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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포커스]'4년만에 이렇게 달라져서 돌아왔습니다'---구창모의 화려한 변신

정태화 기자

2020-11-24 11:01

NC 구창모가 2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구창모는 2차전서 6이닝 3실점으로 패배를 기록했으나 이날 7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지배하며 생애 첫 한국시리즈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누렸다.
NC 구창모가 2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구창모는 2차전서 6이닝 3실점으로 패배를 기록했으나 이날 7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지배하며 생애 첫 한국시리즈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누렸다.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은 이럴때 쓰는 말인 것 같다. 4년전과는 달라도 엄청 다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년이란 세월이 이렇게 다르게 만들었다. 그 가치를 자신이 스스로 증명했다. 바로 구창모 이야기다.

구창모는 2016년도 데뷔했다. 주로 불펜으로 나섰다. 신인 투수로 당연한 수순이었다. 39게임에서 4승1패 1홀드 평균자책점 4.19. 신인으로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미래 에이스 재목'으로 손꼽혔다. NC가 2013년 1군 리그에 첫 참가한 뒤 4시즌만에 성큼 2위로 도약하는데 힘을 보탰다.

신인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되는 영예도 안았다. 하지만 활약은 미미했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첫번째 불펜투수로 나서 1이닝 무실점을 했으나 정작 한국시리즈에서는 2차전과 3차전에 잇달아 불펜으로 등장해 단 한타자만 상대하고 물러났다. 그것도 두번 모두 안타를 맞았다. 결국 한타자도 아웃시키지 못했다. 구창모의 포스트시즌 첫 경험은 이렇게 아픈 기억만 남겼다.

그리고 4년 뒤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구창모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되어 돌아왔다.

지난 18일 2차전서 6이닝 7피안타 7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했지만 크리스 플렉센의 벽을 넘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2승2패로 균형을 맞춘 23일 다시 한번 플렉센과 선발 맞대결을 벌인 5차전에서는 완승을 거두었다. 7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무엇보다 2차전서 97개를 던진 뒤 나흘만에 나서 무실점으로 감격적인 한국시리즈 첫 승리를 챙기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구창모가 있었기에 루친스키를 4차전에 불펜으로 쓸 수 있었다. 구창모가 자기 능력치를 보여줄 것이다. 1차전에서 초반에 안 좋았지만 뒤로 갈수록 좋아졌다"며 굳은 신뢰를 보내 준 이동욱 감독의 믿음에 완벽하게 보답한 것이다.

구창모의 올시즌은 한겹 껍질을 벗어 던지는 의미있는 한해였다.

7월 26일 KT전을 마치고 휴식차원으로 2군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13게임에서 9연승, 평균자책점은 1.55를 기록하며 외국인투수들을 압도했다. 평균자책점을 비롯해 다승, 탈삼진, 승률 등 모든 투수 부문에서 단독선두에 나서 올해 모든 투수 부문을 평정할 태세까지 보였다.

호사다마랄까? 휴식을 위해 내려가 받은 신체검사에서 부상이 드러났고 재활에만 3개월이 걸렸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몸이 완벽하게 되돌아올때까지 무리를 시키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단순히 팀 에이스일뿐만 아니라 장차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재목감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배려였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시즌 막바지인 10월 24일 불펜으로 1⅓이닝으로 컨디션을 조절한 뒤 정규리그 마지막게임에 선발로 나서 한국시리즈에 대비한 피칭을 했다.

구창모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8회초 교체되고 있다. 구창모는 이날 7이닝 5안타 5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로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구창모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8회초 교체되고 있다. 구창모는 이날 7이닝 5안타 5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로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구창모가 한국시리즈라는 빅게임에서 과연 제몫을 해 줄것이냐는데 대해 다소 의구심을 품은 것은 사실이다.

정규리그에서는 잘 던지다가도 막상 빅게임에 들어가서는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왕왕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부상에서 회복된 뒤 실전 경험이 부족한 것도 걸림돌로 보였다.

지난 18일 2차전서 당초 우려대로 컨트롤에서 문제점을 보였다.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하는 등 영점이 흔들렸다. 그러나 이닝을 거듭하면서 자신감을 찾아갔다. 6이닝을 버텼다. 실책만 아니고 잘 맞은 타구들이 병살로 처리되지만 않았다면 패전투수가 아닌 승리투수가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4일을 쉬고 5일만에 등판한 5차전에서도 초반에는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았으나 곧 자신의 모습을 되찾았다. 노련한 포수 양의지의 리드에 따라 자신감있는 피칭도 돋보였다. 위기에서 더 빠른 볼로 타자들을 욱박지르며 위기를 타개하는 관리능력도 일품이었다.

구창모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8회초 마운드를 물러나면서 포수 양의지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구창모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8회초 마운드를 물러나면서 포수 양의지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8회초 선두타자인 박건우에게 우월 3루타를 맞았으나 베테랑 투수인 김진성의 삼자범퇴로 무실점의 행운까지 안으면서 한국시리즈 5차전 데일리 MVP까지 수상했다.

구창모는 이렇게 화려하게 등장했다.

올시즌 프로야구에는 젊은 피들이 두드러졌다. 올시즌 신인왕이 유력한 소형준(KT)을 비롯해 이민호(LG), 송명기(NC), 김민규(두산), 안우진(키움), 정해영(KIA) 등이다.

구창모는 바로 이들 가운데 선두주자다. 구창모의 등장은 류현진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그리고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도전으로 공백이 생긴 우리나라 왼손투수의 계보를 이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아직 개최 여부가 미지수이기는 하지만 다가오는 도쿄올림픽, 그리고 각종 국제대회에서 국가대표 에이스 재목으로 손색이 없다.

앞으로 그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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