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회를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이제 누구나 아시겠지만, 스위스 스테이지는 기본적으로 승수가 같은 팀들끼리의 대결로 진행됩니다. 0승 0패에서 주어진 시드에 따라 대결을 펼친 16개 팀은, 총 8개의 1승 0패 팀과 8개의 0승 1패 팀으로 나눠집니다. 그리고 다시 추첨을 진행해 1승 0패 팀끼리, 또 0승 1패 팀끼리의 대진을 설정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먼저 3승을 거둔 팀은 녹아웃 스테이지로 진출하고, 3패를 거둔 팀은 그대로 탈락합니다. 경기 결과 징동과 젠지는 진출을 확정지었고, 팀 리퀴드와 BDS는 탈락했죠.
또 비슷한 성적의 팀들 간의 경기가 계속되기 때문에 경기 자체의 몰입도도 올라갑니다. 스위스 스테이지가 진행될수록 강팀은 강팀과, 상대적 약팀은 약팀과 맞붙기 때문에 수준차가 나는 경기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습니다. 강팀 간의 경기가 자주 나오니 주목도도 오르고, 또 자연스럽게 경기 자체의 퀄리티가 올라갈 것이라 기대할 수 있었죠.
이런 장점들은 지표상으로도 입증됐습니다. e스포츠 시청 지표를 다루는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스위스 스테이지 이틀차인 10월 20일 경기는 전세계에서 무려 180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봤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T1과 팀 리퀴드의 경기, G2와 디플러스 기아의 경기, G2와 젠지의 경기 등은 모두 160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기록했습니다. 모두 지난해 그룹스테이지의 최고 시청자 기록인 139만 명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추첨방식입니다. 그룹 스테이지에 비해 스위스 스테이지는 훨씬 더 많은 추첨을 거칩니다. 매 라운드가 종료될 때마다 새로 다음 라운드의 상대를 뽑는 방식이니까요. 그러나 이번 스위스 스테이지의 추첨 방식은 스포츠적으로도, 엔터테이먼트적으로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스포츠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투명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번 스위스 스테이지의 추첨은 복주머니로 진행됐습니다. 공을 넣고 섞은 뒤 뽑았던 과거 방식에 비해서 복주머니는 표시하거나 다른 장치를 추가하기 훨씬 쉬워보입니다. 또 섞는 과정 역시 생략된 채 방송하기 때문에 더욱 투명성에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조작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의심조차 들 수 없도록 확실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엔터테이먼트적으로 보면, 추첨을 진행하는 사람이 심판보다는 과거의 레전드 선수들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바람이 있습니다. 물론 대회가 진행되면서 이번에 추첨을 진행하신 심판 분께서도 하나의 아이콘이 되면서 새로운 재미를 줬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롤드컵이라는 무대에서 관중들과 함께 진행하는 추첨인 만큼, 플레이-인에서 '마타' 조세형을 초빙했던 것처럼 레전드 선수들을 초빙해 그들과 함께 조추첨을 진행한다면 더 재밌는 추첨이 됐을 것이라고 봅니다. 또 관계자인 심판보다는 현역에서 물러난 선수들을 초빙해서 추첨을 진행하는 것이 투명성을 담보하는 것에도 더 나은 방식이었겠죠.
분명한 것은 몇 가지 아쉬웠던 점이 보였지만 그럼에도 이번 스위스 스테이지가 더 몰입감 넘치는 시스템이란 사실엔 대부분의 팬들이 동의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대회를 마친 뒤 성과는 점검하고 아쉬웠던 점은 개선해 더 발전된 방식의 스위스 스테이지를 내년에도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