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선 통역은 리그 오브 레전드 코리아 2017 서머 스플릿부터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통역을 맡아왔다. 경기가 있을 때 마다 현장에서 선수들의 인터뷰를 영어로 통역했지만 글로벌 중계인 탓에 한국어 중계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아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릴 기회가 없었다.
외고를 졸업하고 외대에 재학하며 전문 통역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녀는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한국e스포츠협회 대학생 기자단까지 활동한 경험이 있을 정도다.
데일리e스포츠는 박지선 통역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Q 간단한 본인소개를 부탁한다.
A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재학 중이며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롤드컵 통역을 맡았던 박지선이라고 한다.
Q 롤드컵 기간에 선수 인터뷰 동시 통역과 '오늘 경기 추천'이라는 짧은 코너를 진행했다. 방송을 진행해본 소감이 어떤가.
A 생각보다 힘들었고, 생방송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워낙 오랫동안 하신 분들이 옆에서 도와주셔서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박지선 통역을 줄여 '박통'이란 별명이 생겼는데.
A 어떤 별명이던 캐릭터가 생기는 거라 괜찮다고 본다. 그런데 주변에서 위험한 별명이라고 하더라.(웃음)
Q 첫 방송치고 나쁘지 않았다. 방송 체질인 것 같은데.
A 말을 많이 하는 성격이다. 친구들과 수다 떠는 걸 좋아하다보니 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계속해서 생각하는 편이다. 덕분에 갑작스럽게 말 하라고 차례가 넘어와도 큰 실수 없이 받아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어떤 계기로 e스포츠 통역을 하게 됐나.
A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다가 프로게이머들의 영상을 보게 됐고, 롤챔스에 빠지게 됐다. 그렇게 e스포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한국e스포츠협회 대학생 기자단이란 게 있는 것을 알고 지원해 활동을 시작했다.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2016년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을 가게 됐는데, 협회 직원 중에 미국 교포이신 분이 계셔서 그분과 영어로 대화를 많이 했다. 이후에 협회가 상하이에서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결승전을 진행할 때 스테이지 인터뷰를 해보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었다. 내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일일 것 같아 통역을 해보기로 했다. 당시 방학이라 미국에 있는 이모댁에서 쉬고 있었는데 결승 전날 급하게 한국을 거쳐 중국으로 가게 됐다. 그때 일을 계기로 스포티비 게임즈와 연이 닿았고, 롤챔스 통역까지 하게 된 것이다.
Q 상하이 프로리그 결승전은 어땠나.
A 그땐 너무 긴장해서 울 뻔했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에 대해서는 종족 이름밖에 모른다. 선수들 통역을 갑자기 하게 됐는데 전날 경기를 지켜봐도 잘 이해가 안가더라. 하루 종일 유닛과 선수들 이름, 아이디 등을 외웠는데도 자신감이 떨어지더라. 선수들에게 미리 질문하기도 하고, 인터뷰 진행자에게 속어만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너무 긴장해서 손이 떨리기까지 했는데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끝났다.
Q e스포츠 통역은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A 나는 이제 막 시작했는데, 사람들은 "저 사람은 전문 통역이니 잘 할 거다"라고 말한다. 그런 분들의 기대치에 맞게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도 있고 책임감을 느낀다. 순차 통역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는데 동시 통역은 상상 이상의 난이도였다. 특히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은 억양이 모두 달라 통역하기가 힘들다. 영어 쪽으론 나보다 경쟁력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계속 배워야겠다 싶은 생각이다.
Q 원래 희망하던 직업은 무엇이었나.
A 딱히 세워놓았던 계획 같은 것은 없었다. 또래 친구들처럼 졸업하면 뭐 하지 하는 생각이었다. 좋아하는 분야에 경력도 생겨 다행이다.
Q 롤드컵은 e스포츠 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다. 주변에서도 방송을 많이 봤을 텐데, 반응이 어땠나.
A 긴장을 하면 내 특유의 억양이 있는데 친구들이 그 말투를 갖고 엄청 놀렸다. 각자 헤어스타일을 다르게 하라는 친구들도 있었다. 군인인 친구들은 부대에서 TV로 봤다고 하더라. 그럼 나는 롤드컵은 꼭 스포티비 게임즈로 본다고 얘기한다.(웃음)
Q 방송욕심은 없나.
A 자연스럽게 해야 되는 일이 있으면 하는 거고…. 괜히 필요도 없는데 과하게 욕심 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Q 게임은 주로 어떤 것들을 즐기나.
A 리그 오브 레전드를 주로 즐겼고, 오버워치가 한창일 땐 오버워치도 열심히 했다. 오버워치를 하려고 컴퓨터를 새로 샀을 정도다. 요즘은 배틀그라운드를 미친 듯이 하고 있다. 최근엔 일이 바빠서 많이 못했다. 그럴 땐 시간을 쪼개서 할 수 있는 하스스톤을 한다.
Q 가장 좋아하는 챔피언이 베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A 예전에 '피글렛' 채광진 선수가 베인으로 그라가스의 궁극기를 피하던 장면을 인상 깊게 본 것 같다. 그래서 무의식 중에 베인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포지션은 정글과 톱 빼고 다 한다. 한 번은 톱에서 베인을 해봤는데 20분까지 1코어가 안 나와 너무 서러웠다.(웃음)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지금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처음이니 실수해도 많이들 봐주시겠지만 부족한 밑천은 언젠가 바닥날 것이다. 기초를 더욱 단단히 해야 한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하겠다. 더 열심히 공부해 실력을 늘리겠다. 맡은 바 충실히 하는 통역이 되고 싶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