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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6주년 기획: 위기의 韓 e스포츠④] e스포츠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 그리고 스포츠토토

김용우 기자

2024-07-01 19:55

e스포츠 종주국으로 자부하던 한국은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중국에 밀리는 모습을 보인 바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오일 머니'를 등에 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약진에 e스포츠의 중심에서 더욱 밀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데일리e스포츠는 창간 16주년 기획 기사를 통해 왜 e스포츠 종주국을 자부하던 한국이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됐는지 분석하고 그 해법에 대한 고민까지 독자 여러분들께 전달하려 합니다. < 편집자 주 >
[창간 16주년 기획: 위기의 韓 e스포츠④] e스포츠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 그리고 스포츠토토
한국에서 총선과 대선 기간이 되면 e스포츠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모습이 있다. 바로 국회의원, 대통령 후보들이 e스포츠 발전 공약을 쏟아낸다는 거다. 지난 대선 기간 때는 국민의 힘 윤석열 대통령(당시에는 대선 후보)과 이준석 대표(현 개혁신당 대표)가 LCK를 보기 위해 롤파크 LCK 아레나를 방문하기도 했다. 최근에 끝난 22대 총선 때는 많은 후보가 e스포츠 관련 공약을 제시했다.

◆ 고사 직전의 한국 e스포츠 게임단
현재 한국 e스포츠 게임단들은 고사 직전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회인 LCK의 경우 전 게임단이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다. 각 게임단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다. 줄이고 줄여도 적자 폭은 10억 원을 훌쩍 넘긴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모 기업에서 지원을 받는 대기업 팀을 제외하면 대부분 게임단은 '각자도생'이기 때문에 수익 구조를 만들어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 상황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안으로 나온 것이 스포츠토토(체육진흥투표권)다. 스포츠토토는 현재 야구, 축구, 농구, 배구, 골프에 도입됐다. 스포츠토토를 운영 중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스포츠토토로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10%)를 종목의 주최단체에 나눠준다. 총금액은 2천억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국이었던 2020년부터 프로 스포츠가 무관중으로 열리면서 스포츠토토는 수익에서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서 대안이 온라인 등으로 꾸준하게 열린 e스포츠의 편입이었다. 만약에 e스포츠가 스포츠토토에 들어갈 수 있다면 200억 원 정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관계자들은 유소년 게이머 지원과 함께 선수 육성 및 국제대회 지원 등을 하는 프로 게임단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 한국 e스포츠 종목이 외국 게임이라서?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는 e스포츠를 스포츠토토에 넣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인터뷰를 했다. 이번 총선 때는 개혁신당이 e스포츠의 스포츠토토 진입을 공약을 내세웠다. 22대 국회가 개원되면 e스포츠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일 것으로로 예상됐으나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총선이나 대선에서 국회의원이나 대선 후보들이 e스포츠를 언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젊은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함이다. 그들은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하고 다양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e스포츠 쪽에서 기대를 모았던 스포츠토토는 지난 5월 1일 정부가 발표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 발표로 인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당시 발표를 주도한 문화체육관광부는 "대부분 한국 e스포츠 게임 종목이 외국 게임이며 종목, 산업화를 하는 데 다른 지역에 비해 뒤처졌다"라며 "e스포츠를 스포츠토토에 넣어달라고 하는데 체육계에서는 소위 '마인드 스포츠'를 넣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e스포츠는 스포츠인가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20년 전부터 거론된 'e스포츠가 스포츠인가'라는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e스포츠 선수들에게 인터뷰서 모 기자가 "e스포츠로서 군대 면제를 받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은 당시에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앞서 나온 문체부의 내용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e스포츠가 오랜 시간 동안 승부조작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공정성 신뢰에 문제가 있으며 일부 종목에 편중돼 있다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e스포츠 저변을 확대하고 영화, 드라마 등 다른 콘텐츠 분야 뿐만 아니라 관광 등 타 산업과 연계해 부가가치를 확대하며 이를 통해 산업에 부족한 자생력을 확보한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한국 e스포츠의 대부분 종목은 외국게임이며 소위 '마인드 스포츠'를 넣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는 등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를 하는 건 문제가 있다.

어쩌면 표 때문에 e스포츠 쪽에 기웃거리다가 선거가 끝나면 모르는 척 하는 많은 이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한 관계자는 "21대 국회에서 게임, e스포츠 관련 발의를 한다고 해도 위에서 묵묵부답이었다"며 "e스포츠가 인정받기 위해선 위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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