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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대행' 뗀 kt 오창종 감독 "무게감 더 커졌다"

남윤성 기자

2019-01-06 00:05

[피플] '대행' 뗀 kt 오창종 감독 "무게감 더 커졌다"
프로 스포츠 팀은 감독 대행이라는 시스템을 간혹 활용한다. 시즌 중에 팀 성적이 부진해서 감독이 사퇴하거나 건강상의 이유나 개인적인 사정 등 특이한 상황이 발생해서 감독이 공석일 때 코칭 스태프 가운데 한 명을 선임해 임시로 감독직을 맡기는 과정에서 '대행'이라는 호칭을 붙인다. 감독의 자리를 대신한 대행이 시즌을 마친 뒤에 반드시 정식 감독이 되라는 법은 없다.

2017 시즌을 마친 뒤 kt 롤스터는 10년 가까이 지휘봉을 잡고 팀을 이끌어온 이지훈 감독과 결별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이 감독이 사표를 냈고 수리됐다. 공석을 오창종(당시 코치)에게 맡겼다.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정식으로 달지는 않았다. 감독 대행이라는 직함을 줬고 오창종도 받아들였다. 오창종이 코치 생활을 오래한 터라 감독이라는 자리에 아직 익숙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스스로도 1년 동안 시험대에 오를 각오를 다지기에 좋은 호칭이 대행이라고 생각했다.

오 대행은 2018 시즌 kt에게 두 가지 선물을 안겼다. 단일팀 체제가 도입된 2015년 이후 한 번도 시즌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kt였지만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우승을 달성했고 서머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1번 시드 진출까지 이뤄냈다. 2015년 롤드컵에 처음으로 나가본 이후 2년 연속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미끄러지면서 아쉬움을 남겼던 kt는 3년 만에 롤드컵에 나섰다. 비록 8강에서 중국의 인빅터스 게이밍에게 2대3으로 패하면서 탈락했지만 오창종 대행이 팀을 맡은 첫 해 거둔 성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2019년 kt는 재계약을 체결하며 1년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던 대행이라는 수식어를 떼줬고 오창종은 정식 감독으로 취임했다. 2018년 동안 가장 많이 들은 질문으로 '대행 언제 떼냐'를 꼽았던 오 감독은 "대행이라는 수식어를 떼면서 글자 수는 줄었지만 무게감은 엄청나게 늘어났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피플] '대행' 뗀 kt 오창종 감독 "무게감 더 커졌다"

◆똑같은 일, 다른 느낌
감독 대행과 감독은 두 글자 차이다. 2018년 대행으로 팀을 맡을 때 오창종은 코치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겼고 내내 그랬다. 선수 구성에 변화가 거의 없었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2019 시즌을 앞두고 정식 감독이 된 오창종은 1년 전과는 확실하게 다르다고 했다. 한국의 LoL e스포츠가 처한 상황이 크게 달라졌고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해 모든 팀이 전력 투구를 시작하면서 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단순히 선수만 잘 키우면 된다는 생각은 고루한 지도 방침이 됐고 잘 데려오면서도 잘 키워내야 하고 미래까지 내다봐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는 것이 오 감독의 이야기다.

Q 감독 대행이 아니라 정식 감독이 된 소감은.
A 감독 대행 때나 감독 때나 하는 일은 달라진 것이 없다. 직책만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11월에 이지훈 감독님이 떠나시고 감독 대행이라는 직함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 올리고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며 다른 팀 분석하는 일은 똑같다.

Q 그래도 2018 시즌과 2019 시즌은 느낌이 다르지 않나.
A 2018 시즌을 시작할 때에는 선수 구성에 거의 변동이 없었다. 2017년 영입될 때 '슈퍼팀'이라고 불렸던 선수들이 모두 2018년에도 재계약하면서 그대로였지만 올해에는 일부 선수들이 팀을 떠나면서 확실하게 달라진 점을 느꼈다.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직접 나섰고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를 느꼈다. 나무뿐만 아니라 숲까지 봐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무게감이 확실하게 더 커졌다.

Q 2019년을 대비한 스토브 시즌은 역대급 선수 이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가운데 kt의 사령탑으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A 선수층이 얇다라는 것과 영입 경쟁과 눈치 작전이 엄청나게 심해졌다는 것을 절감했다. 롤드컵을 치러야 했던 우리는 대회를 마무리하고 나서 스토브 시즌에 뛰어들었다. 다른 팀들보다 늦은 셈인데 FA를 선언한 선수들을 만나 보면 이미 가닥이 잡혀 있더라.

[피플] '대행' 뗀 kt 오창종 감독 "무게감 더 커졌다"

Q 어떤 식으로 가닥이 잡혀 있었나.
A 협상 기회를 잡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어려웠다. 간신히 선수들을 만나면 이미 마음 속에 '나는 어느 팀에, 누구와 같이,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으면서 갈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대부분 그려 놓고 있었다. 선수들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었고 게임단의 말에 곁을 둘 틈도 주지 않더라. 당장 2019년을 뛸 스쿼드를 구성해야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신인들을 키우는 일을 병행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다.

Q 선수 육성도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잘 키운 선수들조차도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다른 팀으로 가기도 한다.
A 이번 시즌에 많은 것을 느꼈다. 롤드컵에 진출하면서 기존 선수들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롤드컵 8강에서 탈락하면서 선수들도 이것이 자기가 원하던 성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구상과 다르게 흘러가다 보니까 대응이 늦었고 키우던 신인들도 거의 없었던 상황이기에 더욱 혼란스런 비시즌을 보낸 것 같다.

Q 2019년 들어 10인 로스터는 대세가 된 것 같다.
A 2018년 때부터 유행을 타기 시작했고 이제는 기본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3팀까지 꾸리겠다고 밝히는 팀도 있었고 일부 팀들은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2019년에는 세대 교체가 크게 이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선수들이 팀을 옮긴 것뿐만 아니라 2015년 이후 고정화되어 가던 강팀과 약팀의 구도는 물론이고 선수마다 내려져 있던 등급 평가 또한 크게 뒤바뀌는 시즌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생각한다.

[피플] '대행' 뗀 kt 오창종 감독 "무게감 더 커졌다"

◆젊어진 kt, 배우면서 나아간다
2019년 스토브 시즌이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LCK 개막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발생할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많은 선수들을 만나려고 했고 테스트도 수없이 봤다는 오 감독은 이전보다는 한층 젊어진 스쿼드를 구성했다. 이름값이나 경력의 무게가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수들에게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넘어져도 다쳐도 져도 이겨도 매 순간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도전적으로 임하라고 요청했다.

Q 새로 구성된 선수들은 어떠한가.
A '비디디' 곽보성, '스노우플라워' 노회종을 제외하면 LCK에서 이름을 날린 선수들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잠재력을 갖고 있는 선수들로 뽑았기에 기존 멤버들인 '스맵' 송경호, '스코어' 고동빈 등이 방향을 잡아주고 호흡을 맞춰 간다면 kt 롤스터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엄티' 엄성현을 영입했다고 발표했을 때 '강고' 변세훈도 공개했다. 2014년 삼성 갤럭시 화이트에 있던 선수다. 어떻게 찾았나.
A 삼성 선수들이 대거 중국으로 건너갈 때 같이 갔다가 개인 방송을 하더라. 개인 방송을 눈여겨봤고 우리 팀 선수들과 같이 솔로 랭크를 뛰기도 해서 알고 있었다. 이번 스토브 리그에서 우리 팀은 원거리 딜러를 찾지 못해서 정말 애를 많이 먹었다. 계약 직전까지 간 선수도 있었는데 막판에 어그러지기도 했고 여러 선수들을 온오프 라인으로 테스트한 끝에 골랐다. 변세훈을 뽑은 이유는 융화력 때문이다. 실력 면에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지는 않지만 팀과 잘 어우러지는 모습을 높이 샀다.

Q 지난 KeSPA컵에서는 호흡이 잘 맞지 않는 듯했다. 합이 맞아가는 시기를 예상해 본다면.
A KeSPA컵에서 우리 팀의 플레이를 본 팬들은 실망을 많이 했을 것이다. 변명할 생각은 없다. 그게 지금 kt다. 그 상태에서 조금씩, 하루에 1%포인트씩이라도 끌어 올린다면 스프링 후반, 서머 초반에는 우리가 원하는 경기력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행착오는 분명히 있겠지만 지든 이기든 경기를 치르면서 발전하고 성장하는 팀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Q 2019년 kt의 스쿼드는 이전보다는 많이 어려진 것 같다.
A 경험이 다소 부족하다는 단점으로 지적될 수도 있지만 2017, 2018년 스쿼드보다는 확실하게 어려졌다. 젊은 팀이라는 콘셉트로 끌고 가볼 생각이다. 이전에는 노련미에서 풍겨 나오는 운영, 이겨 놓고 싸우는 방식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화끈하게 붙고 한 번 졌으면 다음에 또 싸워서 이기는 방식을 도모해보려고 한다. 개념 없이 싸움을 거는 것은 물론 안될 일이지만 최근 메타가 교전 능력과 개인기를 중시하듯이 그 흐름을 따라가볼 생각도 있다.

[피플] '대행' 뗀 kt 오창종 감독 "무게감 더 커졌다"

Q 그래도 하단 듀오에 대한 불안감은 있을 것 같다.
A 원거리 딜러로 '강고' 변세훈, '제니트' 전태권이 있고 서포터로 '스노우플라워' 노회종과 '미아' 최상인 등 각각 2명씩 보유하고 있다. 4가지 조합이 나올 수 있는 멤버 구성이다. 정규 시즌에 들어가면 이 선수들을 활용한 조합을 계속 사용해볼 생각이다. 긍정적이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들이 좋은 방향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기회를 줄 계획이다.

Q kt에서 코치로 활동하는 동안 포스트 시즌에 가지 못한 적이 거의 없다.
A 2015년 단일팀이 도입된 이후로는 거의 빠지지 않고 포스트 시즌에 갔다. 정규 시즌에서도 성적이 대부분 상위권이었기에 높은 단계까지 올라섰다. 올해에도 그 기조를 유지하고 싶은데 누가 봐도 2019년 kt의 스쿼드는 다른 팀들에 비해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Q 약체로 평가되더라도 극복해야 하는 것이 코칭 스태프, 특히 감독의 몫이지 않나.
A 그걸 해내라고 회사에서도 '대행'이라는 수식어를 떼준 것 같다. 더 큰 책임감이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식으로 감독이라는 호칭을 듣는 2019년에 포스트 시즌에 가지 못해 우울한 모습을 팬들에게, 선수들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다. 여느 해보다 더 열심히 선수단과 함께 뛸 생각이다.

Q 2019년 목표는 어떻게 잡았나.
A 매년 목표는 항상 높게 잡았고 최대한 이루기 위해 악착같이 뛰었다. 올해도 목표는 똑같지만 목표만을 강조할 생각은 없다. 과정에 변화를 주려고 한다. '할 수 있다'라는 문장을 가장 높은 곳에 두고 부딪혀 보고 지더라도 또 일어나서 덤벼 보겠다는 자세로 임할 것을 선수단 모두에게 당부했다. 우리보다 강해 보이더라도 주눅들지 않고 싸울 것이며 지더라도 배우기 위해 또 도전할 것이다. 넘어지고 다치는 것도 성장의 과정이라는 마음으로 덤빌 것이다. 슈퍼팀 시절의 kt와는 확실하게 다른 자세로 매 경기를 치러갈 생각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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