막연한 꿈같았던 지역연고제를 실시하겠단다. 이 소식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해 11월 블리즈컨에서였다.

3개월이 지난 뒤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리그와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2017년 들어서도 오버워치 e스포츠 정책 발표가 이루어지지 않아 관계자들이 답답함을 호소하던 차여서 간담회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컸다.

하지만 기자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들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고,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었다. 이전의 두루뭉술한 비전만 반복해 제시할 뿐이었다. 이는 게임단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블리자드의 발표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던 오버워치 게임단 관계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망감은 물론이거니와 지역연고제에 참여하려면 자본력을 갖춰야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박탈감과 좌절감마저 느끼고 있는 상황. 블리자드 간담회에 참석했다는 한 관계자는 "정책을 확인하고 나니 면전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기분이다.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게임단 운영 지속 여부에 대해 고심에 빠진 모습이었다.

지역연고제 실현 방안에 대해서도 논란은 많지만 오버워치 리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팀 오너 선정 방식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오버워치 리그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팀에게 지역을 대표하는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본을 투자해 입찰하는 방식으로 지역 대표팀 권한을 얻는다.

이는 후원사 없이 팀 운영만으로도 허덕이고 있는 국내 게임단들의 실정에 전혀 맞지 않는 방식이다. 오로지 자본력 있는 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블리자드는 팀 오너에게 대회를 통한 수익을 분배해 안정적인 운영을 도울 것이라 했는데, 기존 팀들에겐 아무런 비전도 제시하지 않았다. 입찰에 참여할 자본이 없는 팀들은 성장할 기회마저 없는 것이다. 실력이 아닌 자본의 힘만으로 일방적 이익을 취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다.

두 번째 문제는 입찰을 통해 팀 소유주가 될 경우 선수 선발에 대한 권리까지 갖는 것이다. 기존 팀들은 애써 키운 선수들을 눈 뜨고 뺏길 수 있는 처지에 놓인 것. 스타크래프트, 리그 오브 레전드 등에서 '헝그리 정신'으로 버티던 팀들이 고생 끝에 후원사를 얻고 안정적 궤도에 올랐던 것과 달리, 오버워치 팀들은 보상은커녕 손해만 보게 생겼다.

세계 최고의 오버워치 팀을 만들겠다는 꿈을 안고 경쟁에 뛰어들었던 관계자들은 지난 9개월 동안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까지 사비를 들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후원사도 얻지 못한 채 어렵게 키운 선수들을 빼앗길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앞날이 캄캄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일부 관계자는 "계약서를 완비하고 이적료를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팀과 지역연고팀이 누릴 수 있는 혜택과 기회의 크기가 확연히 차이나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찔러보기'만으로 크게 동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역연고팀이 특정 선수에 대해 관심 있다는 소문만 흘려도 해당 선수는 이적을 원할 것이고, 이적이나 상호 계약 파기가 불발될 경우 사기가 떨어져 팀 성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선수를 놔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선수의 권리만 외치기에는 관계자들이 보는 손해가 너무나도 크다. 사비까지 털어가며 선수 육성에 모든 것을 바쳤는데, 얻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이후 오버워치에 도전장을 내미는 팀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후발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기존 팀들마저 하나씩 운영을 포기한다면 프로를 지향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은 체계적인 시스템에서 연습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아마추어와 프로의 격차는 더욱 벌어져 선수 수급에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 선수 수급이 되지 않는 리그의 미래는 이미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세 번째 문제는 게임단들에 확실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블리자드는 지역연고제 입찰에 참여하려면 얼마를 내야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았고, 국적이나 지역 제한에 대해서도 향후 변경 가능성만 시사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입찰에 필요한 금액이 얼마인지 모르기 때문에 투자자를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적 제한에 대해서는 "스타크래프트2나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지역 락(Lock)이 언제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무턱대고 해외로 나갈 수도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팀들에 제대로 된 비전을 제시하고 동반자로서의 대우를 확실하게 해주는 것이 종목사가 할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는 소홀히 대하고 있다. 한국팀들은 이미 오버워치 월드컵과 IEM에서 정상에 올랐고, 에이펙스 무대에서도 세계 최고라 불리는 팀들을 연파하며 실력을 증명했다. 충분히 대우받을 권리가 있는 이들에게 충분한 지원책은 마련해주지 못할망정 벼랑 끝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오버워치 e스포츠 글로벌 디렉터인 네이트 낸저는 기자 간담회에서 오버워치 리그를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대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피라미드는 아래서부터 위로 쌓아올려야 하는데 블리자드는 꼭대기부터 세울 심산이다. 순서가 바뀌면 제대로 된 모양새가 나올 수 없다.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지금은 아래부터 하나씩 제대로 쌓아올려야 할 때이다. 이상이 아닌 한국 시장의 실정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