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2018년이 더 기대되는 롤드컵

2017-10-2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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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저우 체육관에서 열린 롤드컵 8강전(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
2017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세 경기만을 남겨뒀다. 9월 23일 플레이-인 스테이지 1라운드부터 시작된 7주간의 여정이 앞으로 두 주만 남았다.

8강이 끝나면서 완성된 4강 대진표는 한국과 중국의 맞대결로 귀결됐다. SK텔레콤 T1과 로얄 네버 기브업, 삼성 갤럭시와 월드 엘리트가 베이징행 티켓을 놓고 상하이에서 대결을 펼친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구도이긴 하지만 8강에서는 특이한 상황들이 연출됐다. 일단 한국 팀끼리 맞붙었던 롱주 게이밍과 삼성 갤럭시의 대결에서 삼성이 3대0으로 완승을 거두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롱주는 서머 2라운드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결승전에서는 5전제 최강이라 불리던 SK텔레콤을 3대1로 잡아냈다. 롤드컵 16강에서도 6전 전승을 달리고 있었기에 삼성만 넘으면 우승도 가능하다며 주목을 받았다. 반면 삼성은 2015년 리빌딩 이후 국내 대회에서 한 번도 결승에 가지 못했고 이번 롤드컵 16강에서도 4승2패에 머무르면서 어렵사리 8강에 올랐기에 롱주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결론은 삼성의 완승이었다.

5전제 최강이라 불렸던 SK텔레콤도 패배의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유럽 대표 미스피츠를 만나면서 누가 이길지 가장 확실한 대진이라고 예견됐지만 SK텔레콤은 미스피츠의 변수 만들기에 휘둘리면서 2, 3세트를 내줬다. 4세트부터 집중력을 끌어 올린 SK텔레콤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승부 끝에 3대2로 승리했다.

로얄 네버 기브업과 프나틱의 대결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프나틱은 매 세트 초반에 먼저 킬을 가져가면서 유리하게 풀어가는 듯했지만 로얄 네버 기브업의 교전 능력에 휘둘리면서 1, 2세트를 내줬다. 3세트에서는 반대로 로얄 네버 기브업이 치고 나갔고 9대1까지 킬 스코어를 벌리는 등 무난히 이길 것 같았지만 'sOAZ' 폴 보이어의 나르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플레이를 보여주며 역전승을 거뒀다. 킬 스코어가 12대 27로 뒤처져 있었던 팀이 승리하는 기적을 만들어낸 것. 4세트에서 로얄 네버 기브업이 승리하면서 4강 티켓이 중국에게 돌아갔지만 미스피츠에 이어 프나틱까지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8강의 마지막 대결도 인상적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북미 팀들이 16강에서 연달아 떨어지면서 모든 기대를 한 몸에 받은 클라우드 나인은 월드 엘리트를 맞아 2대1로 앞서면서 6년 만에 북미 팀의 4강행을 노렸지만 마무리 능력에서 부족한 면모를 보이면서 떨어졌다. 하지만 아우렐리온 솔, 신지드 등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챔피언들로 전략적인 플레이를 펼친 클라우드 나인은 박수를 받아 마땅했다.

지난 5주간의 행보를 되돌아봤을 때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와일드 카드 지역이라고 소외됐던 동남아시아나 터키의 경기력도 기대 이상이었고 16강에서 중국, 북미, 유럽, 대만/홍콩/마카오 지역의 1위 팀들이 모두 떨어진 것도 격차가 좁혀졌다는 증거다.

여기에 8강에서 약할 것이라 평가됐던 팀들이 전세를 뒤집거나(삼성) 5세트까지 이끄는 접전을 만들어냈고(미스피츠와 클라우드 나인) 역대급 킬 차이에도 넥서스를 깨며 승리하는(프나틱) 드라마를 만들었다. 결론은 가장 강한 지역인 한국과 개최지인 중국의 4강 맞대결이었지만 어떤 대작가도 만들어낼 수 없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이 정도의 속도로 격차가 좁혀진다면 내년 롤드컵은 대세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고 예상해도 무리가 없다.

1년 뒤의 롤드컵이 어떻게 진행될지 더욱 기대를 모으는 이유도 있다. 프랜차이즈 승인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북미 지역은 NBA 소속 팀들이 직접 프로게임단을 꾸리겠다고 나섰다. 스포츠의 속성을 아는 그들이 e스포츠에 투신하면서 노하우와 자본력의 조화를 보여준다면 북미가 훨씬 탄탄해질 수 있다. 중국도 프랜차이즈화하면서 승강전을 없애고 1부 리그에 참가팀을 늘려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유럽은 4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대회를 진행하는 새로운 포맷을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높아진 자본의 벽에 의해 기존 팀들이 없어지기도 하고 운영 방식의 변경으로 인해 불만이 나오고도 있지만 외부 자본의 투입은 선수들의 처우를 높이고 지역별 경쟁의 재미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2017년 전세계 팬들이 롤드컵을 시청하며 느꼈던 이상의 재미를 2018년에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