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락스 덕에 더 즐거웠던 역대급 순위 경쟁

2018-03-28 00:30

지난 25일 SK텔레콤 T1이 콩두 몬스터를 2대1로 제압하면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2018 스프링 순위 싸움이 막을 내렸다. 8승9패로 6위였던 SK텔레콤은 이날 승리로 9승9패, 세트 득실 0이 되면서 4위로 포스트 시즌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9승9패, 승률 50%로 포스트 시즌에 올라간 사례는 몇 번 있었다. 아직 10개 팀으로 늘어나기 전이었던 2015년 스프링에서 포스트 시즌 막차를 탄 진에어 그린윙스는 7승7패, 세트 득실 +2였다. 역대 가장 좋지 않은 승로 포스트 시즌에 올라간 팀으로 기록에 남아 있는 2016년 서머 5위 아프리카 프릭스는 8승10패, 세트 득실 -3이었다. 당시 아프리카는 승률 5할 이하, 세트 득실도 마이너스였음에도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가 확실하게 벌어지면서 5위에 올랐다.

◇ 2018 롤챔스 스프링 순위. 9승9패에 세트 득실 1점 차이로 4, 5, 6위가 정해진 중위권에 시선이 간다.

2018년 순위 싸움은 중위권에 집중됐다. 월드 챔피언십을 제패한 KSV가 초반에 3연승을 달리면서 치고 나가는 듯했지만 시즌 중반에 휘둘리면서 연패에 빠지며 중위권으로 내려왔다. 함께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서 맞붙었던 SK텔레콤 T1은 물갈이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1라운드 초반에 5연패를 당했고 후반에도 연패에 한 번 빠지면서 중위권을 형성했다.

당연히 상위권이라고 평가됐고 4강에 꼭 이름을 올릴 것이라 여겨졌던 KSV와 SK텔레콤 T1이 중위권으로 내려온 것만으로 순위 싸움이 극렬해지지는 않는다. 하위권으로 예상됐던 팀들이 올라오면서 주판알 형상을 만들어줘야 제대로 불이 붙는다. 그 팀이 바로 락스 타이거즈였다.

2018년 스프링의 락스 타이거즈는 2017년부터 진행된 실험이 완료된 양상을 보여줬다. 2017년 서머 2라운드를 앞두고 '미키' 손영민이 팀을 떠나면서 전력 누수가 발생한 락스는 '라바' 김태훈으로 긴급 수혈했다. 누가 봐도 포스트 시즌에 오르지 못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2018년에도 락스는 진에어 출신 미드 라이너 '쿠잔' 이성혁을 영입하면서 전력을 보강한 것을 보면 여전히 허리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이성혁이 뛸 수 있는 경기는 많지 않았다. 락스의 첫 경기였던 SK텔레콤과의 1세트에서 한 번 뛰었고 2라운드 SK텔레콤전 2세트에 나왔지만 두 번 모두 패했다.

락스는 주전으로 김태훈을 계속 기용하면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줬다. SK텔레콤과의 2세트부터 계속 경기에 나선 김태훈은 콩두 몬스터와의 1세트에서 코르키로 시즌 1호 펜타킬을 달성했다. 이후 자신감을 찾은 김태훈은 선배들과의 의사 소통에 있어서도 먼저 나설 정도로 어우러지면서 든든히 허리를 지켰다.

주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 선수는 '린다랑' 허만흥이다. 지난 해까지 락스는 중요한 경기에서는 '샤이' 박상면을 기용했다. 허만흥의 출전 횟수가 더 많기는 했지만 사람들의 인식에는 박상면이 주전이고 허만흥이 백업이라 여겨질 정도였다. 2018 시즌을 앞두고 박상면이 은퇴하면서 락스는 톱 라이너에는 백업 선수를 배치하지 않았다. 허만흥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는 뜻이다.

탱커형 챔피언으로 버티는 능력은 좋지만 공격형 챔피언을 택했을 때에는 힘이 빠진다는 평을 받았던 허만흥은 1라운드까지는 그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2라운드에서는 사이온과 스웨인으로 재미를 보면서 스타일 다변화에 성공했다.

약한 고리라고 여겨졌던 톱 라이너와 미드 라이너의 기량이 탄탄해지면서 정글러가 움직일 공간이 넓어지면서 락스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1라운드에서 3연패 뒤 3연승을 달리면서 5승4패를 기록한 락스는 kt 롤스터와 bbq 올리버스를 끊어내며 7승5패까지 올라갔다.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던 락스는 MVP와의 대결에서 패한 것이 가슴 아팠다. 바로 다음에 아프리카 프릭스, 킹존 드래곤X라는 상위권 팀과의 대결을 앞두고 있었기에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은 것.

이후 2연승을 달리면서 9승8패까지 만들어 놓은 락스는 진에어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1세트를 승리했지만 2, 3세트를 연달아 내주며 SK텔레콤과 KSV에게 포스트 시즌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락스 입장에서는 다잡은 고기를 내준 셈이지만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은 다진 시즌이기도 하다. 원래 잘하고 있던 하단 듀오에다 상체와 허리가 강해지면서 라이너들의 기량이 탄탄해졌고 바론 싸움에서 가장 강한 팀이라는 팀 컬러도 만들어냈다.

2018년 스프링 시즌에 역대급 순위 싸움을 만들어준 락스 타이거즈에게 서머에는 포스트 시즌 진출에 대한 기대를 걸어도 좋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릴 수 있는 이유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2015년 이후 포스트 시즌 진출팀 성적
2015 스프링 3위 CJ 엔투스 10승4패(+8)
2015 스프링 4위 진에어 그린윙스 7승7패(+2)

2015 서머 4위 KOO 타이거즈 11승7패(+9)
2015 서머 5위 나진 e엠파이어 11승7패(+7)

2016 스프링 4위 진에어 그린윙스 10승8패(+4)
2016 스프링 5위 아프리카 프릭스 10승8패(+2)

2016 서머 4위 삼성 갤럭시 12승6패(+8)
2016 서머 5위 아프리카 프릭스 8승10패(-3)

2017 스프링 4위 아프리카 프릭스 10승8패(+2)
2017 스프링 5위 MVP 10승8패(+2)

2017 서머 4위 SK텔레콤 T1 13승5패(+11)
2017 서머 5위 아프리카 프릭스 10승8패(+6)

2018 스프링 4위 SK텔레콤 T1 9승9패(0)
2018 스프링 5위 KSV 9승9패(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