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피드백은 왜 받아갑니까?

2020-04-0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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펍지주식회사는 2020년까지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 그라운드(이하 펍지)가 갖고 있는 e스포츠로서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흥행력을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대회 구조와 커뮤니케이션 채널, 프로팀 지원 방안 등을 고도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상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듯하지만 펍지 e스포츠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과 팀들의 불만은 왜 사그라지지 않고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리그 운영 주체인 펍지주식회사의 불통 때문이다.

펍지 e스포츠팀은 늘 바쁘다. 경기장에서 선수나 팀의 어려움은 없는지 현장을 자주 찾아 의견을 듣고 밸런스 배치나 신규 전장 도입 등 큰 변화를 앞두고는 선수들에게 먼저 플레이해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뒤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팀 관계자들과 간담회까지 진행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펍지주식회사 마음대로다. 도대체 사전 조사를 왜 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내놓는 정책들은 현장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사녹' 도입을 꼽을 수 있다. '사녹'은 엄폐물이 과하게 많고 수풀이 높아 실력이 좋은 팀일지라도 불리한 상황에 처하면 돌파구를 만들기가 어려워 많은 팀들이 도입을 반대했지만 펍지주식회사는 개막을 2주 앞두고 '사녹' 도입을 팀들에게 통보해 많은 팀의 불만을 샀다.

'사녹' 도입 후에도 문제 제기는 끊이지 않았다. '사녹'은 안전지대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어 특정 지역이나 거점에서 가까운 랜드마크를 차지한 팀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운으로 경기의 승부가 가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팀들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펍지주식회사는 여전히 동일한 세팅으로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팬들이 요구한 e스포츠 모드의 일반 게임 및 랭크 게임 출시 역시 묵묵부답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일반 게임과 대회의 세팅이 다르기에 공감하기 어렵다. 팀들 또한 대회 모드와 일반 모드에 차이가 생기면서 신예 발굴이 쉽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e스포츠로서 펍지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선수 풀이 넓어야 하기에 꼭 필요한 개선 사항이었지만 펍지주식회사는 곧 도입될 것이라는 답변만 1년 넘게 반복하고 있다.

현재 펍지 e스포츠의 상황은 심각하다. 시청자 지표는 모두 하락하고 있고 팀과 선수들은 의견 개진을 포기했다. 2020년 승격팀 스피어 게이밍은 해체했고 2년간 활동했던 디토네이터도 현 시스템을 지적하며 해체를 알렸다. 충분한 기량을 보유한 선수들도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

외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다양한 종목의 팀들을 운영하는 클라우드 나인, 옵틱 게이밍, 플라이 퀘스트 등은 진즉에 운영을 포기했고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까지 진출했던 템포 스톰, 나자루스, 고스트 게이밍, 엔비, G2 e스포츠, 크로우 크라우드 등이 운영을 중단하거나 해체됐다.

펍지주식회사는 급속한 성장에 따른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팀들의 요청 사항을 무시해왔다. 펍지야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팀과 선수들은 더 이상 시행착오를 버텨낼 여력이 없다.

이제라도 펍지주식회사는 초라한 성적표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비전을 향해 모든 것을 걸고 달려온 팀과 선수들의 피드백에 응답해야 한다.

구남인 기자 ni041372@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