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열쇠 19화

2019-10-08 15:35
신의 열쇠 19화
[데일리게임]

19화

7. 신체의 변화(2)

무공서라는 것이 있었더라면 강일도 무협의 주인공처럼 엄청난 힘을 발휘했을 터였지만 그런 것이 흔할 리는 없었다.

더욱이 무공서만으로는 무공을 익힌다는 것도 현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장 주화입마가 아니더라도 기혈이 뒤틀려서 폐인이 될 수도 있었다.

더욱이 강일은 무공에 대해서는 전혀 알고 있지 못 했다.

“흐음! 분명 좀 더 화려해 지고 예뻐진 것 같은데 말이야.”

강일은 자신의 고시원에서 만연화를 바라보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쏟아 부은 이상한 액체 덕분에 뭔가 변화가 있었다고 여겨졌지만 그 변화가 뭔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변화가 자신의 몸에도 영향을 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득!

강일은 두터운 나무 봉을 큰 힘 들이지 않고 부러트렸다.

혹시나 싶은 생각에서 해 보았던 것인데 정말로 힘이 세진 것이었다.

“이거 니가 그렇게 한 거지?”

강일은 알아들을 리는 없을 터였지만 만연화의 앞에서 물었다.

살랑.

“응?”

강일은 순간 만연화의 꽃잎이 살짝 움직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다시 주의 깊게 보자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에 자신이 잘못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아! 아무튼 나한테 엄청난 힘이 생겼다는 소리잖아.”

중요한 것은 그것이었다.

강일은 정말이지 믿기 어려운 일이 자신에게 생겨났고 그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 될지 생각하기에도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당장 격투기를 해도 그 누구도 다 때려눕힐 수 있으려나?”

강일은 살짝 주먹을 쥐고서는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았다.

그냥 평범해 보이는 주먹이었지만 그 주먹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믿기 어려웠다.

“후우! 아서라. 그러다가 뭔 이상한 것이 다 꼬이려고.”

강일은 자신의 주위로 이상한 일들이 꼬이는 것에 몸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인간이 아닌 신과의 만남 뿐만 아니라 아리와의 만남 등으로 강일은 자신이 힘을 가졌다고 해서 그 힘이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정도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정말 괴물이라도 나타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지겠지.’

강일은 최대한 조용히 살자는 생각을 하며 내일 할 아르바이트를 생각했다.

“몸 쓰는 걸로 할까?”

지금 정도의 힘이라면 어지간히 힘든 아르바이트도 할 만 할 터였다.

강일은 꽤나 중노동이지만 제법 시급은 센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떠올렸다.

과거에 한 번 가보고서는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도망을 쳤던 것이 떠올랐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피로도 느끼지 못하고 힘도 세진 것 같으니 충분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점점 강일이 상하차 아르바이트로 관심이 돌아갈 때 강일의 핸드폰이 울렸다.

따르르릉!

“응? 누구지?”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에 급히 받은 강일은 왠지 어디서 들어 본 듯한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강일 씨 핸드폰 맞죠?”

“예? 예! 제가 강일인데요. 누구시죠?”

자신에게 전화를 할 여자가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딘지 익숙한 목소리에 혹시라는 생각을 했다.

“나 아리.”

“왜요?”

강일은 역시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안 것인지 의아해졌다.

자신이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 줬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돈 입금했어.”

“예? 무슨 돈? 예? 정말이요? 이……이천만원을요?”

설마 했는데 이천만원을 입금했다는 아리에 강일은 화들짝 놀라서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몸을 일으켜서는 무릎을 꿇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에 자세도 꽤나 공손해져 있었다.

“그래. 오후에 일이 있어서 입금이 늦어졌네. 야! 그리고 할 말이 있는데…….”

“예! 예! 말씀하세요.”

강일은 아리가 무슨 말을 하든 다 들어 줄 각오가 되어 있다는 듯이 말했다.

아침에 준 오백만원까지 해서 무려 이천 오백만원이나 하는 돈이었다.

그 돈이라면 자신의 빚은 완전히 털어버리고 한동안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 없이 취직 준비에 매진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정말이지 엄청난 일이었다.

“어! 너 혹시 하는 일 있니?”

“하는 일이요? 아니요. 아르바이트 말고는 없는데요.”

강일은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말에 조금 부끄러워졌지만 자신의 삶에 조금만 더 당당하자는 생각을 하며 말했다.

“그래. 잘 됐네! 그럼 내일 내가 알려주는 장소로 이력서 들고 와. 아! 임무는 걱정 하지 말고. 그거 할 때는 시간 빼 줄 테니까. 아무튼 무조건 와야 해.”

“…….”

강일은 아리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자신에게 이력서 들고 오라는 말과 오라는 주소를 들을 수 있었다.

“연봉은 하는 거 봐서 결정하겠지만 오천부터 해 줄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예! 오천이요? 연봉? 갈게요! 꼭!”

“어! 추가 근무는 따로 수당 나갈 거야. 기본 봉급이 오천부터.”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오천의 연봉을 준다고 하니 강일은 만사를 다 제쳐두고 가겠다는 말했다.

지금의 강일로서는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도 가기 힘들었다.

그런 기업이 아닌 중소 기업으로의 취직도 초봉이 연봉 오천이라면 대단히 높은 것이었다.

더욱이 추가 근무 수당까지 있다고 하니 실 수령액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강일이 얻을 수 있는 직장 중에서 이 정도 연봉이라면 최상위권일 정도였다.

아니, 사실 상 강일이 이 정도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기업에 입사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 알았어! 그럼 내일 기다릴게. 아! 양복 입고 와.”

전화가 끊어지고 강일은 멍하니 자신의 고시원 천장을 바라보았다.

물론 어떤 일을 하는지 알지 못했기에 고액 연봉인지 아니면 착취에 가까운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일의 얼굴에서는 조금씩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강일 자신에게서 도자기 하나 구입하는데 무려 이천 오백의 돈을 쓸 정도였으니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닐 터였다.

“하!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강일은 왠지 점점 자신에게 좋은 일들만 생겨나는 것 같았다.

사실 강일이 걱정을 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하백의 임무가 계속 된다면 그 어떤 직업도 가지기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회사라도 일주일에 하루 이상을 빠지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었다.

물론 쉬는 주말에 임무를 하러 갈 수도 있었지만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다고 임무를 완수 하지 못하고 회사로 갔다가는 자신이 죽게 될 판이었다.

그러니 강일로서는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아리가 자신의 상황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충분히 배려를 해 줄 수 있는 일이었다.

“물론 목적이 있으니까 해주려는 것이겠지.”

아리의 목적이 신의 선물 상자임은 알고 있었다.

물론 신의 선물 상자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내부의 어떤 물건이 될 터였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강일은 만연화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서는 오랜만에 마음 편히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런 강일에 만연화는 자신의 꽃잎을 살짝 흔들어 주며 마치 좋은 꿈을 꾸라는 듯이 인사를 했다.

다음 날 아침 강일은 개운한 느낌을 받으며 잠이 깨서는 만연화를 한 번 바라보고서는 몸을 일으켰다.

오늘도 생각보다 일찍 잠에서 깬 강일은 공용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서는 전날 편의점에서 사 온 도시락을 먹고 시계를 힐끔 거리며 보았다.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었지만 계속 긴장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밥도 먹고 시간도 남는 것에 강일은 미리 뽑아 놓았던 자신의 이력서를 바라보다가 면접을 볼 때 입었던 정장을 꺼내었다.

하얀 와이셔츠가 구겨진 채로 좁은 옷장 안에 있어서인지 강일의 마음에 차지 않았다.

“아! 와이셔츠 좀 다려야겠다.”

강일은 자신이 할 일이 생겼다는 것에 기뻐하며 공용 세탁실로 가서는 다리미에 전원을 넣고 정성껏 와이셔츠와 정장을 다렸다.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력서를 가져오라는 말로 면접을 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신의 입으로는 인간이 아니라고 했지만 아리는 고급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며 옷들도 꽤나 고급으로 입고 있었다.

더욱이 몇 천만원 정도는 그냥 자신에게 던져 줄 정도로 돈이 많다는 것을 강일은 떠올렸다.

‘정말 정체가 뭐야? 그 여자.’

강일은 아리에 대해서 점점 궁금해졌다.

물론 그것이 이성적인 호기심은 아직은 아니었다.

“에이! 뭐 좋은 직장 준다면 그것으로 된 거지. 뭐 정 못 할 것 같으면 그만 두면 되는 거고. 아이고! 아니다! 일단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야지 벌써부터 그만 둔다는 생각이니. 이러니 내가 이 따구지!”

강일은 잘 다려진 정장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군대에서 군복 줄 잡던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 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면접 가?”

“어? 아! 예! 세진 형!”

고시원 총무인 세진이었다.

어제 늦게까지 공부를 한 모양인지 피로가 가득해 보였다.

그나마 지금의 고생이 끝날 기약이라도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기약도 없는 것에 더욱더 힘겨워 보이는 세진이었다.

“그래. 면접 잘 봐라. 아! 그리고 택배 왔더라.”

“아!”

강일은 택배가 왔다는 말에 벌서 일주일이 지나 버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어느덧 강일 자신의 삶은 점점 좋아지고 있었지만 하백의 임무가 점점 족쇄가 되어 막아서고 있었다.

물론 강일도 하백의 임무가 아니었다면 자신의 삶이 이토록 변하지는 않았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너무나도 간사한 법이었기에 빚이 아닌 다른 족쇄에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예! 제가 챙겨 갈게요.”

“그래라.”

세진은 샤워실로 들어가서는 샤워를 하는 듯했다.

강일은 정장을 챙겨들고서는 세진의 총무실로 가서는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 택배를 확인하고서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혹시 알아. 좀 더 멋진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

강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며 하백으로부터 온 택배를 열고서는 두루마기 족자를 펼쳤다.

“어?”

두루마기 족자를 펼친 강일은 이내 당황해야만 했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아. 뭐지?”

임무가 없다는 것인지 두루마기 족자에는 아무 글자도 적혀 있지 않았다.

강일은 혹시나 하백의 임무가 완전히 끝이 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분명 뭔가 있다. 그렇게 쉽게 끝이 날 임무가 아니야.’

강일은 일단 두루마기 족자를 말아서는 자신의 책상의 서랍 안에 넣어 두었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고 안도한 채로 일주일이 지나버린다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일단 아리 씨가 말한 곳으로 갔다 와서 생각해 보자.”

강일은 어느 덧 시간이 다 되어 가는 것에 정장을 급히 입고서는 서류 가방에 이력서를 넣은 채로 고시원 방을 나섰다.

그렇게 강일이 고시원방을 나서고 난 뒤에 만연화의 꽃잎이 흔들렸다.

그러고서는 자욱이 만연화의 향기가 뿜어져 나와서는 두루마기 족자가 들어 있는 책상의 서랍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그러고서는 두루마기 족자에 파고들어가려고 했지만 두루마기 족자가 거부를 하는 것에 결국 만연화로 되돌아 왔다.

부르르!

하지만 왠지 만연화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듯이 몸을 떠는 것이었다.

박천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