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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가 만난 사람] '엄티' 엄성현, "푹 쉬면서 미래 생각할 것"

김용우 기자

2025-07-29 16:39

'엄티' 엄성현
'엄티' 엄성현
지난 6월 14일 팀 리퀴드는 '엄티' 엄성현과의 결별을 발표했다. 팀은 공식 채널에 엄성현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엄성현은 "팀 리퀴드를 떠나게 된 이유는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라며 "그게 실제로 제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스트레스가 계속 쌓였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2024년 3월 OK 저축은행 브리온을 떠나 팀 리퀴드에 입단한 엄성현은 LCS, LTA 우승을 차지했다. 국제 대회인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과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퍼스트 스탠드에도 참가하는 등 팀의 주축으로 활동 중이었다.
사진=라이엇 게임즈.
사진=라이엇 게임즈.
◆ 많은 이가 놀랐다
엄성현의 건강 상태가 공개되자 많은 이가 놀랐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엄성현의 이미지는 활발하고 팀 동료와 주위 사람들에게 잘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엄성현은 자신의 플레이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완벽한 플레이를 펼쳐야 하며 실수가 있으면 본인을 자책했다. 현재 팀을 나온 엄성현은 한국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에는 MSI 분석 데스크에도 참가했다.

"에이전트와 부모님은 예상했다. 제가 치료를 받은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롤드컵이 끝난 뒤 팀 리퀴드가 담당 의사를 붙여줘서 치료를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이번에 팀에서 나올 때 놀라기보다는 '잘 들어왔다. 좀 쉬고 마음을 잘 가라앉혀라. 편하게 있어라'라고 이야기를 했다. 다만 주변 지인들은 걱정을 많이 했다. 저랑 같이 일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너가?'라는 반응이 많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엄성현은 본인의 플레이에 민감했다. 사소한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밖으로 풀기보다 속으로 삭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스스로 되게 가혹한 편이라고 했다.
"프로게이머로 살아가면서 겪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저는 스스로에게 험하게 대한다. 만약에 플레이에서 실수하면 상당히 예민한 편이다. '이걸 내가 진짜 못하는구나' 하면서 자책을 많이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긍정적이거나 '이렇게 할 수 있어'라며 이야기를 하지만 스스로에게는 가혹한 편이다. 예전부터 고치려고 많이 노력했다.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진 편이다."
사진=라이엇 게임즈
사진=라이엇 게임즈
◆ 지금은 많이 나아진 상태
리그 오브 레전드(LoL)로 진행되는 LoL e스포츠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완벽할 수 없다. 누구나 경기 내에서 실수한다. 실수하면서 그걸 고쳐가면서 성장한다. 이런 실수를 극복하고 자신과의 싸움서 승리하면서 몇 단계 업그레이드가 된다. 하지만 엄성현은 플레이 내에서 실수하면 훌훌 풀어내지 못했다.

"사실 LoL이라는 게임은 똑같은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저는 사람이 하는 실수에 대해 용납을 잘 못한다. 예를 들어 바론에서 포지션을 잡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잘 못 잡았다. 영상을 돌려본 다음 '다음엔 꼭 생각해야지'라며 게임에 들어갔다. 그런데 또 못했다. 이런 게 세 번째쯤 되면 험한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또 게임 내에서 다른 선수가 실수한 걸 내가 커버를 치려고 하는데 잘못하면 '내 책임이다'라며 자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혼자서 잘 받는 타입이다."

한국으로 들어온 엄성현은 치료를 받으면서 아침에는 명상과 운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PT도 끊었다고 했다. 그는 초반에는 이유 없이 증상이 찾아오는 거에 대해 대처하기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 2024 롤드컵의 아쉬움
지난 해 LCS 챔피언십에서 플라이퀘스트에 패해 준우승을 기록한 팀 리퀴드는 2번 시드로 롤드컵에 진출했다. 앞서 벌어졌던 e스포츠 월드컵에서 4강까지 올라 T1과 풀 세트 접전을 펼쳤던 팀 리퀴드는 롤드컵서 복병으로 평가받았다. 이에 팀 리퀴드는 LCS 챔피언십이 끝나자마자 네덜란드로 넘어가 연습을 시작했다.

"지난해 MSI서 못했고 e스포츠 월드컵서는 잘했다. 다만 e스포츠 월드컵에서는 제가 실수하는 바람에 T1에게 패해 탈락했다. 경기를 치르면서 느낀 건 LCK 팀 상대로 할 만한데 LPL 팀을 넘기는 힘들다는 것이었다. 이후 롤드컵에 갔을 때도 준비 과정은 엄청 좋았다. 네덜란드 팀 리퀴드 시설에서 훈련했는데 스크림 성적도 괜찮았다."

당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팀 리퀴드의 롤드컵 스크림 성적이 7할 이상이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경기 내용도 '압살'이라는 표현도 들렸다. 하지만 팀 리퀴드는 스위스 스테이지 5라운드서 플라이퀘스트에 패하면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시아 팀이 롤드컵을 위해 유럽에 오면 스크림의 자신감을 갖고 연습을 많이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쳐야 할 것도 잘 보였다. 그런데 리닝 게이밍(LNG)과의 스위스 스테이지 첫 경기서 삐꺼덕했을 거다. 이겨야 하는 경기인데 졌다. 만약에 마인드에 여유를 가졌으면 이겼을지도 모른다. 이후 게임의 틀이 이상해지면서 스크림에서도 많이 패했다. 자신감도 내려갔다. 당시 '다시 폼을 올리는 게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김용우가 만난 사람] '엄티' 엄성현, "푹 쉬면서 미래 생각할 것"
◆ 미래는 쉬면서 생각할 것
지난 2022년 12월 프레딧 브리온(현 OK 저축은행 브리온)과 계약을 종료한 엄성현에 대한 거취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엄성현이 선수가 아닌 LCK 분석데스크에 합류할 거라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하지만 엄성현은 LCK 분석 데스크보다 최우범 전 감독의 권유로 선수 생활 연장을 선택했다.

최근까지 팀 리퀴드에서 활동했던 엄성현은 당분간 치료와 함께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6개월 정도 스케줄을 잡지 않았다고 했다. LoL 프로게이머가 한 시즌 정도 휴식을 취하는 건 일상적인 일이다. 지금 애니원즈 레전드(AL) 소속으로 6전 7기 끝에 처음으로 LPL 우승을 차지했던 '타잔' 이승용의 경우 두 차례 휴식을 취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할 생각이다. 생각 없이 그냥 쉬고 친구 만나고 가족들과 지낼 예정이다. 아버지가 강원도 쪽에서 일하는데 최근 주말에는 현장에 가서 아버지와 밥도 먹고 왔다. 여유 있게 지내고 있다. 사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관계자와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선수를 끝까지 해보고 오는 게 어떤지'라며 응원을 해줬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내가 얼마나 LoL에 진심이 될 수 있느냐가 중요할 거 같다. 나는 개인적인 퍼포먼스를 제외하고 열정적으로 했을 때 팀에 도움이 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푹 쉬면서 미래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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