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김태일은 "9월7일에 터키에서 선수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전지 훈련을 한 뒤 중국으로 넘어갈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우리 팀 선수들이 연습하는 것도 기사로 써주면 좋겠다"라고 아이디어를 주기도 했다.
김태일을 통해 강민수이 비자를 받지 못한 소식을 접한 라이엇게임즈는 대사관에 연락해 비자 발급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초청장을 재발급받고 수속을 밟는 과정에서 1개월 넘게 소요된다는 답을 들었다. 로스터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인지한 라이엇게임즈는 페네르바체에게 강민수를 대신할 선수로 교체가 가능하다고 전했고 '크래시' 이동우로 교체됐다.
이동우는 롱주 게이밍에서 1년 넘도록 김태일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실력을 보여줄지는 의문이었다. 김태일을 제외한 4명의 선수들이 터키 국적이었고 같이 손발을 맞춘 기간도 1주일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동우가 롤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서본 경험도 없기에 페네르바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이동우가 합류한 첫 날을 수월하게 풀어간 페네르바체는 이튿날 홍콩 애티튜드에게 일격을 당했지만 순위 결정전에서 되갚으면서 D조 1위 자격으로 플레이-인 스테이지 2라운드에 안착했다. 순위 결정전에서 니달리를 선택한 이동우는 김태일의 에코가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줬고 불리하던 상황을 뒤집으면서 D조 1위를 지켜냈다.
플레이-인 스테이지 2라운드에서 원 e스포츠와 상대한 페네르바체는 이동우와 김태일의 호흡을 통해 3대1로 승리했다. 다른 선수들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줬고 그 바탕에는 정글러와 미드 라이너에게 주어진 책무를 제대로 해낸 이동우와 김태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결과 페네르바체는 16강에 선착해 있던 동남아시아 지역 대표 기가바이트 마린즈를 제외하고는 메이저 지역이 아닌 곳에서 1라운드를 통과한 팀은 페네르바체가 유일하다.
페네르바체가 롤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이동우라는 대체 자원을 발 빠르게 확보했기 때문이다. 8월에 했던 인터뷰에서 김태일은 "터키 서머 리그를 우승한 원동력은 강민수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강민수의 역할이 컸기에 비자 발급이 되지 않은 것은 팀 전체에 악영향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태일은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던 과거 롱주 동료 이동우를 접촉하면서 대안을 만들었고 16강 진출을 위한 발판까지 완성시켰다.
김태일이 왜 페네르바체의 심장이라고 불리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