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열쇠 8화

2019-10-0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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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8화

3. 생각지 못한 보상(2)

강일은 자신의 고시원으로 돌아와서는 침대에 몸을 눕혔다.

천연화의 향기에 피로가 풀리기 시작했지만 워낙에 쌓인 피로는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잠이 안 온다.’

강일은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았다.

분명 무척이나 몸도 정신도 피곤했지만 졸리지는 않았다.

그것이 천연화 때문인 것 같지는 않았다.

강일은 손에 낡은 구리 열쇠를 쥐고서는 바라보았다.

신의 열쇠로 신의 선물 상자를 열 수 있는 신물이었다.

물론 신의 선물 상자를 찾아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기는 했기에 지금 당장은 아무런 쓸 모도 없는 것이었다.

두근두근.

하지만 왜인지 강일은 심장이 뛰었다.

운명처럼 자신에게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우! 나도 정말 요행이나 바라고. 일단 임무는 성공한 것 같으니까 좀 자자. 돈 갚으려면 내일 뭐라도 일을 해야 하니까.”

강일은 잠이 오지 않음에도 억지로 눈을 붙이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시 후 강일은 잠이 들었고 또다시 천연화의 향기가 강일의 방 안을 맴돌다가 잠이 든 강일의 콧속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흘러들어간 천연화의 기운은 강일의 피로를 풀어 주고 산속에서 돌아다니느라 났던 생채기들을 치료했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 강일은 또다시 자신의 천장을 멀뚱히 바라보며 몸을 일으켰다.

“저 꽃 보통 꽃이 아니야.”

분명 온몸이 쑤시고 결리며 몸살기운도 있었건만 눈을 뜨자 온몸이 개운했다.

강일은 자신의 호주머니에 들어 있던 낡은 구리 열쇠를 보며 다음 선물 상자에서 나올 무언가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대단한 것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아르바이트 먼저 하자.”

고된 서울 생활과 더불어 빚을 갚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만 했다.

문제는 괜찮은 일거리를 찾기가 무척이나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자리를 찾기 전까지도 돈이 들어갔기에 어쩔 수 없이 시간제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생활비를 벌어야만 했다.

그렇게 강일은 핸드폰으로 온 당일 아르바이트를 확인하고서는 몸을 일으켰다.

―서울 리아트 레스토랑 시급 5,600원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강일은 그다지 멀지 않은 것에 즉시 수락을 했다.

오전 10시 부터였기에 아직 충분히 시간이 있었다.

“하나 더 할까? 왠지 지금이라면 하나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보통 이런 레스토랑 잡일은 하고 나면 무척이나 피로해지기 마련이었다.

쉽다고 생각할지도 몰랐지만 의외로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면 기진맥진해지는 것이었다.

다행히 천연화 덕분에 쉽게 피로해지지 않고 피로 또한 빨리 풀리기에 강일은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해 보려고 생각했다.

“야간 아르바이트가 어디 있더라.”

강일은 스마트폰을 조작해서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찾았다.

―서울 한동 삼겹살 불판 아르바이트 시급 6,200원 오후 8시부터 오전 02시까지.

강일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다지 좋은 아르바이트는 아니었다.

무척이나 더럽고 힘든 일이었고 시급도 야간 치고는 상당히 좋지 않았다.

하지만 강일은 이것저것 가릴 처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수락을 눌렀다.

“더 이상 물러 설 곳도 없고 이것저것 가릴 처지도 아니다. 이미 한 번 죽었던 몸. 죽기 살기로 해 보자. 그래도 정 안 되면…….”

강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이 이렇게 하는 것이 정답일 수도 있고 정답이 아닐 수도 있었다.

오히려 몸을 혹사하고 미래를 기약하지 못하며 점차 지쳐가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갈 수 있는 곳까지 가 보자는 생각을 하는 강일이었다.

“오전 6시니까 공부하자.”

오전 10시부터 하는 것은 아르바이트 일 뿐이었다.

평생토록 할 일이 아닌 지금의 삶을 연장하기 위한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미래를 위해 강일은 준비를 해야만 했다.

설령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할지라도 조금씩이나마 해야만 미래가 보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단 한 시간에 불과할 뿐일지라도 강일은 좁은 고시원에 앉아 책을 들여다보았다.

그렇게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고 혹시나 이력서를 넣을만한 곳을 확인해 본 뒤에 강일은 가방을 메고서는 아르바이트를 할 리아트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미 몇 번 해 본 아르바이트였기에 익숙하게 점장에게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다고 말을 하고서는 지시에 따라 옷을 갈아입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시작했다.

20kg짜리 감자 박스를 나르고 양파와 당근 등 식자재를 창고에서 꺼내온다.

묵직한 돼지고기 덩어리들을 냉동 창고에서 꺼내 와서는 날짜를 확인하고 난 뒤 재포장을 한다.

다음으로 감자를 깎고 양파를 까며 오늘 나갈 빵을 배달 온 트럭에서 꺼내어서는 창고로 옮긴다.

잠시도 쉴 틈이 없이 돌아가는 아르바이트는 바쁠 때면 식사도 제대로 할 수 도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오후가 되면 대부분은 다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간혹 숨어서 한숨을 돌리지만 매번 어디서 나타났는지 점장이나 직원의 호통 소리가 들려오고는 했다.

“너 일 잘하네.”

강일은 잠시도 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처리해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점장이 강일에게 일을 잘한다는 말했지만 강일은 미소를 지을 뿐 대꾸하지 않은 채로 일에만 매달렸다.

“흐음! 니들은 오늘 여기까지만 해라.”

꺾기였다.

강일은 자신과 오늘 같이 왔던 아르바이트생에게 오후 6시가 되기도 전에 그만 가 보라고 봉투를 내미는 것을 보았다.

강일 자신도 여러 번 겪어 보았던 일이었기에 마음속에서 욕설이 튀어나오려고 했다.

단돈 몇 천원에 불과했지만 그건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꽤나 심각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기에 그 아르바이트생은 봉투를 받아들고서는 레스토랑을 나서야만 했다.

다른 아르바이트생들도 자신이 그렇게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부산스러웠다.

다행히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은 꺾기를 당하지 않고서는 그날 6시까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웃기는 일이었지만 시간당 5,600원 8시간해서 44,800원을 받을 수 있었다.

“다음에 또 와라.”

“예! 감사합니다.”

강일은 점장이 자신에게 웃어 주며 봉투를 주는 것에 인사를 하고서는 슬쩍 봉투를 보았다.

‘만 원짜리?’

천 원짜리나 동전은 없었다.

꽤나 일을 열심히 해서인지 만 원짜리 다섯 장이 들어 있었다.

강일로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아! 이러다가 늦겠다.”

뒷정리를 조금 한다고 시간이 30분 정도가 더 걸려 버렸다.

그런 시간은 아르바이트 시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으레 있는 일이었다.

강일은 다음 아르바이트 장소로 서둘러 가서는 식당 주인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고서는 식당의 뒤편에 잔뜩 쌓여 있는 불판들을 닦기 시작했다.

시급이 6,200원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사실상 불판 개수대로 아르바이트비가 지급될 터였다.

그렇기에 최대한 빠르게 닦아야만 했다.

하지만 기름기와 고기가 탄 검은 부위는 여간해서는 잘 닦이지 않았다.

이런 불판을 수거해서 닦는 대행업체들도 있었지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서는 불판을 닦는 곳도 많았다.

“어머! 엄청 일을 잘하네. 벌써 이렇게 많이 닦았어?”

이번에도 칭찬을 받은 강일이었다.

하지만 곧장 다시 쌓이는 불판에 강일도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피로를 쉽게 느끼지 않는다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물론 과거였다면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하고는 거의 기진맥진했을 터였다.

그렇게 새벽 2시가 되어서 기름기로 진득진득한 고무장갑을 벗자 주인아주머니가 봉투를 들고서는 나오셨다.

“아이구! 총각 일을 너무 잘해 줘서 고마워. 이건 아르바이트비.”

“예, 감사합니다!”

강일은 하루만에 두 개의 봉투를 받아들고서는 조금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800원 더 받았네.”

열심히 일한 보람인지 38,000원이 들어 있었다.

14시간의 아르바이트로 88,000원이라는 돈을 받아든 강일은 끊긴 버스와 지하철에 한 시간 가까이를 걸어서 고시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 삼각 김밥과 음료수 하나를 먹는 것으로 무척이나 늦은 저녁을 대신한 강일은 자신의 방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천연화의 향기가 강일의 몸 속을 휘저으며 피로를 풀기 시작했다.

“…….”

강일이 잠에 들었을 때 강일의 고시원 창문 밖으로 붉은 눈동자가 나타났다.

붉은 눈동자는 강일의 몸을 바라보다가 강일의 몸 속으로 기운을 흘려 넣고 있는 천연화로 시선이 움직였다.

“천상의 꽃.”

그 붉은 눈동자는 천연화의 존재를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북은 눈동자는 천연화를 보며 한참 동안이나 무언가를 갈등하는 듯했다.

“후우!”

하지만 깊은 한숨을 끝으로 붉은 눈동자는 사라졌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고시원의 창문은 바람에 부딪치며 덜컹거리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강일은 깊고 깊은 잠에 빠져 있어서 그런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인지 일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어둑어둑한 하늘의 동쪽에서 불그스름한 빛이 물들어 가고 있을 때 강일의 두 눈이 떠졌다.

“…….”

강일은 자신이 몇 시간이나 잠을 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몸이 생각보다 개운한 것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물론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어나야 했다.

“생각보다 할 만하네.”

천연화가 없었다면 전혀 할 만하지 않았을 터였다.

강일은 핸드폰을 들어서는 오늘 할 아르바이트를 찾았다.

여전히 당일 아르바이트를 찾는 강일이었다.

사실 이런 당일 아르바이트보다는 한 달 이상의 규칙적인 아르바이트가 좋을 터였지만 강일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의 인생이 결국 그런 아르바이트로 끝이 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물론 강일도 알고 있었다.

직장 생활이라고 해서 아르바이트 인생과 크게는 다를 바는 없다는 사실을 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일은 아르바이트가 아닌 일반 기업의 정규직이 되기 위해 그토록 발악을 하고 있었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문득 강일은 자신이 그토록 되고 싶어 했던 것이 진정으로 무엇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 차려! 강일! 지금은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자! 네가 지금 뒤돌아 볼 정도로 여유 넘치는 상황도 아니잖아.”

숨 돌릴 여유조차 없는 자신이었기에 강일은 요즘 몸이 너무 편해서 그런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 할 아르바이트 두 개를 찾아서는 수락을 했다.

그러고서는 책상에 앉아 취업 공부를 했다.

더 좋은 삶의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지만 지금 강일의 눈에는 지금 이 길밖에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박천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