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왜 국가대표를 인기투표로 뽑는가

2017-03-17 00:02

지난해 11월 블리즈컨에서는 오버워치 월드컵이 열렸다. 프로팀들이 출전하는 기존 대회와 달리 모든 팀이 한 국가의 선수들로만 구성된 국가대표팀이었다.

대회 자체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다소 잡음이 있었다. 경쟁을 통해 선발하거나 특정한 기준을 두고 차출하는 것이 아닌 팬들의 투표로 국가대표를 선발했기 때문이다.

투표 후보들은 그전의 대회 입상 경력이나 인지도를 고려해 정해졌다지만 실력보다 인지도가 우선시됐고, 인지도가 높은 선수들 중 일부는 누락되면서 후보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선수가 차출된 팀들은 대회기간 중에도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가 없었다.

블리자드는 최근 하스스톤 글로벌 게임에 나설 국가대표를 또 다시 팬들의 투표로 선발한다고 밝혔다. 48개국이 출전하는 대회에 한국 대표로 총 4명의 선수를 선발하는데, 글로벌 포인트 1위를 차지한 '핸섬가이' 강일묵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을 투표로 뽑겠다는 것이었다.

후보군에는 총 8명의 선수가 올랐고, 우려했던 대로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선수의 선발 자격이나 최근 성적 등을 두고 말싸움이 한창 벌어졌다. 현재의 실력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에게 표를 주겠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가 잠정 폐지됨으로 인해 신예들의 등용문이 사라지면서 '고인 물'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마당에, 신인 선수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선수 선발 방식을 차용한 것은 고인 물을 더 고이게 만들 뿐이다.

이벤트성 대회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하스스톤 글로벌 게임은 상금이 걸린 정식 대회다. 인기가 아닌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어야하는 자리다.

만에 하나 국가대표로 선발된 선수들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팬들 사이에선 다시 한 번 설전이 벌어질 테고, 그런 상황에서는 국가대표로 뽑혔던 선수나 그렇지 못한 선수들 모두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블리자드가 자사 종목들로 이벤트성 게임대회가 아닌 진정한 e스포츠를 만들고 싶다면 인기투표로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방식은 앞으로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