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창단된 스타테일 LOL 프로게임단은 초기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단지 LOL만 운영하는 팀이 아니라 스타크래프트2와 함께 운영된다는 것 때문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실력이 급상승했고 MiG 블레이즈(Blaze)를 제압하는 등 발전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리그까지도 석권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스타테일 LOL팀을 만났다.
스타테일은 김정균(kkOma), 이형준(Vitamin), 고동빈(Joker), 원상현(Mafa), 류상욱(Ryu) 등 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팀의 리더이자 맏형인 김정균은 정글러를 맡고 있다. 정글러는 라인에 서지 않고 중립 몬스터가 존재하는 정글을 돌며 성장한다. 그러다 각 라인을 기습(갱)해 상대 챔피언을 잡아내고 게임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원래는 상단 라인(톱)을 담당했지만 고동빈과 자리를 바꾼 후 빠르게 적응해 나가고 있다.
"정글러라는 보직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른 보직에 비해 편해요. 라인전은 CS(미니언을 잡아내면서 골드를 획득하는 일)도 챙기면서 상대 챔피언을 견제해야 하기에 심리적 압박이 매우 큽니다. 특히 중간 라인(미드)의 압박감은 대단하죠. 여기에 비하면 정글러는 한직이에요."
올해 28살인 김정균은 다양한 게임을 접하면서 LOL까지 흘러 왔다. 워크래프트3 프로게이머에 도전했다가 집안의 반대로 군대를 간 그는 제대한 뒤 카오스를 플레이했다. 그러다가 스타크래프트2에 도전했던 그는 자신과 맞지 않았다고 판단, 카오스와 비슷한 장르인 LOL로 선회했다. 'kkOma'라는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는 그는 처음으로 인터넷 사이트 회원가입을 할 때 이 아이디를 만든 뒤부터 지금까지 꼬마를 쭉 쓰고 있다. 김정균은 "그때는 진짜 꼬마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되버렸다"고 아이디를 소개하기도 했다.
◇스타테일의 리더 '꼬마' 김정균
스타테일의 둘째 이형준은 원거리 딜러를 담당하고 있다. LOL에서 원거리 딜러는 경기 초반 CS를 확실히 챙겨야 하고, 첫 드래곤을 뺏기지 않기 위해 라인도 잘 관리해야 한다. 또 데미지는 강력하지만 체력이 낮기에 챔피언을 살리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대규모 교전시 최대한 오래 살아 남아서 지속적인 데미지를 줘야하기 때문에 위치 선정이 매우 중요한, 강하지만 어려운 포지션이다.
"원거리 딜러가 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무너지면 다 같이 무너져요. 초반에는 서포터인 (원)상현이가 붙어 있으니까 그나마 나아요. 초반에 챔피언을 성장시켜 후반에 돌입하면 제가 다 쓸어버릴거란 생각으로 게임에 임하는데 마음처럼 잘 안 될 때는 정말 아쉬워요."
이형준의 아이디 'Vitamin'은 이형준이 대학생 때 자주가던 PC방 이름이다. 이형준은 "처음에 만들 때 V가 안되서 B로 만들었어요. 기억하기 쉬워서 맘에 들어요"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경상도 사투리가 매력적인 '비타민' 이형준
앳된 얼굴의 고동빈은 팀에서 게임 내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상단 라인(톱)을 담당한다. 중단 라인(미드)이나 하단 라인(보텀)에 비해 비교적 견제가 덜한 상단 라인은 거의 일대일 싸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싸움에서 승리한 자가 일명 '왕의 귀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상단 라인 보직을 맡았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낍니다. 톱 라인에서는 초반 기습을 제외하면 거의 일대일 싸움이 일어나요. 상대편과 정면 대결을 하면서 생기는 긴장감이 마음에 들어요. 여기에서 제가 승리하면 팀에게도 큰 도움이 되거든요. 압도적으로 이길 수는 없겠지만 견제에 성공할 때 짜릿하죠."
고동빈의 아이디 'Joker'는 카드게임에서 히든카드 역할을 한다. 고동빈은 "카드게임에서 조커가 있으면 좋잖아요. 팀에서 조커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라며 아이디의 의미를 전했다.
◇최근 살이 쪄 김정균에게 '인조인간19호'라고 불린 '조커' 고동빈
고동빈과 동갑내기인 원상현은 서포터를 맡고 있다. 서포터는 혼자서는 눈에 띄지 않지만 하단 라인에서 원거리 딜러의 성장을 돕거나 대규모 전투시 치료나 버프 등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게 하는 약방의 감초같은 보직이다.
"서포터라는 자리에 만족하지만 지루하기도 해요. 솔직히 다른 챔피언들에 비하면 재미는 없어요. 다섯 명 중 어차피 한 명은 서포터를 맡아야 하잖아요. 다른 선수들이 전투적인 성향이 강해서 제가 맡게 됐죠. 팀에 마지막에 합류한 것도 있고요. 그래도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리더 김정균은 원상현만 보면 소라카가 생각난다고 한다.
"왠지 소라카를 닮은 것 같아요. 주머니를 뒤져보면 와드가 있을 것 같고요(웃음). 다른 포지션을 해도 잘했을텐데, 하기 싫어하는 동료들을 대신해 서포터 포지션을 맡은 (원)상현이에게 너무 고마워요."
원상현의 아이디 'Mafa'를 보면 마파두부 또는 마피아와 연상된 단어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원상현이 밝힌 내용은 매우 엉뚱했다. 원상현은 "카오스를 할 때 아이디를 만들었어요.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어서 엄마아빠, 즉 마더파더의 줄임말로 아이디를 만들었어요"라며 웃음 지었다.
◇'타칭' 소라카를 닮은 '마파' 원상현
팀의 막내인 류상욱은 AP 딜러(마법형 챔피언)로 중단 라인(미드)을 담당하고 있다. 중단 라인은 기습이 가장 많이 오는 자리. 기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미들 라이너도 견제해야 한다. 라인을 홀로 책임지기에 CS도 신경 써야 한다. 성공적으로 성장한 AP 딜러는 강력한 한방 데미지를 보유하고 있기에 대규모 전투를 펼칠 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AP 딜러가 좋아요. 세잖아요(웃음). 상대 라이너를 무조건 누르겠다라는 마인드로 게임에 임해요. 기습만 안왔으면 좋겠어요(웃음)."
팀의 막내지만 듬직한 이미지의 류상욱은 말수가 적다. 말수가 적다기 보다는 쑥스러움이 많다.
"아이디 의미요? 그냥 성을 땄어요."
◇LOL에서 이블린이 가장 예쁘다는 '류' 류상욱
◆스타테일이 느끼는 LOL
스타테일 선수들을 만났을 때 카오스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원래 카오스에서 인정받은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카오스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 처음 LOL을 접하면서 느꼈을 애로사항은 무엇일까. 김정균이 먼저 입을 열었다.
"팀이 만들어지고 나서 처음 인터뷰할 때 'LOL은 쉬운 게임'이라고 했다가 엄청 욕을 먹었어요(웃음). 인터페이스라든가, 쉽게 미니언을 잡을 수 있으니까 그런 말을 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대규모 교전을 펼칠 때 위치 선정이 정말 중요하고, 처음 용 싸움도 무시할 수 없죠. 잘하는 팀들과 연습할 때 정말 힘들었어요. LOL에 적응될 수록 더 어려운 게임이란 것을 느끼고 있어요."
◇인터뷰 내내 LOL은 어려운 게임임을 강조한 김정균
고동빈은 "카오스는 LOL의 정글러 역할을 하는 포지션인 립을 두 명이 맡는데 LOL은 한 명이 전담을 하잖아요. 그런데도 기습 공격이 더 날카로워요. 그래서 라인을 장악하기가 까다롭습니다"라며 라인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형준과 류상욱은 포털과 안티 포션의 존재 유무가 카오스와 LOL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카오스에서 포털은 긴 쿨타임을 갖고 있지만 사용하면 무적이 되며 본진으로 귀환한다. 또 안티 포션은 해제될 때까지 상대방의 스킬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형준은 "처음 LOL을 접하고 적응이 힘들었어요. 항상 사용하던 안티 포션과 포털이 없었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반면 원상현은 안티 포션이 없기 때문에 LOL이 더 쉽다는 의견을 펼쳤다. LOL이 좀 더 배우기 쉬운 것 같은 이유는 편리한 인터 페이스에다 직관적인 기술 덕분이라고 했다. 처음 카오스를 배울 때 안티 포션과 이를 해제하는 디스펠 사용으로 인해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LOL은 그런 것까지 공부하지 않아도 되기에 접근하기 쉬웠다고 한다.
◇진지한 표정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는 원상현
어려운 점도 있지만 매력도 있다. LOL에는 90여가지가 넘는 챔피언들이 있다. 스타테일 선수들은 카오스처럼 진영이 나뉘어있지 않은데다가 조합도 무궁무진하며, 새로운 조합으로 게임을 하면 다른 게임을 하는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류상욱은 싸움이 자주 일어나서 재미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스타테일 멤버들이 추천하는 챔피언
본격적으로 정규리그가 시작되고 LOL이 방송을 통해 많이 노출되다 보면 신규 사용자들의 유입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 LOL을 접하는 사람은 게임의 룰과 용어, 시스템 이해 등의 문제도 있겠지만 가장 난감해 하는 점은 챔피언이 너무나 많아 무엇을 택해야 할 지 정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닐까. 스타테일 멤버들은 초보자들이 어떤 챔피언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했다.
김정균이 추천하는 챔피언은 티모와 신지드다.
"처음 시작하면 티모나 신지드가 무난할 것 같아요. 티모는 일단 캐릭터가 정말 귀여워요(웃음). 초보자들이 하기에는 어렵지도 않고 그렇게 약하지도 않다고 생각해요. 신지드도 플레이가 쉬워서 처음 탱커를 배울 때 무난한 것 같아요."
김정균은 누가 추천해줘서 챔피언을 고르기보다는 수많은 챔피언 중 느낌이 오는 챔피언을 잡고 연습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갱플랭크를 추천한 고동빈은 처음 게임을 배울 때 좌절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아마 처음 시작하면 동료들로부터 욕을 많이 들을거에요. 처음에는 각 라인에서 소규모로 대치하지만 중반이 넘어가면 무조건 5대5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거든요. 여기서 한명이 못하면 5대4 싸움이 되죠. 처음에 욕먹고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걸 이겨내면 LOL의 재미에 푹 빠져있는 자신을 보게 될 거에요."
◇연습 중 머리를 쓸어 넘기는 고동빈
◆미완성의 대기
스타테일 선수들은 오랜 시간 카오스를 플레이해 왔고, 각종 대회에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그래서일까. 커뮤니티에서는 스타테일의 LOL 운영방식이 카오스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전략이나 선수 개개인의 컨트롤은 상당히 좋지만 유독 대규모 전투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며 패한 경기도 많았다.
"게임 운영방식이 확실히 달라요. 처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이해할 수 없었죠.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달라지고 있거든요. 솔직히 게임에서 지면 어떤 소리든 다 듣게 되는 것 같아요. 또 대규모 전투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젠 달라요. 이유를 찾았거든요. 많은 분들이 스타테일에 대해 쓴소리를 해주시는 것은 좋지만 관전자 입장에서 보는 것과 플레이하는 입장은 조금 달라요. 앞으로 계속 발전하는 스타테일의 모습을 보여드릴께요."
◇다른 팀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이형준
지난 1월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인비테이셔널'을 비롯해 최근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여러 대회에 출전하고 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비테이셔널이요? 한 달 전인데 그때는 정말 못했죠. 최근 대회에서는 그때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드렸어요. 솔직히 저희는 시작한지 4개월 정도 됐고, 지금 상대하는 팀들은 경력이 오래됐고 팀을 꾸린지도 꽤 오래 됐잖아요. 정상에 있는 팀들이라 생각하고 저희는 따라잡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입장이에요. 격차가 매우 컸지만 많이 쫓아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무섭죠. 다른 사람들도 지금 저희처럼 충분히 쫓아올 수 있는 거잖아요. 저희보다 잘하는 팀에 대해서는 빨리 쫓아가고, 후발주자들에게는 추월당하지 않게 열심히 해야죠."
◆온게임넷 정규 리그 우승을 목표로
스타테일은 랭킹전과 팀전을 번갈아가며 연습하고 있다. 김정균은 아직 챔피언에 대해 모두 이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랭킹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좀 더 많은 조합을 상대해보기 위함이다. 팀전의 경우는 현재 팀이 그리 많지 않아 게임이 잡히는대로 하고 있다.
"연습의 성과요? 게임이 끝나면 멤버들끼리 모여서 실수한 것들, 대처 방안, 새로운 전략 등 대화를 많이하는데 그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또 게임에서 실수로 패할 수는 있어도 몰라서 지는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상대했던 챔피언을 잘 몰라서 지게 되면 무조건 그 챔피언으로 연습해요(웃음)."
3월에 시작될 정규리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예선을 거쳐 16개 팀이 선발된다. 스타테일은 먼저 치뤄지는 온라인 예선은 시드를 배정받아 오프라인 예선만을 통과하면 본선에 올라갈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강자들이 즐비한 정규리그에서 원상연과 고동빈, 이형준은 경계하는 팀으로 MiG Frost와 나진 EDG를 꼽았다. 특히 스타테일은 나진 EDG와 연습 게임을 많이 하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안다. 스타테일이 정규리그에서 나진 EDG를 상대로 헛점을 찌르는 픽이나 전략도 기대해 볼만하다.
"처음에는 입상이 목표였어요. 하지만 대회에도 나가 보고 본격적으로 연습을 하면서 목표가 바뀌었습니다. 첫 시즌에 우승까지 노려보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어요."
우승을 하겠다는 김정균의 말에 고동빈과 류상욱도 '무조건 우승'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형준은 자신이 팀에서 가장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연습을 통해 팀 승리에 꼭 보탬이 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스타테일이 창단된지 4개월. 선수들도 스타테일에 오면서 LOL을 시작했기에 현재 정상에 있는, 오랜시간 LOL을 플레이 해온 팀들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스타테일의 경기들을 보면 초반에 보였던 단점들을 개선해 나가며 점점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곧 시작될 정규리그에서 한국 최초의 LOL 프로게임단, 스타테일의 진일보된 모습을 기대해 본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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