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해설 "2018년에도 변함없이 좋은 중계 약속드린다"

2018-01-11 07:21

다양한 종목이 존재하는 e스포츠에서 해설가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게임을 잘 아는 팬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초심자들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의 깊이와 중심을 잘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한 번에 여러 종목을 맡아 진행하는 해설가들도 여럿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오버워치 에이펙스를 이끌었던 김정민 해설은 안정적이면서도 전문적인 해설을 하기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블리자드의 게임들을 주로 해설하면서 '블리자드의 아들'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군 복무 기간을 빼도 올해로 10년차가 된 베테랑 해설 김정민. 블리자드 게임의 대표 해설이었던 그가 지난해 12월 14일 진행된 PSS 베타 제작발표회를 통해 배틀그라운드 해설에도 도전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새해에 새로운 도전을 앞둔 김정민 해설의 각오와 그가 전하는 해설과 프로게이머의 덕목에 대해 들어봤다.

Q 10년차 베테랑 해설이다. 해설을 처음 했던 때와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내 역할이 뭔지, 내가 무얼 해야 하는지 조금 더 잘 알게 됐다. 경력이 쌓이니까 노하우도 생기고, 어떻게 하면 다른 중계진과 조합을 맞추고, 팬들에게 어떤 부분을 전달해줘야 좋을지, 조금씩 더 배워가는 것 같다.

Q 스타크래프트, 하스스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오버워치 등 못하는 게임이 없다. 특히 블리자드 종목을 많이 맡아 '블리자드의 아들'이란 별명까지 생겼는데.
A 그 별명은 흥미롭고 좋아한다. 기분이 좋다. 내가 해설을 잘 못했다면 못 들었을 얘기다.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내가 좋은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에 행복했다. 굉장히 여러 종목을 도전하면서 '실패하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다. 방구석에서 하루 종일 게임을 하고 여러 스킬들을 외우고 반복했던 작업들이 헛된 시간은 아니었구나 싶다. 인정받는 것 같아 좋다.


Q 여러 게임들을 동시 중계하다보면 스킬 이름이 헷갈리지는 않나.
A 그런 일은 거의 없다. 손에 꼽힐 정도다. 잠을 거의 못 잤다거나 할 때 한두 번 나오는 실수인데 그런 실수는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스타크래프트 1, 2를 병행할 때도 헷갈리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잘 틀리지 않는 편이다. 중계 전날에는 중계할 게임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하는 편이다.

Q 중계를 위해 게임을 재미가 아닌 의무적으로 해야 할 텐데.
A 일이기 때문에 몸에 뱄다. 일로써 하는 게임 외에 다른 것은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할 줄 모른다. 준비해야할 종목들이 많이 때문에 취미로 다른 게임을 하는 것은 없다.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고 있다.

Q 사고를 치지 않는 '모범적인' 해설로 유명하다. 심지어 개인방송에서도 욕설이나 비속어 같은 말들을 수가 없던데.
A 실제로 욕을 잘 하지 않고, 그런 방송이 좋다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평소 중계 모습을 좋아해서 개인방송까지 봐주시는 분들인데, 그 때 이미지와 개인방송 이미지가 다른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Q 그런 김정민 해설도 '항아리 게임'을 하다가 욕을 할 뻔했던 적이 있다.
A 짧게 한 마디 나왔는데, 그날 한 번 하고 바로 지웠다. 그 게임으로 개인방송을 하면 돈은 많이 벌겠지만, 돈도 돈인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개인방송은 시간이 없어 많이 못하지만 너무 좋아한다. 자주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Q 대회 중계와 개인방송의 차이가 있다면.
A 중계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딱딱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얘기에 대한 유무 차이도 있고. 개인방송은 굉장히 솔직한 편이다. 일상적인 얘기도 하고 개인적인 고민도 가감 없이 얘기하는 편이다. 내 공간이고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있다. 하지만 대회에선 내가 주인공이 아니다. 그래서도 안 되고. 개인방송이 가지는 매력은 엄청나다. 나를 좋아하거나 최소한의 호감이 있는 분들이 오시는 것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Q 리그 이야기를 해보자. 2016년에는 히어로즈 슈퍼리그 중계를 했는데, 2017년에 HGC로 재편돼 온라인 중계로 바뀌면서 화제성이 많이 떨어졌다. 아쉬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A 아쉽지만 현실적으로 이해하는 부분이다. 평소 관중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물론 결승전만 되면 깜짝 놀랄 정도로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HGC가 평소 관중 없이 하는 것까진 괜찮은데 플레이오프나 결승전만큼은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앞에 팬들이 있을 때 에너지가 다르긴 하다.

Q 올해는 오버워치 에이펙스 중계를 했는데, 특히나 '해변탕' 조합이 큰 인기를 얻었다.
A '용봉탕' 황규형 해설과 서로 잘 맞았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그 친구가 가진 장점을 해치지 않으려 굉장히 노력했다. '용봉탕'도 내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로 잘 자란 것 같다. 중계 보시는 분들이 대부분 좋아해주시더라.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7년은 오버워치를 중계하며 얻은 게 너무 많다. 팬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아본 게 스타크래프트 때 이후로 오랜만인 것 같다. 온라인 중계는 온라인 중계의 맛을 살리고, 에이펙스는 적절한 위트 이상은 가면 안 된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다. 선수들이 멋있기 위해선 농담도 적당히 치고 빠져야 한다. 그런 것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Q 후배 프로게이머들에게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A 아무도 안하니까…. 물론 나도 많이 하는 건 아니지만. 프로게이머는 약한 상대다. 내가 걸어온 길을 걷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프로게이머들을 보고 있으면 한없이 약하게 느껴진다. 안타까운 부분도 있고, 젊음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통 30대에 자기 위치가 결정되는데 조금 인기를 얻었다고 그러다가 나중에 잘못될까봐 걱정이다. 잘 나가다가 잘 안된 게이머들을 너무 많이 봤다. 실패 사례만 수백 명 이상을 봤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최소한 가이드를 잡아주고 싶었다. 그 때문인지 친분이 없는데 계약 관련해서 조언을 얻으려고 연락하는 선수도 있었다.

Q 반대로 성실함이 눈에 띄는 선수도 있을 것 같다.
A 아무래도 비교적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 눈에 들어온다. 런던 스핏파이어의 '피셔' 백찬형 선수는 언행일치 하는 게이머다. 처음엔 너무 외적으로 튀는 행동을 많이 해서 걱정했는데 게임으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 류제홍도 그렇고. 피지컬을 요구하는 오버워치에서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들 젊은 나이에 여러 욕심이 많이 날 텐데 한 게임에 올인 해서 달리는 모습을 보면 충분히 모범적인 것 같다. 오버워치에서 잘 나가는 게이머들 대부분 멋있는 것 같다.


Q 얼마 전 오버워치 리그 프리시즌 중계를 했었다. 아침 일찍 중계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나.
A 평소보다 어렵다. 그래도 새벽 중계보단 낫다. 보통 새벽 2~3시에 많이 하는데 그 때가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아시아 지역의 시간을 어느 정도 고려해 맞춰진 리그라고 본다. 이른 시간 중계가 힘들긴 하지만 경기장이 미국에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물론 저녁시간 중계가 더 좋긴 하다.

Q 오버워치 리그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A 지켜봐야할 것 같다. 엄청난 공을 들인 것이 사실이고 멋있고, 잘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팬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에 대해선 좀 봐야할 것 같다. 선수들은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그것이 주는 쾌감, 감동, 프로 선수의 멋진 모습을 팬들이 느낄 수 있는 무대라고 생각한다. 후보 선수가 많아 자칫 잘못하면 후보나 교체 선수가 되기 때문에 엄청난 경각심과 긴장감을 주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선수들의 상향평준화가 엄청날 것 같다. 실제로 미국 선수들이 굉장히 잘한다. 지금은 눈에 띄는 선수가 몇 명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늘어날 것이다. 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력인데 경기력이 100% 보장된다는 것이 오버워치 리그의 매력이다. 그 시스템에서 실력이 떨어질 수가 없다. 몇몇은 떨어질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무조건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그런 부분 때문에 기대된다.

Q 배틀그라운드 해설도 도전하게 됐는데.
A 내게 제안이 올 줄 몰랐다. 연예 대상에서 '내가 받을 줄 몰랐다' 이러는데 정말 내가 섭외될 줄 몰랐다. 내 입장에서 OGN이 나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동안 섭외가 들어와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는데 이번엔 강하게 나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내가 해야 되는 건가 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려서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Q 배틀그라운드는 절대 강자가 나오기 힘든 게임인데.
A 아직은 판단하는 게 시기상조라 생각한다. 대회를 몇 번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더 보자고 정리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몇몇 강력한 팀들이 있고 잘하는 팀들이 많다. 몇 차례 리그를 거쳐봐야 알 것 같다. 자기장 때문에 변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변수도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친구들이 나오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한 e스포츠라 봐야한다. 각 팀마다 약속된 자리 같은 게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나오는 전략들을 마스터해나가는 단계라고 본다. 거기서부터 오는 운영을 갈고닦고 있고, 기본기를 다지는 단계다. PSS 베타를 하고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Q 해설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있나.
A 게임이 주는 순수한 재미에 집중하려 한다. 오버워치 에이펙스도 잘됐던 것이 재밌었기 때문이다. 내가 중계한 종목 중에서 가장 깔끔하고 호평을 많이 받았다. 그런 리그가 많지 않다. 배틀그라운드에서도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재미를 줄 수 있는 해설을 하고 싶다. 어떤 부분이 재밌는지 잘 안다. 그런 부분을 알려드리고 싶다.


Q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다. 2018년 목표는.
A 특별한 것 없다. 언제나 초지일관이다. 나는 술도 잘 안마시고 담배도 안 핀다. 그저 게임 보는 걸 좋아하고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옛날엔 하는 것이 먼저고 그 다음이 보는 거였는데 이제 손이 안 따라줘서 바뀌었다.(웃음) 2016년, 2017년 같이 2018년도 똑같을 것이다.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좋은 중계를 약속드리겠다. 시작은 아쉬울지 몰라도 중간 지점 갔을 때는 많은 분들이 만족하실만한 중계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진=박운성 기자(photo@dailyesports.com)
정리=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